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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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7)
  • 문덕윤
  • 승인 2015.06.0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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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
베리타스 PSAT 언어논리 전임

지난 주에는 올해의 기초강의를 하러 베리타스에 다녀왔습니다. 비록 일주일 밖에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오랜만에 여러분과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일주일은 여러분과 함께 “합리적 사고를 단련하는 법”에 대해 논하고, 합리적 사고를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을 기출문제를 통해 살펴본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공직에 진출하여 정책을 기획하고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공시”가 아니라 “고시”일 것입니다. 남의 뒤를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자리와, 앞에서 이끄는 자리는 분명히 다른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는 PSAT를 통해 합리적 사고를 측정하고, 논문형 과목을 통해 깊이 있는 소양을 묻는 시험이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매일 매일 스스로를 단련해야 하는 지금은 힘들겠지만, 합격한 뒤에는 지금의 시간이 소중하게 기억될 것입니다. 힘내서 매일의 공부에 충실합시다. 오늘은 관계코드 중 가장 정보량이 많은 전개법인 나열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Code No.5 나열관계 – 분류 기준을 찾으면 문맥을 움켜쥘 수 있다.

나열 관계는 지문에 설명해야 할 정보가 많을 때 주로 사용한다. 전달해야 할 정보가 많을 경우, 기준을 잘 잡아서 정리해 전달하지 않으면 두서없는 글이 된다. 그래서 글쓴이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표현하기 위해 기준을 세운다. 독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바로 이 기준을 잘 찾으면 지문에 제시된 복잡한 정보다 정렬되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정보의 정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정보에 대한 이해력과 기억력 자체가 올라가기 때문에 나열관계를 잘 다루는 연습을 충분히 하는 것은 특히 세부정보 파악 문제를 능률적으로 해결할 때 중요하다.

나열관계를 구성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조건을 정리해 두었다. 위의 세 가지 기준 중에서 1번은 우리 모두 잘 놓치지 않는다. 쉽게 놓치는 것은 2번과 3번이므로, 의식적으로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그럼 예제를 하나 풀어보겠다.

[예제] 다음은 프로그램의 정적 분석에 대한 글이다. 글의 내용으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풀이시간 : 2분 15초)

컴퓨터 프로그램에 오류가 있을 경우, 실행 중에 잘못된 계산을 수행하거나 컴퓨터에서 허용하지 않는 작업을 시도함으로써 비정상적으로 프로그램이 종료되거나 잘못된 결과를 생성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오류가 있는지를 검사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프로그램 실행시의 성질을 검사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고 그 동작을 관찰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겠지만, 모든 입력된 자료와 각각의 상황에 대하여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볼 수도 없고, 종료하지 않고 계속 동작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영원히 실행시켜 볼 수 없으므로 프로그램을 실행시키지 않고도 비정상적인 동작이 일어나는지를 미리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정적 분석은 프로그램을 실행해 보지 않고 프로그램 내용을 살펴서 실행 중의 상황을 알아내는 방법이다. 그런데 프로그램 실행시의 상황을 완전하게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정적 분석에서는 일반적으로 오차가 존재하지만 유용성이 있는 근사분석을 사용한다.

정적 분석의 오차는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프로그램 수행 시에 오류가 실제 발생하는데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분석할 경우 이를 ‘잘못된 부정(false-negative)’이라고 하며, 프로그램이 오류를 발생시키지 않는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하는 경우 이를 ‘잘못된 긍정(false-positive)’이라고 한다. 주어진 프로그램이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이를 미리 알아내어야 하며, 이를 만족하는 정적 분석을 ‘안전하다(sound)'고 말한다.

① ‘잘못된 긍정’이 없는 정적 분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② ‘잘못된 긍정’을 발생시키는 정적 분석은 안전하지 않다.

③ 안전한 정적 분석은 ‘잘못된 부정’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④ 정적 분석은 종료되지 않는 프로그램에는 적용할 수 없다.

