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45) - 너무 짠 김밥은 사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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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45) - 너무 짠 김밥은 사절합니다.
  • 차근욱
  • 승인 2015.06.1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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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최근에, 자주 가던 김밥집의 김밥 맛이 바뀌었다. 간혹 이럴 경우 매우 난감해지는데, 나는 정해진 시간범위 내에서 정해진 패턴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인간인지라 자주 가던 가게의 자주 먹던 메뉴가 바뀌게 되면 그 안타까움을 이루 표현할 길이 없다.

사람의 입맛은 사랑을 하거나 흥분을 하게 되면 짠 맛을 선호하게 되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 사람이 요리한 음식은 대체로 짜다고 한다. 사랑에 빠지셨다면야 뭐, 개인적으로는 경사스런 일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김밥집 이모님께서 너무나 불꽃같은 사랑을 하고 계신 탓인지 김밥이 짜도 너무 짜다. 조금 짠 정도가 아니라, 혀가 얼얼하고 입술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괴~에~엥~장~히 짜다. 처음에는 단순히 실수이시려니, 하고 생각해 그냥 먹었었는데 먹고 나서 입술이 아려서 굉장히 고생을 했다.

어마 어마하게 부어오른 입술도 입술이었지만, 고혈압으로 죽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고. 김밥은 대체로 이동 중에 차에서 먹으려 포장된 것으로 사가는 편인데, 원래 김밥집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기차나 버스 안에서 도저히 못 먹을 정도로 짠 김밥을 대하고 있노라면 역시 혼자서 투덜거리게 된다. 항의를 할 수도 없으니 그냥 먹거나 버리는 수 밖에 없으니까.

한번 정도는 짜다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변화는 없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대부분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점에 대해서 언급을 해도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 편이었으므로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한번 정도는 실수이시려니 생각해서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김밥을 같은 곳에서 샀지만 역시 계속해서 짰다. 이상한 것은 김밥이 갈수록 짜져서 이제는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짜지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그 마성의 사나이는 누구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결국, 마지막에 산 김밥 두 줄은 그냥 전부 버리게 되었다. 단 한 조각을 입에 물고 물을 마시며 먹어도 너무 짰거든. 앞으로 다른 김밥집을 알아보아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안타깝지만 뭐 어쩔 수 없지. 고혈압과 당뇨로 병원을 다니게 되는 것 보다야 나을테니.

그렇다면 나는 과연 ‘개인적 입맛을 갖고 투정을 부리는 것은 아닌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는데, 나는 실은 주변에서 싱겁게 먹으라는 권유를 듣는 편인데다 그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김밥을 사 먹어왔으므로 혼자서 트집을 잡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그렇다면 역시 그 아주머니께서 사랑에 빠지신게다.

살다보면 어찌된 일인지 적절함을 유지하는 균형감각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과자를 보아도 너무 단 것 일색이다. 음식점에 가도 너무 맵거나 짠 것 일색이고. 결국, 주변의 먹거리는 너무 짜거나 너무 달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어느 쪽도 바람직하지는 않기 때문에 차라리 굶기로 하는 경우가 많아져 간다. 물론, 수요의 트랜드를 따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려니 하고 생각한다. 공급하는 쪽에서 억화심정을 품고 그러지는 않을테니.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모두 사랑을 하거나 모두 지나치게 흥분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사랑에 빠졌다면 더 없이 기쁜 일이겠지만, 모두가 흥분하거나 분노하고 있다면, 그건 분명 문제겠지.

얼마 전 들렀던 음식점에서 깻잎이 있어야 할 자리에 깻잎이 아니면서도 깻잎처럼 보이는 채소를 대하고 고개를 갸웃거린 적이 있다. 내가 알던 깻잎은 끝이 뾰족 뾰족 했는데, 얼마전 음식점에서 만난 녀석은 끝이 둥글데다 향도 없고 잔털도 없다. 분명, 내가 알아온 깻잎이 아니다. 순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조금 오싹해지면서 무서웠달까. 이젠 깻잎조차 믿고 먹을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간다고 생각하니, 내 주변에 가짜가 아닌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졌다.

