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50) - 빨주노초 파프리카
상태바
차근욱의 'Radio Bebop'(50) - 빨주노초 파프리카
  • 차근욱
  • 승인 2015.07.14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얼마 전, 광주로 향하는 새벽차에서 무심히도 창 밖을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올해 벚꽃이 피면 올해는 정말 벚꽃구경 가야지.’ 엉? 하지만 생각해보니, 벌써 7월이다. 벚꽃이 필리 만무하지 않은가. 새벽의 푸른 빛 도는 창 밖이 마치 봄만 같아서 나도 모르게 설렌 것이다. ‘아... 올해도 벚꽃은 이미 지나갔구나.’하고 순간 나는 실망해버렸다. 그렇다면 의문이 남는다. 나는 올해 벚꽃이 필 무렵,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마도 마이크를 잡고 어디선가 떠들며 보냈겠지. 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시간은 기억을 지우며 앞으로 나아간다. 어느 순간이든, 순식간에 이미 지나가 버린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면 견딜 수 없어지곤 한다. 결국 모두 지나갈 뿐, 곁에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허무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옛 어른들 말씀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 그렇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남는 건 오직 ‘먹는 것’ 뿐이다.

이 한 여름에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사실 중요한 문제다. 예전에 운동하는 후배들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었다. ‘넌 네가 먹는대로 된다! 딸기가 되고 싶어?! 그럼 딸기를 먹어!’하고. 운동에 있어 몸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사실 먹는 것이다. 먹는 것이 70이라면 운동은 30정도랄까. 그래서 오늘은 먹는 이야기.

또야?!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본격적으로 먹는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다. 내...기억에는... 뭐, 그렇다. 어려서는 존경하는 ‘오오야마 마츠다츠(大山倍達)’ 선생님의 말씀에 깊은 감동을 받아 기특하게도 그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했었다.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어 두어라. 언제 또 다시 먹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처음 선생님의 이 말씀을 접했을 때에는 그야말로 눈 앞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 들어 ‘그렇다. 언제 먹을 수 있을지 모르니, 항상 눈 앞에 먹을 것이 있다면 최대한 먹어두도록 하자.’라는 다짐을 하기도 했었다. 전무후무하신 강인함을 보여주신 선생님의 말씀이시니 의심없이 무조건 따르기로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덮어먹고 먹다보면 돼지꼴을 못 면한다’. 라는 큰 교훈을 얻고 난 후인 지금은 조금씩 소식을 하려 나름 노력하게 되었다. 먹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소식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많이 먹는 것 보다는 어떻게 먹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하고 싶어서이다.

어렸을 때는 운동을 좋아했던 탓에 얼마든지 먹을 수 있었고, 또 잘 먹었다. 어른이 된 후에도 홈쇼핑 음식모델을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잘 먹었는데, 주변 분들의 말씀에 따르면 내가 먹고 있으면 정말 맛있어 보인다고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난 정말 맛있어서 먹고 있는 거니 그렇겠지만. 학창시절에는 피자 패밀리 사이즈로 한판을 혼자 다 먹은 다음, 족발 대(大)자를 먹고, 후식으로 짜장면 곱빼기와 탕수육 셋트로 마무리 했었다. 언젠가 짜장면을 조금 남기자 어머님께서 몸이 어디 안좋냐고 걱정하셨던 기억도 있다. 운동이 끝나면 늘 배가 고팠고, 스트레스도 먹으면서 풀어버렸다. 하지만, 세상 만사 과유불급. 그렇게 과식 라이프를 즐기며 살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쉽게 지치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싶어서 더 먹었는데, 더 먹는다고 해서 힘이 나질 않았다. 그런데 반전은 그 다음이었다. 일이 바빠지면서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거나 거르기 쉬운 생활이 이어졌음에도 뭔가 예전보다 덜 지치는 느낌이 들었다. 굉장히 허기가 지고 배가 고플 때도 있었지만, 당장 수업을 하거나 상담을 하고 있노라면 집중한 탓에 배가 고픈지 아픈지 잊어버리게 되어 먹지 않았던 것인데, 신기하게도 훨씬 몸이 편해졌다. 뭔가 역설적이긴 하지만, 사람의 몸이란 더 먹는다고 해서 힘이 나고 덜 먹는다고 힘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늦게나마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과격한 운동을 한다면 많이 먹게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전문적인 운동을 하는 수준까지가 아니라면 힘을 내기 위해서라도 굳이 일부러 많이 먹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요즘은 그렇게 생각한다. 대신 건강한 식재료를 건강하게 먹는 것은 중요하다는 것이 나름의 원칙이다.

