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95/ 개간비의 감정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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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95/ 개간비의 감정평가
  • 이용훈
  • 승인 2015.07.1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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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시골집에 날아든 ‘변상금 부과 사전통지서’에 화들짝 놀란 부모님이 필자에게 급히 연락을 해 왔다. 뭔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시청에서 발송한 서류니 그 쪽 담당자랑 통화해서 잘 해결하라는 것이다. 10여 년 전 부모님이 전원주택으로 이주하면서 도로 변 그리 넓지 않은 텃밭을 마련하시고는 그간 수확물이 쏠쏠했다. 마늘, 고구마, 고추, 호박 등 무공해 농산물을 때마다 챙겨주셨고, 김장용 배추도 손쉽게 조달됐다. 도로변이기는 하지만 도로와 텃밭 사이 어느 정도 이격이 있어 무단 점유할 부분이 있었을까 싶었지만, 사전통지서 상의 위성 지도에는 텃밭부터 도로까지 내년 농사를 위해 갈아엎은 누런 땅이 이어져 있었다. 좌우 농경지 소유자가 장마 때마다 물이 고여 낭패를 겪었다고 성토(盛土)하는 걸 보고 그대로 따라하셨단다. 포장도로 바로 앞까지 흙으로 메우고 경작면적을 지혜롭게 늘렸다고 좋아하셨던 기억을 더듬으니 도로 무단점유는 분명했다. 포장도로만 ‘도로’라고 이해한 측면 탓일 것이다. 점용허가를 위한 측량, 점용허가 신청 등 관련 업무를 대행해 주는 설계사무소는 어렵지 않게 물색할 수 있다. 변상금이야 납부하면 되는 것이고 추후 계속 사용을 위해 도로점용허가를 받고 매년 규정에 따른 사용료를 정상적으로 납부해야 할 것이다.

국·공유재산 중 일부 토지를 점유자에게 매각할 때가 있다. 이 중 도로를 텃밭으로 만들 듯이, 사용허가 또는 대부계약을 맺고 점유자가 해당 토지를 개량해서 사용 중 그 토지를 매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얼마에 매각해야 할까.『국유재산법』시행령 42조에는 ‘일반재산을 법 제45조에 따라 개척·매립·간척 또는 조림하거나 그 밖에 정당한 사유로 점유하고 개량한 자에게 해당 재산을 매각하는 경우에는 매각 당시의 개량한 상태의 가격에서 개량비 상당액을 뺀 금액을 매각대금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시행령 28조는 ‘개량비의 범위는 형질 변경, 조림, 부속시설 설치 등에 드는 인건비·시설비·공과금 및 그 밖에 해당 재산을 개량하기 위하여 실제 지출한 비용으로 한다.’고 해, 결국 들인 품은 인정받을 수 있다. 물론 개량한 자가 제시한 개량비가 적절한지는 공유재산일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심사·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점유자의 상환청구권’을 규정한 민법 제 203조 2항도 같은 맥락이다. ‘점유자가 점유물을 개량하기 위하여 지출한 금액 기타 유익비에 관하여는 그 가액의 증가가 현존한 경우에 한하여 회복자의 선택에 좇아 그 지출금액이나 증가액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앞서 국·공유 재산의 매각 시 인정받았던 개량비보다 선택 폭이 훨씬 넓다. 지출액보다 개량을 통한 가치 증가가 월등했다면 개량 전·후의 가액 차이를 청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익비 지출로 인한 가액 증가분을 점유자가 아닌 소유자가 취득한다면 이는 민법 제741조(‘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의 부당이득의 내용에 해당될 것이다.

이런 논리가 ‘보상’에 관한 일반법이라 할 수 있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도 스며들어 있다. 법 64조는 ‘손실보상은 토지소유자나 관계인에게 개인별로 하여야 한다. 다만, 개인별로 보상액을 산정할 수 없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규정인데, 이때의 ‘관계인’을 ‘사업시행자가 취득하거나 사용할 토지에 관하여 지상권·지역권·전세권·저당권·사용대차 또는 임대차에 따른 권리 또는 그 밖에 토지에 관한 소유권 외의 권리를 가진 자’로 정의했다. 개량행위를 한 점유자도 이 때의 관계인에 포함되는지 불분명해 보이지만, 개간비 보상에 관한 규정인 동법 시행규칙 27조 3항(‘개간비를 보상하는 경우 취득하는 토지의 보상액은 개간후의 토지가격에서 개간비를 뺀 금액으로 한다.’)을 통해 심증이 확증으로 바뀐다.

