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93 / 미지급용지의 감정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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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93 / 미지급용지의 감정평가
  • 이용훈
  • 승인 2015.06.2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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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분당-서울 통근자인 필자에게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구간 중 양재 부근의 정체는 회피할 수 없는 고정 변수다. 요 근래 부쩍 정체 구간이 남쪽으로 내려오더니 이윽고 달래내 고개부터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메르스’에 대한 불안 심리로 자가 운전자가 늘어난 것인지 더위가 본격화되는 시점 으레 그런 것인지 분간은 못하지만, ‘체증’은 분명 느껴진다. 서행 운전 구간이 늘어나니 자연스레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판교에서 양재까지 상·하행선 각 1차로씩 도로 폭을 넓히는 경부고속도로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상습 정체구간에 대한 보완책일 텐데, 새로 도로구역에 편입되는 토지에 대한 보상은 공사 착수 전 이미 마무리됐을 것이다. 

지금같이 도로를 넓히든 새로 개설되는 도로든지, 토지에 대한 보상을 추진하다 보면 다양한 사례를 접한다. 상시 돌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희소하다고 볼 수 없는 사례 중 하나가 ‘미지급용지’다. 종전에 시행된 공익사업의 부지로서 보상금이 지급되지 아니한 토지를 일컫는 용어다. 예컨대, 경부고속도로 확장 사업의 토지보상을 진행하면서 목록 중 이미 도시계획시설도로로 사용 중인 토지가 포함됐는데 이력을 살펴보니 예전에 도로를 내면서 토지 소유자에게 정상적으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토지였던 것. 소유자는 자기 땅이 도로에 들어갔었는지 새까맣게 몰랐을 것이고, 종전 사업시행자는 착오든 부주의든 보상금 지급을 해태(懈怠)했을 것이다. 

보상금 지급 의무자는 종전 사업시행자이므로 뒤늦게나마 토지 소유자가 예전 사업시행자를 찾아 보상금지급을 요청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식으로 누락된 보상금 처리를 하게 되면 새로운 사업시행자는 종전 사업시행자에게 확장 공간에 편입되는 위 토지에 대한 보상금을 추후 지급해야 할 것이다. 토지 소유자 가 덜 불편하려면 중간 다리를 끊는 게 경제적이다. 보상금 유통 단계를 줄여 새로운 사업 시행자가 토지 소유자에게 직접 누락된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 그런 연유로 ‘미지급용지’에 대한 보상 평가가 새로운 공익사업이 있을 때마다 모습을 드러낸다. 

용어는 최근에 개정된 것이다. 종전에는 ‘미불용지’라고 불렀다. 이와 구별되는 ‘미보상토지’도 있었다. 새로운 공익사업이 없다는 게 차이점이고, 자신의 이력이 자연스럽게 드러나지 않는 숨은 토지이므로 종전 사업시행자가 불찰이 있었음을 깨닫고 자발적으로 보상에 나서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미불용지’는 일반인이 쉽게 무슨 뜻인지 가늠케 하지 못하는 낯선 용어라는 점에서, ‘미보상토지’는 공공의 무책임함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다소 껄끄러웠는지, 보상금은 책정했는데 지급만 못했다는 뜻의 ‘미지급용지’로 귀결된 것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누락된 토지에 대한 보상금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종전 사업시행자 말대로 책정된 금액이 있었는데 지급만 누락했다고 보면 그 금액에 물가상승률 정도를 감안해서 지급하면 충분할까. 결론은 평가를 해 봐야 안다는 것. 사정이 천차만별이다. 역시나 가장 중요한 논점은 토지의 용도와 용도지역을 판단하는 부분이다. 이용 상황은 최초 보상금 지급 의무가 발생했던 때를 기준으로 잡았다. 보상금 지급도 없이 도로를 개설한 경우 ‘도로’에 대한 보상금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 ‘도로’ 전환 과정이 자발적인 게 아니지 않은가. ‘도로’로 바뀌기 전 당시 농경지로 쓰던 땅이었다면 현재 시점의 ‘농경지’ 가격으로 보상금을 줘야 할 것이다. 그 당시 어떤 용도였는지 불분명하면 해당 토지의 지목이나 그 주위 토지의 용도를 참작해 추정하기도 하는데 이용 상황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현재 사업시행자의 몫이다. 주변 지역이 일신(日新)하며 농경지대에서 주거지대로 변모했다면 농경지 가격 자료를 찾기는 힘들 것이다. 대지로의 전환을 전제한 농경지 가격 수준(대지가격-형질변경비용)으로 보상해 주는 것이 차선이다. 

