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94 / 용도지역과 감정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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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94 / 용도지역과 감정평가
  • 이용훈
  • 승인 2015.07.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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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국회법 개정안 문제는 결국 권한의 문제다. 행정 자율성 보장이니 입법 권한 침해니 내세우지만 실은 누구의 권한이었는지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감정평가업계도 자산재평가 주체의 문제로 회계사 업계와 다툼을 벌였고 현재 진행형이다. 밥그릇 싸움은 결국 모든 경제인의 영토분쟁인 셈이다. 이런 다툼은 그러려니 해야 한다. 한쪽이 알아서 접고 들어가길 기대할 수 없으니. 

안식년이든 정기연수든 미국에 1~2년 머물다가 돌아온 지인들의 공통된 체류 소감은 ‘미국이야말로 남자가 가정적인 스타일로 변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 곳’이라는 것. 술을 마실 수 있는 곳(wet zone)을 찾아 차를 몰고 몇 십 분 운전해야 하는 불편함에 지쳐 저녁 시간 가족과 담소하는 걸로 대체하면서 원하지 않았지만 좋은 습관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지역이 그렇게 구분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생소했지만 단순화시키면 안방 옷장의 외출복이 계절별로 정리정돈 된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지역 ‘마천루’로 불리는 고층 건물은 어떤가. 저층, 중·저층, 중층, 중·고층, 고층별로 건물 용도를 달리 정하고 있다. 상가, 아파트, 오피스텔, 호텔, 대형마트, 카지노 등 복합 선물세트와 같이 가지런히 그 용도가 층별로 정돈된 느낌이다. 한 층 내 아파트와 상가를 혼재시키는 설계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식으로 지역도 잘 정돈할 필요가 있다. 공간이 한없이 넓다면 쓰고 싶은 대로 사용하라고 방치해도 큰 문제는 없다. 정돈을 통해 효율을 높이려는 건 한정된 공간 때문이다. 저효율의 공간 사용과 무질서한 토지 이용으로 인한 폐단을 용납하기에는 공간의 여유가 없다는 것. 국토를 잘 설계하기 위해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어울리지 않는 토지이용’을 규제하는 것을 쉬운 말로 ‘지역지구제’라 한다. 핵심은 허용용도와 금지용도를 정해 주고 수직적 밀도 역시 규율하겠다는 것이다. 

1.거주의 안녕과 건전한 생활환경의 보호 2.상업이나 그 밖의 업무의 편익 증진 3.공업의 편익 증진 4.자연환경·농지 및 산림의 보호, 보건위생, 보안과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 방지를 위한 녹지의 보전 필요성은 도시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다. 이들이 도시지역이라는 큰 틀에서 각각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으로 자리한다. 비도시지역에는 관리(보전관리, 생산관리, 계획관리), 농림, 자연환경보전지역을 배치해 놓고 각각의 용도지역 성격과 특성, 즉 어떤 용도로 사용 가능하고 얼마나 높이 건축할 수 있는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로 정한 것이 우리의 지역지구제다. 

토지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무엇일까? 이견 없이 용도지역이 1순위다. 무엇을 할 수 있는 토지인지, 어느 정도 규모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인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일반주거지역을 제1종부터 제3종까지 세분했는데, 이들도 용도와 규모 차이를 보인다. 같은 주택을 짓더라도 제2종은 중층주택이 중심, 제3종은 중·고층 주택이 중심이 돼 편리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라고 규율한다. 제2종은 150~250%, 제3종은 200~300% 범위에서 건물 규모의 상한선을 두었다. 물론 그 이하의 용적률만 찾아간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밀도의 상한선을 둔 것뿐이다. 지자체에서도 이 범위 안에서 관할구역의 면적, 인구규모 및 용도지역의 특성 등을 감안하여 도시ㆍ군 계획조례가 정하는 비율로 용적률 상한선을 두어 얼마간 재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허용용도의 미세한 차이도 확인할 수 있다 양 지역 모두「건축법 시행령」 별표 1 제14호의 업무시설이 입지할 수 있으나 제2종에서는 제3종에서는 허용되는, 바닥면적 합계 3천 제곱미터 미만의 업무시설 중 결혼상담소 등 소개업소, 출판사, 신문사는 들어 설 수 없다. 결국 종이 상향될수록 허용용도가 늘어나고 규모제한도 완화된다고 보면 될 것이다. 