토지의 개량행위 중 하나인 ‘개간’이 반드시 부족한 농경지를 확보하기 위한 토목공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매립, 간척 등 땅의 가치를 높이는 일련의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 한강변으로 홍수 때면 둑을 넘어오는 저지의 땅 대부분이 국·공유지였다. 이곳에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마을을 이루게 된 곳이 적잖다. 그 옛날 제대로 된 행정절차를 거쳐 점유했겠는가. 간이 구조물 설치하고 판잣집으로 거처 마련한 후 되는 대로 터 잡아 경작했을 것이다. 경작지와 거주지를 확보하기 위해 둑을 높게 쌓았을 수도 있지만 저지(低地)상태를 개선하려고 해당 토지는 성토해 지반을 높이는 데 주력했을 것이다. 근래 들어 점용허가를 진행하고 대부료를 납부하며 합법적인 점유자의 지위를 회복한 이도 있지만 농경지로 점용허가 받고는 공장으로 사용하다가 고발돼 점용허가 연장 없이 변상금 처분을 받은 세대도 드물지 않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런 지역 일대가 공익사업의 형태로 개발되면, 개간비 보상의 문제가 대두된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시행규칙 27조에는 보상 대상자가 되기 위한 요건을 3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동시 충족할 때만 가능하다. 첫째는 개간한 토지가 국가나 지자체 소유자의 토지 즉 국·공유지여야 한다. 당연히 사유지에 대한 개량 문제는 사인간의 다툼으로 해결해야 한다. 둘째, 관련 법령에 따라 허가·인가 등을 받고 개간을 진행했어야 한다. 『국토계획법』에 따른 형질변경허가뿐만 아니라 『국유재산법』 및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른 사용허가 또는 대부계약은 정상적인 허가·인가로 취급된다. 공익사업 직전에 계약기간이 만료돼 이주한 사람은 안타깝게도 눈앞에서 개간비 보상금을 날릴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개간한 자가 개간 당시부터 보상 당시까지 계속하여 적법하게 해당 토지를 점유하고 있어야 한다. 개간비 지출자와 보상대상자가 동일인이어야 함을 말하며, 개간한 자가 사망한 후 그 상속인이 사망한 때부터 계속하여 적법하게 해당 토지를 점유하고 있는 경우 예외를 인정받는다.

개간비 보상액은 ‘개간에 소요된 비용’으로 정했다. 개간당시와 보상을 받은 기준시점 간의 화폐가치 차이는 어떻게 보정해야 할까. 개간은 과거에 이뤄졌지만 현재 시점 그러한 개간을 해야 할 경우 추정되는 비용 상당액으로 정하면 깔끔하게 해소할 수 있다. 다만, 개간비 상당액이 개간 전·후 토지 가치 차액보다 크게 되면 개간이 이뤄진 토지에 대한 보상 총액이 정상적인 보상금을 상회하게 된다. 개간비의 상한선은 당연히 ‘개간 후의 토지가격-개간 전의 토지가격’이 된다. 개간비에 대한 보상 평가 시 개간 전·후의 지세나 지질, 비옥도, 이용 상황과 개간의 난이도가 고려될 것이고, 개간비용 추정이 어렵다 싶으면 실무적으로 정한 일정한 비율에 개간 후 토지가격을 곱하는 식의 접근도 이뤄지고 있다.

개간을 한 것은 분명한데, 어느 한 요건 때문에 보상 대상에서 탈락된다면 구제책이 있을까. ‘보상’의 테두리를 벗어났으니 ‘소송’의 영역으로 다퉈야 하고, ‘부당이득반환’의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개간으로 인한 가치 증가분은 토지 소유자 입장에서 ‘타인의 노무에 의한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유자이자 개간자는 무난한 손실보상의 틀에서 개간비가 다뤄지길 희망한다. 남들 보상금 받을 때 무난히 보상금을 수령하는 것이 속 편하지 않은가. ‘무조건 보상금 내줘라’고 사업시행자 사무실 앞에서 시끄럽게 항의한다고 무턱대고 나무라서는 안 될 게, 송사에 휘말리는 것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고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떠는 모습이 우리 중 누구라도 당사자가 됐다면 보였을 행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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