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학벌, 또 하나의 카스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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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학벌, 또 하나의 카스트인가
  • 법률저널
  • 승인 2001.10.0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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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명문대 학벌은 '현대판 붕당' '학벌이 봉건시대의 신분을 넘어서는 최상의 자산' '서울대 간판을 내리자' 등 상당히 도전적이고 곤혹스러운 화두(話頭)가 우리 교육과 사회일반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화두의 주인공은 김동훈 교수(국민대 법대)와 장회익 교수(서울대 물리학부)다. 이미 김교수는 '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는 저서에서 소위 '대학해체론'을 주장해 눈길은 끌었던 장본인이다. 장교수는 최근 극단적 혼란과 위기에 처해있는 교육 문제를 풀기 위해 최근 '한시적으로 서울대 간판을 내리자'고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이처럼 대학에서 '밥'을 먹고 있는 교수들이 왜 이 같은 획기적 주장을 하게 됐을까.

 김교수는 학벌은 영락없는 이 시대의 신판 신분제로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는 호패'라고 비유한다. 또 그는 학벌에 '붕당, 독점, 편견'이라는 수사(修辭)를 덧붙인다. 이는 붕당이 갖는 배타성과 비합리성의 표상이며 문화적인 차별의식을 낳아 우리의 무의식속에 자리잡고 있어 획일화 고정화 영구화만 촉진되어 결국 학벌사회가 되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다.

 

학벌은 이 시대의 신판 신분제
 또 김교수는 대학이라는 말에 붙어다니는 '지성의 산실'이나 '학문의 상아탑'같은 낯간지러운 수사를 과감히 떼어낸다. 대신 그 자리에 '청춘의 집단수용소' '불량품을 양산해 놓고 애프터서비스 하나 없는 곳' '신분을 생산해내고 신분을 판정하는 기준을 제공하는 공간' 과 같은 고발성 수사를 갖다 붙인다. 그는 재벌해체와 같은 맥락에서 대학도 해체해야 한다며 재벌이 문어발식 확장하듯, 대학 역시 지방에 분교를 세우고, 다시 분교도 백화점식으로 늘려 거의 본교에 가까운 덩치로 키워낸다는 것이다. 대학이 이렇듯 '몸집불리기'와 '졸업장 판매'에만 열중하니, 대학의 학문적 생산력이 더욱 형편없어진다는 것이 김교수의 진단이다.

 이 같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그는 학벌이 형성되고 강화되어온 전 과정 속에, 교육계의 불공정한 경쟁이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해소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국고의 지원을 받고 있는 국립대학과 국고를 받지 못하는 사립대학이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해야만 학벌사회를 종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대 장회익 교수가 '서울대 개혁론'을 들고 나와 이 같은 파문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장교수는 40년전 서울대를 졸업하고 30년간 서울대에 봉직해온 교수로서 서울대 개혁론을 들고 나와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그는 현재의 교육 문제를 풀기 위해 '한시적으로 서울대 간판을 내리자'고 발표해 세인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장교수는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학벌이 봉건시대의 신분을 넘어서는 최상의 자산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정 대학의 꼬리표가 취업과 승진을 좌우하고, 사회활동에 크게 영향을 미치며, 평생 꼬리표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서울대 지상주의'로 이어져 이것이 교육정상화의 큰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지상주의'는 학교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
 또 장교수는 "지금 학생들은 배우고 가르친다는 교육의 본질 때문이 아니라 서울대라는 '브랜드'를 보고 서울대를 지원한다. 그런데 이 브랜드 가치가 상대적으로 너무 높게 평가돼 젊은이들의 생애에 굉장히 중요한 신분상의 딱지가 돼버렸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서울대 브랜드를 따기 위해 전쟁을 치른다. 밤 12시, 1시까지 머리 싸매고 시험공부를 하는데 그 귀한 시간에 하는 것이 공부가 아니라 정답찍기 연습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대안으로 그는 서울대의 간판을 내리고 '대학간 협력을 통한 국립대학교 학사과정 개방화'로 서로 협력체제를 구축해 함께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서울대 학사과정 입학정원을 10개 이내의 협력 대학교에 배정하여 이들 대학에서 교육하고, 서울대는 이들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 중 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엄한 교육'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서울대 간판의 입학생과 졸업생을 낳지 않으면서도 수준높은 교육이 가능해 우리나라의 교육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장교수는 한국교육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걸림돌이 대학의 오도된 서열화라며 "이제 어떤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이 문제를 정상적인 것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 두 교수의 도전적이고 곤혹스러운 화두가 '교수들이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잡지에 논문하나 올리지 못하는 대학의 열악한 연구환경', '대학생 절반이 하루1시간도 공부 안하고 실력 없는 대학생이 졸업해 사회에 나가서 쓸모 없게 되는 현실', '대학 교수진이 파벌로 피가름과 근친상간을 조장하는 풍토'에선 우리 교육이 학벌이 없는 정상적인 것으로 되돌리기 위한 하나의 기폭제가 될지 아니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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