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91 / 권리금의 감정평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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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91 / 권리금의 감정평가 2
  • 이용훈
  • 승인 2015.06.0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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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감정평가’라는 용어는 여전히 일반인에게 낯설다. 필자 역시 이 낯선 용어가 익숙한 말로 들리게 된 건 이 직종으로의 이직을 준비하던 30대 초반에 들어선 때였다. 차라리 ‘가치평가사’ 또는 ‘공인평가사’라고 불렀으면 어땠을까. 카피라이터는 15초 광고시간 가장 자극적인 문구를 찾아낸다. 정당 대변인은 현안에 대한 입장, 특히나 상대 정당에 대한 비판수위를 높일 때면 가장 적합한 고사성어와 상용구를 동원한다. 하물며 전문자격자의 명칭을 정하는 문제라면 단순성과 함축성을 고루 갖춰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아쉽다. ‘감정(鑑定)’이 ‘평가(評價)’앞에 붙어 있어 자격자 업무 범위를 압축하는 선명성이 퇴색한 감이다. 변호, 회계, 세무, 변리, 노무, 법무, 관세 등의 용어에 비해 ‘감정’이라는 단어가 갖는 비대중성의 무게가 크다. 

낯선 자격자 명칭에 비해 내용물을 쭉 훑어보면 친(親)생활적이다. 평가에 적용하는 방법론도 평이하다. 가치가 원가, 시장성, 수익성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전문 지식에서 내려와 상식수준에 합류할 법한 얘기다. ‘법리’를 검토하고 ‘특허’의 고유성을 찾는 일, 복잡한 ‘세법’과 ‘노사관계’를 다루는 일은 엄두 내기 힘들지만 부동산과 그 밖의 자산에 대한 가격에 목소리 내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인가. 내용물과 방법론으로 접근하면 ‘생경함’이 ‘친숙함’으로 바뀐다. 최근 신설된 ‘권리금’에 대한 평가 규정도 여느 자산 평가 방법론과 다르지 않다. 

감정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의 첫걸음은 평가 대상을 확정하는 일이다. ‘권리금’을 감정평가하려면 권리금을 구성하는 있는 세부 내용물이 무엇인지 정의해야 한다. 영업활동에 사용하는 영업시설, 비품, 재고자산 등 물리적ㆍ구체적 형태를 갖춘 재산을 ‘유형재산’, 영업활동에 사용하는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물리적ㆍ구체적 형태를 갖추지 않은 재산을 ‘무형재산’으로 규정하고 이 둘의 가치가 합하여 권리금으로 인식된다고 본다. 두 번째, 개별 평가와 묶음 평가 중 택일해야 한다. 낱개 가격으로 판매가 되는지, 패키지 가격으로 거래되는 관행과 논리가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권리금을 감정평가할 때에는 유형ㆍ무형의 재산마다 개별로 감정평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권리금을 개별로 감정평가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적절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일괄하여 감정평가 할 수 있다.’는 규정은 감정평가 방법에 대한 원론적 내용이며, 토지·건물, 토지·건물·기계, 토지·건물·기계·무형자산 등 2개 이상의 자산이 결합된 경우 또는 재원·연식이 다른 기계 여러 점을 평가할 때 통상 3가지 감정평가기법 적용에 앞서 검토해야 할 내용이다. 권리금을 양도하면서 냉방, 난방, 냉동설비 및 자동문, cctv등 시설물 중고가격을 얼마로 인정하기로 하고, 든든한 매출 자원인 단골고객 수를 기준으로 ‘자릿세’ 상당액 얼마를 추가로 받았다면 개별 평가의 논리로 접근할 수 있다. 뭉뚱그려 지불되는 현실이면 ‘전부 얼마’라고 일괄 평가 할 수 있을 것이다. 

개별 평가의 논리를 따를 때, 눈에 보이는 유형재산의 평가 원칙은 원가법이다. 신품의 현재 취득가격과 시설의 사용연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매장을 구성하는 중고 설비의 가격이 재원이 동일한 신품가격의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고, 몇 년도 모델인지에 따라 신품 대비 하락폭이 있게 마련이다. 가치가 매년 일정한 금액씩 뚝뚝 떨어지는지 일정한 비율로 줄어드는지에 따라 정액 또는 정률 가치하락 패턴을 적용할 수 있다. 워낙 범용성이 커 제조사와 구입연도만 대면 중고시세가 손쉽게 검색되는 것들은 거래사례비교법 적용도 가능하다. 신규 영업을 위해 중고 설비를 매입할 때와 폐업하는 자가 중고상에 넘길 때 받는 가격이 판매상의 이문(利文)만큼 격차가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권리금 평가의 핵심이면서 평가 금액 과부족 문제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무형재산’에 대한 감정평가 방법과 그 결과물이다. 모든 무형자산에서와 같이 권리금의 평가원칙도 ‘수익환원법’인데, 구체적인 형태를 띠지 않는 이 재산은 장래 수익성으로밖에 식별되지 않기 때문이다. 권리금 5천만 원, 7천만 원, 1억 원 등을 아무렇지 않게 요구하는 기존 임차인의 생각은, 일반점포에 비해 그간 공들여 만들어 놓은 충성된 단골고객이 장래 그 정도 수익은 거뜬히 올려준다는 셈법이다. 규정에서 구체적으로 정한 평가방법은 1.해당 영업이 지속하는 동안 무형재산으로 인하여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업이익을 현재가치로 할인하거나 환원하는 방법 2.수익환원법으로 산정한 전체 영업의 가치에서 유형재산의 가치를 차감하는 방법이다. 후자는 권리금 일체를 평가한 후 여기에서 유형재산 상당액을 빼 주면 무형재산의 가치가 확정된다는 접근법이다. 

