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친(親) 로스쿨 정책을 꾸짖은 헌법재판소
상태바
[기자의 눈] 친(親) 로스쿨 정책을 꾸짖은 헌법재판소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7.03 12:03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대한민국이 이젠 싫어집니다. 어디 썩지 않는 곳이 없죠. 정의를 지키는 사법부마저 이젠 환멸을 느낍니다. 이민이라도 가고 싶습니다’. 최근 한 지인 시민운동활동가가 기자에게 내 놓은 푸념이다.

그는 경륜과 식견을 갖춘 법관을 통해 양질의 재판서비스를 펼치기 위해 도입한 법조일원화에 웬 뜬금없는 3년단기경력 법관이냐며 역정을 냈다. 백번 양보해도 3년 경력 요건에서 6개월이나 모자란 로스쿨 출신 경력자를 억지로 법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더 이해할 수 없다는 강변이었다. 특히 논란이 된 박모 신임법관을 두고, 재판연구원시절 관여했던 법원사건을 이후 법무법인에서 근무하면서 이 사건 원고측을 대리했다며 분노를 터트리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왜, 왜, 왜...라며 자꾸 의문을 던졌다.

지난 1일 오전 10시 대법원 대강당에서는 박씨를 포함한 37명의 로스쿨 출신 단기경력 신임법관임명식이 단행됐지만 밖에서는 한 시민단체가 임명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피켓시위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또 오후에는 한 변호사가 박 신임법관을 변호사법 위반을 이유로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날로부터 정확히 6일전, 6월 25일에는 변호사시험의 성적을 비공개하는 변호사시험법 제18조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응시생들의 알권리를 침해했다며 위헌결정을 내렸다. 요지는 로스쿨 제도 안착보다 개인의 알권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며 위헌심사 요건 중 입법목적만 제외한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에서 헌법정신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법리적으로 해당 조항은 완패였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로스쿨제도에 대해 매우 관대했다. 로스쿨 출범 초기 기존 법대생들의 로스쿨로 인한 학습권, 직업선택권 침해 청구, 2천명 총 정원에 100명을 여성으로만 선발하는 이화여대 로스쿨에 대한 평등권 침해 청구,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6개월 실무수습에 대한 평등권 침해 청구, 로스쿨 인가 탈락에 대한 재량권 침해 청구 등, 기자의 기억으로는 헌법재판소는 백전백승 로스쿨제도에 손을 들어 주었다. 법조인 양성이라는 중차대한 백년대계의 교육제도로서, 입법부와 행정부의 정책적 결정과 집행을 최대한 존중하기 위한 다소 억지 결정도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얼마나 급급했던지 로스쿨법을 먼저 통과시키고 변호사시험은 어떻게 치를 것인지는 2년이 지난 후 첫 입학생들이 학업을 시작한 지 2개월이 지나서야 변호사시험법을 제정하는 괴상망측한 입법례를 남겼다. 또 이들 입학생들이 첫 변호사시험을 치르기도 전인 2011년 7월에는 느닷없이 시험성적을 비공개하는 것으로 법을 개정했다. 로스쿨의 서열화 및 과다 경쟁을 방지해 다양한 전문성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고 조기에 제도적 정착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짜인 국회, 법무부, 로스쿨의 합작품이었다. 

대법원이 2011년 7월 법조일원화를 추진하면서 로스쿨제도와 형평성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사법연수원 1년차들의 신뢰조차 망각한 채 법관즉시임용을 폐지했다가 헌법재판소로부터 한정위헌결정을 받은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같은 악수(惡手)를 들까, 늘 곰곰이 생각해 왔다. 헌법 총론만 대출 훑어본 애송이 법학도조차도 위헌을 확신할 수 있었던 사안 아닌가. 로스쿨이 너무 달콤해서 일까. 아니면 사법시험이 너무 써서 빨리 뱉고 싶어서였을까. 인기몰이가 생명인 입법부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행정부는 사법부는 달랐어야 했다. 

지금부터라도 법조인력양성 및 선발제도 만큼은 돌다리를 두드리듯 신중한 자세로 국민적 합의를 통해 차근차근 다져나가야 하지 않을까.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ㅇㅇ 2015-07-03 17:09:09
이번 변호사시험법 성적 비공개조항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은 현행 로스쿨 제도에 대한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그동안 로스쿨이 현대판음서제로 통한 것에 대한 국가의 낙인, 법학교육의 다양화란 이념 취지는 변호사 시험 우수 합격이라는 무한경쟁으로 전환, 갈수록 악화되는 로스쿨 재정적자로 인한 장학금 축소, 합격률도 조만간 30프로대로 떨어진다.

결국 합격률이 조금 높고 더 비싼 사법시험과 다를게 없이 되버렸다.

ㅇㅇ 2015-07-03 17:09:09
이번 변호사시험법 성적 비공개조항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은 현행 로스쿨 제도에 대한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그동안 로스쿨이 현대판음서제로 통한 것에 대한 국가의 낙인, 법학교육의 다양화란 이념 취지는 변호사 시험 우수 합격이라는 무한경쟁으로 전환, 갈수록 악화되는 로스쿨 재정적자로 인한 장학금 축소, 합격률도 조만간 30프로대로 떨어진다.

결국 합격률이 조금 높고 더 비싼 사법시험과 다를게 없이 되버렸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