감정평가 산책 96 / 감정평가 수수료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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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96 / 감정평가 수수료 체계
  • 이용훈
  • 승인 2015.07.16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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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공산품에 대한 권장소비자가격은 판매처에 따라 요동친다. 아파트 단지 내 편의점과 시내 대형마트의 동일 품목 단가 차이는 2~40%에 이른다. 서비스업계도 다르지 않다. 막힌 변기 뚫어 주는 대가로 어떤 집은 3만 원을 지불한 적이 있다고 하고 5만 원을 줬다는 집, 심지어 10만 원까지 부담했다는 곳도 있다. 2~3배 차이를 그러려니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예측 가능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튀어나올 만하다. 

협상에 의해 수수료가 정해지는 관습의 상대편에 요율에 의한 고정 수수료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주택 일부 구간에 대한 중개수수료 인하 조치가 있었는데, 중개수수료 산정 방식이 대표적인 요율에 따른 고정 수수료 체계에 해당된다. 6억 원 대 주택을 매매하는 경우 종전 0.9%이하에서 0.5%이하로 하향 조정돼, 최대 300만 원 정도만 지급하면 된다. 물론 상한요율이기에 협상에 의해 그 이하로 낮출 여지도 있다. 상한만 이렇게 정해도 예측 가능성은 보장된다. 최대 지출액의 경계를 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감정평가수수료는 하한과 상한을 펜스로 두른, 예측 가능성이 이보다 높은 수수료 산정 체계를 갖추고 있다.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제 35조 1항은 ‘감정평가업자는 그 업무수행에 관하여 의뢰인으로부터 소정의 수수료와 직무수행에 따른 출장 또는 사실 확인에 소요된 실비를 받을 수 있다’고 했고 2항에서는 ‘제 1항의 규정에 의한 수수료의 요율 및 실비의 범위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제19조의 규정에 의한 중앙부동산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고 규정했다. 이를 부령인 시행규칙에 담지 않고 훈령 형태로 고시한 것이 ‘감정평가업자의 보수에 관한 기준’이다. 제 1조에서 ‘기준은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제 35조에 따라 감정평가업자가 업무 수행에 관하여 감정평가의뢰인으로부터 받는 수수료의 요율 및 실비의 범위와 적용방법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고 동 기준 3조에서 ‘감정평가수수료는 건당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가격산출 근거자료, 가격형성요인 분석, 적용 감정평가기법 등을 고려하여 다음의 요율체계에 따라 감정평가액 구간별로 계산된 금액을 합하여 산정한다.’고 되어 있다. 고액 구간으로 갈수록 요율이 낮아지는 형태이며 최소 수수료는 20만 원인 점, 할인율과 할증률의 적용 구간을 정한 점이 특징이다. 

수수료가 어느 정도 되는지 중개수수료와 비교해보면, 가장 중개가 빈번한 3억 원 주택의 중개수수료의 상한은 매수, 매도자 각각 120만 원, 합산해 240만 원인 반면, 감정평가수수료는 40여 만 원에 불과하다. 고액구간으로 갈수록 중개수수료와 평가수수료가 수렴하는 경향을 보이나, 중개수수료는 중개 의뢰자 쌍방에게서 수령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괴리가 발생한다. 1천 억 원 상당의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수수료는 정상 할인율 적용 시 4천 5백만 원 수준, 중개수수료는 쌍방에서 9천만 원씩, 도합 1억 8천만 원을 수령할 수 있다. 물론, 중개 성공보수 명목으로 매수자 또는 매도자로부터 수천 만 원 혹은 수 억 원 더 받기도 한다. 그런 걸 생각하면 결코 감정평가 수수료가 비싸다고 볼 수도 없다. 향후 종합부동산회사로 발돋움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을 감정평가법인이 그 첫발을 중개법인 겸업으로 시작하려는 의도가 꽤 괜찮은 중개수수료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감정평가수수료도 중개수수료와 마찬가지로 ‘종가제’를 따른다고 볼 수 있다. 물건의 가액, 즉 최종 평가금액에 연동되는데 이 때문에 여러 속사정이 있다. 보상평가의 경우 평가금액 대신 평가 대상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를 ‘종가’로 본다는 규정은, 수수료를 많이 받으려 고가 보상 평가한다는 민원 혹은 우려를 반영했다는 설(說)도 있다. 비슷한 평가 건을 진행하면서 투입인원, 용역기간은 비슷한데 최종 평가금액에 따라 수수료는 몇 십 배 격차가 벌어지기도 한다. 감정평가사 입장에서 가장 안타까운(?)경우는 평가 대상이 공유 지분 일부로 한정될 때다. 공유지분이 1%에 불과하다면 단일 소유자였을 때 대비해 수수료도 1/100에 그칠 것이니 얼마나 가슴 쓰리겠는가. 어쩌면 기본수수료 20만 원으로 귀착될 수도 있다. 

용역의 난이도와 수수료 규모가 비례하지 않는 보상평가의 경우, 이런 문제점을 ‘종량제’ 혼용으로 조금은 개선했다. 얼마 전부터 단일 종가제에서 종량제와 종가제에 의한 수수료를 일정 비율로 가중 평균하도록 개정했다. 종가제에서는 최종 보상평가액이 5천만 원 이하라면 최저 수수료 20만 원이 적용된다. 지방 임야 20필지 일부 면적이 신설도로 구역에 편입돼 보상이 추진되다보면, 최저 수수료만 받아야 할 때가 비일비재하다. 산간 임야의 시세나 개별공시지가가 얼마나 하겠는가. 필지만 여럿이지 하단부 일부만 잘려나가 편입되는 전체 면적이 콩알만 하다면 보상 총액은 5천만 원을 넘기지 못할 수 있다. 업무 수행하는데 며칠이 걸릴 때가 많은데 20만 원을 청구해야 하는 불합리함은 최소한 보상 업무에서는 개선해야 된다는 중지(衆智)가 모인 것이다. 사실 기본수수료가 15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인상된 것도 요 근래 일이다. 