수익환원법을 적용할 때 실무자 입장에서 두 어 가지 어려움이 예상된다. 할인 또는 환원할 영업이익을 ‘무형재산으로 인하여 달성할 것’으로 정했는데 현금흐름의 대상인 ‘초과이익’을 어떤 식으로 인식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상식적으로 임대차기간 동안의 영업이익 합계를 모두 권리금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 권리금에 연결될 초과이익은 어떤 식으로 추정해야 할까. 초과이익의 기준선 역할을 하는 평균이익을 지역 내 매장의 평균적인 영업이익으로 할지, 동일 업종으로 제한할지, 객관성을 기한다는 명목으로 도시근로자 가계지출비 상당액으로 볼 지에 대한 판단은 실무자의 몫으로 남는다. 이전 임차인과 현 임차인의 사업 수완에 따른 영업이익 격차 정보가 있다면 가장 확실하게 초과이익을 파악할 수 있다. 권리금 원금을 임대차 기간 동안 영업이익 중 일부를 적립해 분할 회수한다고 가정하면 초과이익 셈법은 좀 복잡해진다. 권리금 원금에는 시설비로 인정받은 ‘유형재산 투자금’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한편, 경기 상황, 금리 수준은 외부 변수 역할을 하며 초과이익 규모 상당액을 조정할 여지가 있다. 

두 번째 어려움은 초과이익을 무형재산의 가치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적 방법에 대한 것이다. 할인과 환원의 방법 중 후자는 실제 적용하기 어렵다. ‘환원’은 기본적으로 현금흐름이 영구적으로 발생할 경우 이를 가치로 환산하는 방법이다. 상가 임차인이 보장받는 최소 임대기간은 1년이지만「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제 10조에 따른 계약갱신요구권에 의해 최대 5년 간 현재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그 기간 연 9% 상한으로 정한 임대자의 ‘차임증감청구권’에 따라 임대료 일부 상향 조정은 불가피하다. 이와 같이 기간이 한정된 현금흐름을 영구 환원하는 방법은 논리적 흠결을 피하기 어렵다. 할인하는 방법이 합리적이라고 할 때 할인율을 결정함에 있어 현금흐름의 특성을 고려한 조정 할인율 적용 문제는 좀 더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오피스·매장용 빌딩의 투자수익률 자료 중 ‘소득수익률’, 시중 금리, 채권수익률 등 제반자료가 검토 대상이며, 가급적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시장추출하는 방법을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 

감정평가 기법 적용의 대원칙 중 하나는 ‘주된 평가기법을 적용하되, 이가 곤란하고 부적절하면 다른 평가기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무형재산도 거래사례비교법 또는 원가법 적용이 불가능하지 않다. 주변 상권 내 권리금 수수 내역을 포착해서 우리 매장과 비교하는 식이다. 일체의 시설 없이 무형재산만이 거래된 것으로 확인되면 이를 직접 비교할 수 있고, 권리금 일체가 거래되면서 시설 상당액에 대한 합의 금액을 알 수 있다면 이를 차감한 가액을 대상 무형 재산과 견줘야 한다. 원가법은 대상 매장에 입점하게 된 과거 시점 지불한 권리금 상당액에서 출발한다. ‘대상 상가의 임대차 계약 당시 무형재산의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취득 당시와 기준시점 당시의 수익 변화 등을 고려하여 감정평가’ 한다는 규정은 권리금의 시세를 고려한다는 점에서 거래사례비교법과 유사하나, 비교 대상이 인근 매장이 아닌 과거 대상 매장인 점에서 동일시 할 수 없다. 

금번 신설된 규정에 따라 권리금이 아직 한 번도 평가된 적이 없기에, 최초 평가자는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할 것이다. 재산적 가치는 과거 들인 비용, 향후 벌어들일 수익, 그러한 내용이 반영된 현 시세로 가늠할 수 있다는 감정평가의 기본 이론이 예외없이 적용될 것이다. 가격에 대한 ‘점’을 찍고 있지만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기 전까지는 합리적인 범위 안에 들어오는 수치를 논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만으로, 권리금 감정평가는 연착륙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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