토마토는 약간 익혀서 너트류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그 이외에는 신선한 야채를 그냥 깨끗하게 씻어 먹는 편을 개인적으로는 선호한다. 보양식이라고 챙겨먹거나 찾아 먹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옛날처럼 영양가 있는 음식자체를 섭취하기 어려웠을 시절이야 초복이니 중복이니 말복이니 해서 따로 고기를 통해 단백질을 섭취할 필요가 있었겠지만, 요즘처럼 생활 전반에 영양가 있는 음식들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야 따로 그렇게 챙겨 먹기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평소 안먹던 음식을 먹으면 배만 아프지 뭐.

그래서 내가 가장 선호하는 식사는 ‘파프리카’이다. 간단하게 씻기도 편하고 식감도 좋으며 맛도 좋은 데다 몸에도 좋다. 도시락가방도 그냥 비닐봉지 하나면 충분하기 때문에 시장을 지나다가 파프리카를 파는 야채가게에 가서 한끼에 먹을 정도의 분량을 산 후에 짬이 날 때 슬슬 물에 씻어서 먹는다. 사과를 쪼개는 것보다 훨씬 쉽게 양쪽으로 자를 수 있기 때문에 먹기도 편하다. 시간도 절약되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직 파프리카만 먹지고 살지는 않는다. 하루에 한끼 정도는 요리된 음식을 먹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꼭 1일 1식으로 밥을 챙겨 먹으려 하지는 않는다. 흰쌀밥은 아무래도 탄수화물의 대표주자이니까 조심스럽다. 보리밥이나 현미밥이면 몰라도.

좋아하는 식재료는 오이, 당근, 파프리카. 그리고 양배추인데, 나만의 요리비법이라면 그냥 슬슬 씻어서 껍질채 먹는달까. 아침식사를 할 시간이 있다면 늘 바나나에 우유 한잔을 먹는데, 먹기도 편하고 맛도 좋아서 아침식사로는 제일 적합해 습관이 되었다. 바쁘면 아침식사는 그냥 패스.

토마토의 경우에는 아쉬움이 좀 있는데, 사실 토마토는 슬라이스로 잘라서 설탕을 뿌려먹는 것을 어려서부터 무척 좋아 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체력이 국력인 직업을 갖게 되다보니, 설탕을 먹는 것은 조심스러워져서 생으로 먹거나 아몬드 등의 너트류도 함께 사서 먹고 있다. 많이 먹기 보다는 몸이 편하고 가벼워지는 식사를 선호하게 바뀐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 달고 새콤한 맛이 그리워 심각하게 고민을 할 때도 있지만.

먹는 것을 놓고 그렇게 요란을 떨며 잘난척 할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는데, 잘난척이라기보다는 굉장히 게으르게 살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생각해보시라. 그냥 야채를 몇 개 사서 그냥 씻어서 우적우적 먹는 것이 전부인데, 유난을 떤다고 보기는 좀 어렵지 않나. 부지런했다면 밥도 해먹고 반찬도 해먹고 찌개도 끓였을테니까. 그저 나는 야채가게에서 식사로 먹을 파프리카를 사서 물에 씻어 우물우물 힘차게 씹어 먹을 뿐이다. 그리고 식사 끝. 그렇게만 먹고 생활이 되느냐라고 물으신다면, 후후후. 사람들을 만나면 어차피 함께 식사를 할 일이 생기기 때문에 혼자서 먹는 비율과 다른 분들 함께 식사하는 비율을 고려해 본다면, 건강상 혼자 먹을 때는 이렇게 가볍게 야채를 먹는 편이 몸에는 한결 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파프리카는 노란색이 가장 몸에 좋다고 어디서 주워 들었는데, 경험에 따르면 빨간색이 가장 달콤했다. 그래서 파프리카를 살 때면 빨간색을 좀 많이 사는 편이다. 브로커리도 몸에 좋은 수퍼푸드라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좀 그렇게 맛있다는 생각이 좀 들지 않아서 무와 수박을 사서 먹을 때 같이 사서 먹고 있다. 그러니까 내게는 무와 수박과 브로커리는 날을 잡아 좀 손을 대어야 하는 번거로운 식사인 셈이다.

혼자 오래 살다보니 아무래도 효과성과 편리성을 추구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 건강을 위한 식사는 항상 고민이다. 맛있는 것은 몸에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특히 소스는.

몇 일 전이 초복이라며 몸보신은 좀 했느냐는 인사를 최근에 받곤 했는데, 초복에 삼계탕을 먹지는 않았다. 어디서 읽은 기사에, 삼계탕보다 사실 건강에 더 좋은 것은 추어탕이라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그 날 이후, 나는 나름의 영양보충은 ‘추어탕’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그것도 미꾸라지의 압도적인 박력을 생생히 보여주는 통 추어탕으로.

여름이다보니 식중독이나 급체라던가의 위험성이 항상 존재하는 시절이 되었다. 그러니 독자여러분들께서도 어패류보다는 야채를 챙겨 꾸준히 드셔보심이 어떠신지. 그것도 아주 샛빨간 파프리카로. 누가 아는가. 그 정렬의 파프리카가 우리를 불꽃청춘으로 만들어 줄지도.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