음식점의 기능은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해롭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돈을 버는 것은 주인과 손님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어떤 일부 음식점에서인가 어느 순간부터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지도 않고 우리가 알고 있는 요리를 하지도 않는 것만 같아 안타까웠다. 세상의 모두는 나름의 사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세상 사람들 모두가 건강이 상할 정도의 맵고 짠 음식을 선호한다고 한다고 해도, 무조건 시류에 편승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음식점도 세상엔 필요하지 않을까. 모두가 짜게 먹는다고 하더라도 싱겁게 먹는 사람도 필요하듯이. 음식점이 바뀌어야 하는 순간에 바뀌지 못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손님과 가게 모두 행복해질 수는 없을 테니까.

동네에 만두집이 새로 생겼었다. 정말 성심껏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완연하게 느껴지는 부부가 운영하는 만두집이었다. 왕새우 만두도 있었고, 통새우 만두도 있었고, 고기만두며 김치만두도 있었다. 맛있었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만두를 만날 수 있어 좋았기에 자주 갔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게는 두 달을 넘기지 못했다. 어느 날 부터인가 가게는 늘 문이 닫혀 있더니 얼마 전, 바로 그 가게에서 휴대폰 매장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왜였을까. 솜씨도 있었고 손님도 있었는데.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음식점은 다들 싫어한다. 물론, 음식점이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손님에게 바라기만 한다면 당연히 옳지 않다. 위생조차 지켜주지 못하고 변명만을 일삼는다면 이미 음식점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손님들이 좋은 음식점을 찾고 발전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역할도 하지 않으면서 음식점만을 비판하는 것도 바람직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사회란 모두가 어울려 살아가기에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기 마련이므로.

만두가게가 문을 닫은 것은 단순히 만두를 잘 못 만들어서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잠재가능성도 있었고 경쟁력도 있었다. 아마 개인적으로 무언가 일이 생겼을 것이고 그래서 그토록 공들이고 노력해가며 시작한 만두가게 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가게를 접게 된 것이리라. 그래서 많이 안타까웠고 그래서 더 많이 아쉬웠다. 정말 좋은 가게였으므로.

세상에 가짜가 넘친다. 해야 할 일을 하기보다는 이익에 먼저 욕심을 낸다. 이익만을 쫓다 엉망이 되어 모두가 상처를 입어도 반성하지 않는다. 가짜는 잘못에서 배우는 것이 없기에 쇄신도 없고 부끄러움도 없다. 오랜 세월 그랬듯이 그럴듯해 보이면 되는 것에만 너무 익숙해서 그냥 어떻게 또 그럴싸해 보이도록 꾸며서 대충 그 순간을 모면하는 방법에 대해서만 관심을 둔다. 마치 향기 없는 깻잎처럼.

사람들은 남을 비판하는 데에 익숙하다. 하지만 그러는 자신은 정작 진짜인지, 자신조차 가짜가 아닌지 돌아보고 반성하는 일에는 관심들이 없다. 멀리 보아야 할수록 지금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자리가 다른 이들을 위하는 자리일수록 더욱 엄격히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결국 음식점이 얼마나 잘하는지 만드는 것은 우리이므로.

살다보면 우리의 운명이 어쩔 수 없이 운이란 것에 좌우될 때도 있다. 최선을 다했고 사력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뜻만큼 결실을 내지 못하고 중도에 좌절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운이란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에게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비록 우리 동네에 생겼던 그 만두가게는 망했지만, 분명 어디선가 그 부부는 다시 일어나리라. 그리고 끝내 아름다운 결실을 이루리라. 자신의 해야 할 본분을 다하고 열심을 다하는 이들에게 시련은 끝이 아니므로.

비록 음식점에서 음식점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손님들이 손님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음식점만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소금 김밥을 사먹지 않는다면 세상에 소금 김밥은 없어질 것이라고 믿는 것처럼.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구요? 그냥, ‘짜게 먹지 맙시다’와 더불어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랄까. 뭐, 아니면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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