⑤ 오류가 없는 프로그램은 안전한 정적 분석을 항상 통과한다.

지문에 제시된 정보는 동적 분석과 정적 분석(근사 분석)을 구분하고 있다. 이야기의 무게중심은 마지막 문장에 있다. 마지막 문단에는 두 가지 오차가 제시되어 있는데, 제시된 속성(실제 오류가 발생했는가, 검사에서 오류가 나왔는가)을 바탕으로 경우의 수를 추려보면 총 네 가지가 나온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메모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실제 오류O

검사 오류O

오차X

안전하다

실제 오류O

검사 오류X

오차 – 잘못된 부정

안전하지 않다

실제 오류X

검사 오류O

오차 – 잘못된 긍정

안전하다

실제 오류X

검사 오류X

오차X

안전하다

문제는 이 중 ‘안전하다’에 대한 판단 내용 중 마지막 경우의 수가 우리의 직관과 잘 안는다는 데 있다. 이 문제를 직관적으로 해결할 경우, 5번 선택지를 정답으로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안전하다”에 대한 개념 정의를 살펴보면 이 부분은 직관적으로는 이상해 보이지만, 논리적으로는 맞는 표현임을 알 수 있다. 독해 문제에서는 종종 이런 식의 개념화를 관찰할 수 있다. 다라서 중요한 개념인 경우, 직관의 힘을 빌어서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간단한 메모를 하면서 내용을 정렬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지문에서 “안전하다”는 다음과 같다.

안전하다 : 프로그램이 실제 오류가 있다면 반드시 이를 미리 알아내야 한다.

(실제 오류 O → 검사 오류 O)

이렇게 추려놓고 보니, 이 개념은 p→q를 염두에 둔 정의이다. 그리고 위에 제시된 네 가지 경우의 수는 나란히 이어보면 이 지문의 개념은 진리표의 형식을 차용하여 제시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까지 따라가면, 이 문제는 독해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논리적 규칙을 활용한 퍼즐임을 간파할 수 있다. PSAT를 준비하기 위해 지문을 깊이 있게 분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때로는 독해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뼈대에 논리식이 들어 있는 문제를 만날 때 독해의 재미를 새로운 방식으로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정답 : ③ (2005 언어추론)

① ‘잘못된 긍정’이 없는 정적 분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 잘못된 긍정은 오차의 일종이다. 잘못된 긍정이 없다면 좋은 정적 분석이고, 이런 정적 분석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을 만한 근거도 지문에서 제시된 적이 없다. 따라서 존재 가능하다.

② ‘잘못된 긍정’을 발생시키는 정적 분석은 안전하지 않다.

: ‘잘못된 긍정’을 발생시키는 정적 분석은 안전하다. 주어진 프로그램이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이를 미리 알아내어야 한다는 것이 ‘안전하자’는 판단에 주어진 조건이다. 다시 말해, 오류를 발생시키지 않는 경우에는 ‘반드시’ 충족시켜야 하는 조건의 제한이 없다. 오류를 발생시키지 않을 때는 검사에서 오류가 나오든 나오지 않든 안전하다.

③ 안전한 정적 분석은 ‘잘못된 부정’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 정답이다. 정리노트 참고

④ 정적 분석은 종료되지 않는 프로그램에는 적용할 수 없다.

: 동적 분석의 한계이다. 정적 석은 종료되니 않는 프로그램에 적용이 가능하다.

⑤ 오류가 없는 프로그램은 안전한 정적 분석을 항상 통과한다.

: 매력적 오답. 오류가 없는 프로그램이어도 잘못된 긍정이 발생하면 안전한 정적 분석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 여기서 “통과한다”는 것은 검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나열 코드는 이처럼 짧은 시간에 처리하기에는 다소 넘치는 정보를 다룬다. 그래서 세부정보 파악 문제 중에서 고난이도 문제를 구성할 때 자주 사용한다. 다음 시간에도 나열 코드를 다루는 문제들을 몇 가지 더 다루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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