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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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30)
  • 신종범
  • 승인 2015.06.2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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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법무법인 더 펌(The Firm)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1년 전에도 그랬다. 커다란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곧 구조될 것이라 생각했다. 밝은 오전이었고 해경이 출동하여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으니 많은 희생자 없이 사태가 곧 수습될 것이라 믿었다.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에는 전원 구조라는 뉴스 속보가 들려 왔고, 맘 편히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이후 사태는 전혀 예상과 달리 흘러갔다. 전원 구조라는 뉴스는 완벽한 오보였고, 구조자는 실종자로 바뀌더니 점점 사망자가 되어 갔다. 세월호는 그렇게 조금씩 가라앉았고, 우리는 무기력하게 그 모습을 지켜 보아야만 했다. 그 와중에 정부는 지휘체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채 우왕좌왕 하면서 국민들에게 분노와 실망만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세월호는 아직도 그 진실과 함께 바닷 속에 묻혀 있다. 

그로부터 1년 후. 국내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였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름이 생소하고 얼마나 무서운 질병인지는 몰랐지만 몇 해전 다른 나라에서는 많은 희생자가 나온 사스를 거의 아무런 피해없이 막아낸 적이 있었던 지라 크게 염려하지는 않았다. 환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는 이상 전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하면서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니 그런줄 알았다. 무엇보다 세월호 사건 후 국민안전처까지 만들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겠다는 정부를 믿었다. 몇 명의 환자가 더 발생할 수는 있겠지만 크게 확산되지 않고 곧 수습되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메르스가 종식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갈수록 확진환자와 격리자 수는 늘어만 갔다. 사람들은 감염환자의 병원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정부를 대신하여 확인되지 않는 병원 정보 등을 공유하며 각자도생하는 방법을 익혀야 했다. 정부는 뒤늦게 병원 정보를 공개하고, 총력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을 해소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그리고 메르스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세월호 사건때도 그렇고 작금의 메르스 사태에서도 초기에 대응을 적절히 잘 했으면 이렇게까지 큰 희생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허하게 들리겠지만 만약, 세월호 사건 때 선장과 선원들이 정확히 상황을 판단하고 퇴선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였더라면, 출동한 해경이 선장과 선원들을 먼저 구출할 것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배와 승객 정보 등을 듣고 적극적으로 구조활동에 나섰더라면, 정부가 사태를 일찍 장악하고 조기에 총력 구조 활동에 나섰더라면 희생을 좀 더 줄이지 않았을까? 메르스 사태 또한 최초 환자 발생시에 메르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환자가 거쳐간 병원 등의 정보를 공개하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조금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하게 대응하였다면 메르스는 이미 종식되지 않았을까? 

세월호나 메르스처럼 사건 발생 초기에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그에 대한 대응을 적절히 하지 못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나아가 통제할 수 없을 지경에까지 이를 수가 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의뢰인을 만나 사건을 수임하고 상담을 하다보면 초기에 그 대응을 잘하여 아무런 문제없이 조속히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때가 있는 반면, 초기에 상황 판단을 잘못하고 적절히 대응을 못하여 사건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거나 그 해결을 위해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경우가 있다. 얼마전 군에서 간부로 근무하는 A가 강제추행 등으로 형사입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상담을 하였다. 사연인 즉, 함께 근무하던 후배 간부 B가 전역을 하면서 A로부터 추행, 폭행을 당했으니 처벌하여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여 형사입건이 된 것이다. A는 절대로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하면서 헌병대에서 다른 부대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 처벌을 하려 한다고 하였다. 헌병대에 확인해 보니 피해자의 진술이 있고, 참고인인 부대원의 진술이 있어 혐의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A의 피의사실을 목격하였다는 진술을 한 부대원을 만나보니 헌병대 조사과정에서 강압적인 분위기 탓에 잘 알지도 못하는 사실을 진술하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A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사시 참여하여 B에 대한 대질을 요구하고, B에 대하여 무고로 고소할 것임을 밝히자 B는 민원을 취하하였다. B가 허위로 A에 대한 민원을 제기한 것이었다. 그후 위 참고인의 확인서와 변호인 의견서를 군수사기관에 제출하여 A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만약, A가 수사단계에서부터 자신에 대한 혐의를 벗기 위한 대응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더라면 A는 기소되어 그대로 혐의가 인정될 수도 있었고, 운 좋게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그 과정에서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을 것이다. 암을 조기에 진단 받고 초기에 적절히 대응한다면 커다란 고통 없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듯이 분쟁에 있어서도 정확한 판단을 받아 초기에 적절하게 대응한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서도 조기에 해결이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변호사는 의사와 같이 조기에 정확한 판단과 적절한 대응방법을 찾아줄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작년에는 세월호로 한 동안을 슬픔 속에 지냈는데 올해는 메르스 여파로 불안과 걱정이 이어지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가뭄을 끝내는 시원한 소나기와 함께 메르스가 종식되었다는 소식도 조만간 들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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