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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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31)
  • 신종범
  • 승인 2015.07.1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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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법무법인 The Firm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19금>

올해도 7월이 되자 서울지방변호사회로부터 문서가 하나 도착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서다. “귀 회원은 변호사법 제89조의4에 의하면 공직퇴임변호사로서 공직퇴임일로부터 2년 동안 수임한 사건에 관한 수임자료 및 처리결과를 우리 회에 제출하고, 우리 회는 이 제출받은 수임자료 및 처리결과를 법조윤리협의회에 제출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귀 회원은 2015. 1. 1.부터 2015. 6. 30.까지 수임한 사건에 관한 수임자료 및 처리결과를 오는 2015. 7월말까지 서면으로 우리 회 사무국 재무팀으로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공직에서 퇴임한 후 2년 동안은 변호사로서 수임한 자료를 반기별로 법조윤리협의회에 제출해야 하니 올해 상반기에 수임한 사건 내역을 제출하라는 것이다. 2013. 3. 공직에서 퇴임한 후 위와 같은 문서를 몇 차례 받았고 그에 따라 수임자료를 제출해왔었지만 이번에 이 문서를 받고서는 사뭇 그 느낌이 달랐다. 얼마전에 있었던 황교안 국민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때문이었다.

이제는 국무총리가 된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지난 6월 8일부터 10일까지 있었다. 국내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여 온 국민이 한창 불안감에 떨고 있을 때였다.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때마다 많은 관심을 보였던 국민들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처음 접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도 있었지만 그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으로 낙타고기를 먹지 말라고 홍보하는 정부의 무능함에 국민들 각자가 새로운 바이러스에 맞설 방안을 알아서 찾아 나가야 했다. 이전에 총리나 장관 후보자들을 줄줄이 낙마하게 했던 병역면제, 세금탈루, 전관예우, 사상편향 등의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었지만 메르스는 이러한 의혹들을 모두 집어 삼켰다. 그리고 황교안 후보자는 새로운 국무총리가 되었다. 그런데, 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논란이 불거졌다. 바로 ‘19금’ 논란이었다.

법조윤리협의회가 황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자료를 제출하면서 황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수임했다고 신고한 119건 가운데 19건을 제외하고 그 내역을 제출하였는데, 이를 두고 ‘19금’ 논란이 있었던 것이다. 인사청문회 때 후보자 개인이나 정부조직에서 자료를 충실하게 제출하지 않아 문제된 적은 간혹 있었지만 그 외 기관이 국민의 대표기관에서 요구한 자료의 제출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잘 들어보지 못했고, 법조윤리협의회가 황 후보자와 어떤 연관이 있는 조직도 아니어서 많이 의아했다. 법조윤리협의회의 입장은 이랬다. 변호사법 제89조의4는 공직퇴임변호사로 하여금 ‘수임사건’에 대한 자료와 처리결과를 소속 지방변호사회를 통하여 법조윤리협의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고, 제89조의9는 법조윤리협의회는 인사청문회를 위해 국회의 요구가 있을 때 제89조의4에 따라 제출받은 자료 중 공직퇴임변호사의 성명, 수임사건의 관할 기관, 처리결과 등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위 19건은 ‘자문사건’ 해당하여 제출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변호사법 제89조의8에 의하여 법조윤리협의회는 비밀을 누설할 수 없으므로 위 ‘자문사건’에 대한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그 소속 공직퇴임변호사로부터 수임자료를 제출받아 이를 법조윤리협의회에 제출하는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다. “법조윤리협의회가 ‘수임’, ‘자문’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의해서 (제출규정에) 집어 넣은 것”, “변호사법이나 시행령 어디에도 ‘자문’이라는 규정이 없다. 그런데 협의회에서 ‘자문’이란 새 단어를 만들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의 검증을 소모적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상반된 입장에 대하여 변호사들의 의견은 분분한데 주로 고위직 공직 퇴임자나 이들이 많이 소속되어 있는 대형로펌에서는 법조윤리협의회의 입장에 찬성하고 있는 듯 하다. 필자는 변호사법 규정상 수임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있는 공직퇴임변호사이지만 이번의 법조윤리협의회의 입장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공직퇴임변호사에게 퇴직 후 2년 동안 그 수임자료를 법조윤리협의회에 제출하게 한 것은 우리사회에 뿌리깊게 박혀 있는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함이고,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시 법조윤리협의회로 하여금 공직퇴임변호사로부터 제출받은 수임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한 것은 전관예우의 근절뿐만 아니라 고위 공직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하기 위함이므로 이를 위해서는 공직퇴임변호사가 전관으로 부당하게 특혜를 누릴 수 있는 기간 동안에 수임한 송무사건 뿐만 아니라 자문한 사건까지도 수임사건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 자문을 의뢰받는 것도 당연히 사건을 수임하는 것이고, 어떤 측면에서는 자문사건의 경우에 전관예우의 폐해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법조윤리협의회는 전관예우를 근절하여 법조윤리를 바로 잡기 위해 설립되었지만, 이번 인사청문회과정에서는 오히려 전관예우를 수호하는 기관이 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직퇴임변호사가 제출해야 하는 수임사건의 범위에 자문사건을 명시적으로 포함시키고, 수임료까지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관예우는 오랫동안 국민들에게 사법에 대한 불신을 갖게 했을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변호사에게도 상실감을 안겨다 주는 적폐중의 적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러한 적폐를 일소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을 마련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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