따라서 같은 용도지역 내 토지는 일단 비슷한 성향을 가졌다고 이해해도 된다. 토지의 평가 시 같은 용도지역 내 가격 자료를 활용하도록 강제한 것은 이질적인 성향은 배제하라는 것. 지가변동률 역시 같은 지역 내 용도지역별로 조사·발표한 자료를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표준지 공시지가, 거래사례, 임대사례 모두 다른 용도지역의 자료를 내놓고 ‘그에 비하면 우리는 어느 정도’라고 추정하는 보고서는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이다. 배기량이 비슷한 차량을 상호 비교해야지 국내 경차가격을 보고 최고급 수입차의 가격수준이 어땠느니 말하는 것이 합리적이겠는가? 토지의 체급이라고 봐도 될 ‘용도지역’은 어쨌든 외부에서 설정한 토지의 핵심적 특성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용도지역 간 가격의 격차를 낼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동일한 가로(街路), 용도지역의 경계에 맞닿아 있는 서로 다른 용도지역에 속한 두 개의 토지가 시차 거의 없이 매매됐다면 그보다 신뢰성 있는 자료는 없다. 물론 토지 단가를 비교해야 한다. 그러나 공간적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했을 때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수치를 도출하기는 어렵다. 일반상업지역이라고 1000% 이상의 용적률을 거의 다 찾아 쓴 토지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기껏 2~300%의 용적률만 소비하고 있고 그 이상의 고밀 개발이 불필요한 지역이라면 근방에 있는 주거지역에 비해 약간 우세한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테헤란로와 그 후면 주거지역의 격차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옆 토지보다 건물을 2배 높이로 지을 수 있는 토지라고 해서 토지가치가 정확히 2배에 이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더 높이 짓느라고 발생하는 초과 건축비는 토지의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용적률의 격차를 가치에 반영하는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연구와 논문은 간혹 등장했다. 이때도 용도지역 대분류는 같게 하고 동일 용도의 토지 가격 자료를 수집했다. 특히 공동주택용지가 가장 요리하기 쉬운 자료다. 일단의 개발지역 내 서로 다른 공동주택용지라면 분양가와 토지특성이 거의 유사할 것이므로, 공동주택 건립 세대수를 결정하는 용적률에 따라 토지가치가 달라질 것이다. 독립변수는 용적률 및 그 외 토지가치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단위면적당 토지가치를 종속변수로 산식을 구성하고 회귀분석을 거치면, 용적률 1% 상승 시 토지가치의 변동률을 끄집어 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규모만의 보정은 가능할지 몰라도 용도제약의 문제는 여전히 숙제다. 결국, 용도지역 간 일률적인 토지 가격 격차율을 추출하는 작업은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10조가 넘는 금액을 써 내고 낙찰 받은 강남구 한전부지의 기부채납 액 규모가 대략 언급됐다. 1조 7천억 원 규모다. 물론 현대차가 서울시에 제출한 최종 개발제안서에서 ‘이 정도 금액을 기부채납 할 용의가 있습니다.’라고 말한 숫자에 불과하다. 이들이 자진해 납부하겠다고 의사타진 한 금액은 기존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종 상향되는 것을 고려하여, 일반상업지역의 토지 추정가치에 공공기여율 36% 남짓을 곱해 제시한 것이다. 최종 기부채납금액은 서울시가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결정할 최종 재평가금액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토지 용도와 건축물의 규모에 대한 담장 역할을 하는 용도지역의 변경문제는, 이렇듯 토지개발의 문제에서 항상 뜨거운 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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