현재 수수료 체계에서는 기준요율에 따른 수수료를 중앙에 놓고 할인율과 할증률 20%를 정해 펜스를 치고 이 범위 내를 ‘정상 수수료’ 구간으로 보고 있다. 물론 할인할증구간을 넓힐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사유도 규정돼 있다. 예컨대 같은 의뢰인으로부터 같은 물건을 일정한 기간 내 재의뢰 받는 경우 기간에 따라 최소 10%에서 최대 90%까지 할인할 수 있다. 3~4개월 지났다고 부동산 가격에 큰 변동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이전 평가하면서 시장조사와 물건 조사를 다 마쳐 놓았기에 금번에는 거의 품이 들지 않는 이유 때문이다.「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제8조에 따라 개시시점과 종료시점 지가를 동시에 의뢰하는 감정평가 및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42조의2제2항제12호에 따른 감정평가는 50% 할인율을, 구조가 유사한 10호 이상의 공동주택에 대한 감정평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제5호의 공익사업으로 조성하여 공급하는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는 100분의 20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재무제표 작성에 필요한 감정평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집합투자기구(「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따른 간접투자기구를 포함한다)의 편입재산에 대한 감정평가,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른 부동산투자회사의 투자․운용자산에 대한 감정평가는 주기적으로 이뤄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와 같이 같은 감정평가업자가 같은 기업의 자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반복하거나 반복할 것이 예정된 경우에는 감정평가의 반복 주기, 자산 상태의 변동 정도 등을 고려하여 40% 이내의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할증사유 몇 가지도 규정되어 있다. 광업권 등 특수물건이나 6개월 이상 기간을 거슬러 평가해야 하는 소급평가 등은 50%의 할증률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할인과 할증률의 무게감은 다르다. 광업권 등 특수물건의 평가 건수가 10호 이상의 공동주택 평가 빈도수에 필적할 수 있겠는가. 최소한 소송감정인 경우 수수료 기준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 행정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도, 수차례 수수료 30만 원의 보고서를 일주일 걸려 작성해 보낸 적이 있다. 소송 당사자야 몇 천만 원의 증액과 감액을 다투느라 평가 총액도 그 정도 수준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런 평가 보고서 작성이 1~2백 억 원의 증·감액 소송 건보다 손쉬운 것은 결코 아니다. 

할인과 할증 폭을 균형 있게 맞췄지만 실상 최대 할인율 적용 구간이 기준 수수료로 귀결되는 것은 당연하다. 평가업무에 대한 입찰에서 입찰자별 제반 조건이 무차별하다면 의뢰자 측은 수수료가 조금 더 저렴한 곳으로 쏠릴 것이다. 수수료 제안액도 하한 수수료로 수렴한다. 한편, 고액구간의 수수료율 인하 조치가 근래에 있었고, 할인·할증 구간의 폭도 조금 늘어났다. 기존에는 10%의 할인·할증에서 20%의 할인·할증으로 확대됐는데, 실은 업계 전체 수입을 10% 감소시키는 폭탄이었다. 

수수료 요율 문제와 할인·할증 구간 폭은 감정평가업계 주무부서, 곧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와 이 업계가 마찰을 빚을 때마다 태생적 약점으로 공격당하는 메뉴다. 구간별 요율을 명시적으로 낮춘다면 가시적이고 공격적으로 보이지만, 할인·할증 폭을 조정하면 표면적으로는 사안별로 탄력적으로 적용하도록 배려했다거나 혹은 중개수수료율 인하처럼 의뢰자의 수수료 부담을 낮춘다는 명분도 서면서 은밀하게 수수료 총액을 낮추는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수수료 자율화’ 카드다. 감독기관이 평가업자를 길들일 수 있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감정평가업무가 일반적인 서비스 영역과 다른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할 때만이 ‘감정평가업자 보수에 관한 기준’의 존속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다. 평가결과가 곧바로 부동산 조세의 형평성, 피수용자의 재산권 보호,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 건전성을 담보해 준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면 명분 있는 자율 경쟁을 강제할 수 있다. 수수료 자율화 체제에서 수수료 입찰제가 적용되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저가 및 덤핑 입찰로 평가 건을 대량 수주한 탐욕스런 감정평가업자가 수수료 수준에 걸맞은 질 낮은 부실 보고서를 양산할 것이다. 그건 분명하다. 균형과 공정성을 상실한 부동산 가격이 범람하고 그 피해는 감정평가업계의 몰락을 거쳐 경제·사회 전반에 파급될 것이다. 

감정평가보고서라면 수수료 기준을 피할 수 없다. 미준수자에 대한 행정적 처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의뢰자는 수수료 다 낼 수 없다고 완강하고, 한술 더 떠 다른 평가법인은 조금 더 할인해 줄 수 있다고 확답했다는 얘기를 의뢰 예정자로부터 들으면 마음이 조급해 진다. 일부 평가법인은 실질은 감정평가보고서이면서 겉표지만 컨설팅 보고서로 위장해 편법적으로 수수료 기준을 피해 간다는 소식도 들은 적 있다. 어쨌든 감정평가수수료 ‘앱’도 개발돼 편하게 자산가액에 따른 평가수수료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수수료 규정은 강제사항이고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필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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