용도지역의 기준은 현재 시점이다. 예전부터 현재까지 이용 상황이나 주위환경만 달라졌을 뿐 도시관리계획에 의한 용도지역 변경이 전혀 없었다면 불씨 될 만한 부분은 없다. 도시화의 진행으로 고밀개발을 추진하며 용도지역이 상향됐다면 최종 결과물을 적용하면 될 것이다. 기준시점은 금번 보상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거지역에 조성되는 공원은 오히려 용도지역이 하향되고, 공동주택 중심의 택지개발이라면 용도지역이 상향되는 게 일반적이다. 공원을 조성하고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이 종전 공익사업이었다면 용도지역 변경의 사실상 주체가 사업시행자이므로 그 혜택이나 피해가 토지 소유자에게 전가 되서는 안 된다. 현 시점 용도지역 기준의 원칙을 배제할 수 있는 예외 사유로 볼 수 있다. 물론 미지급용지를 발견하게 된 현재 사업으로 인한 용도 지역 변경에도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용 상황과 달리 용도지역은 추정할 수 없다. ‘도로가 되지 않았다면 상업지역이 될 토지였다’는 항변은 기각사유다. 예외는 최소한이고 한정적이다. 

이용 상황 또는 용도지역 판단의 문제는 결국 보상 문제를 개입시킨 종전 공익사업이나 미지급용지를 발견하게 된 금번 공익사업에 의한 가격의 변동을 일체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종전의 공익사업으로 대상 토지의 이용 상황이 악화돼 있는 것이 일반적인바 이용 상황을 판단할 때만 소급 규정을 적용했을 뿐, 현재 시점에서 새롭게 보상평가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다만 그런 내막이 있는 토지임을 이번 공익사업 시행자가 보상평가의뢰서에 표기하도록 강제한 것(‘미지급용지’ 표기)은 ‘현황평가’ 원칙을 합리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다. 

해마다 각 지자체는 예산을 확보해 이런 미지급용지에 대한 자발적인 보상에 나서고 있다. 과연 새로운 사업이 개시되지 않았다면 영원히 묻힐 보상금이었을까. 그렇지는 않다. 이런 토지를 찾아주고 보상을 누락한 기간의 사용료를 부당이득으로 청구하라고 독려하는 법조인과 유사법조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외상이나 미수는 계속적인 거래관계 아래서 편의를 봐 주다 보니 자연 발생한 것이다. 아마도 미지급용지는 행정청의 편의주의 또는 사업시행자의 탐욕의 결과물로 생긴 인위적인 틈이 아닐까.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보상해 준다고 선심 쓰는 것도 아니고, 이런 영역을 특화시킨 법무법인을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볼 필요도 없다. 그저 줘야 할 것을 한참이나 늦게 챙겨 지급한 것 뿐. 보상 평가 기준도 이용 상황에 대한 특별한 조치 말고는 일반 토지와 달리 적용하지도 않는다.

현 행정자치부 장관의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여부에 대한 판단이, 과거 헌법 학자이었을 때와 국무위원이 된 지금 이렇게 상반될 수 있느냐는 기사가 눈에 띤다. 자유로운 학자의 소신과 제약이 많은 행정부 각료의 공식입장 간 괴리라고 봐야 할까. 반면, 미지급용지와 그렇지 않은 토지에 결코 보상 평가 기준이 달리 적용된다고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이용 상황의 판단은 누가 봐도 합리적인 예외 규정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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