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90 / 권리금의 감정평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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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90 / 권리금의 감정평가 1
  • 이용훈
  • 승인 2015.05.2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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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전라도 장흥에서 나고 자란 아내는 바다처녀(?) 아니랄까봐 해산물만 보면 심하게 흥분한다. 바다 것에 대한 피 끓는 애정은 김 양식을 했던 집안 내력 탓이 클 것이다. 충청도 출신인 필자가 성장기 식탁에서 접한 생선은 9할이 고등어, 갈치, 동태 정도다. 장흥처녀와 결혼한 덕택에 된장 푼 물회를 별미로 즐기고 있으니, 아내 말대로 입맛에 있어서는 촌놈이 서울 구경한 셈이다. 평일 밤 EBS 고정 프로인 ‘한국 기행’은 둘만의 소소한 집안 데이트코스다. 아내는 제철 생선에 입맛 다시고, 필자는 아내의 탄성 속에서 생선 이름을 주워들으며 해산물에 대한 안목을 높인다. 

저금리 탓인지 가계부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듯하다. 국내 상당수 집이 실상은 개인과 은행의 공유(共有)관계다. 집 장만하며 한 번도 빚을 져 보지 않은 사람은 빚을 줄여가는 기쁨, 마침내 은행을 밀어내고 단독 소유자가 됐을 때 쾌재를 부른 소박한 기억도 없을 것이다. 세입자가 돼 본 사람만이 임차인의 설움이 피부에 와 닿는다. 이사철 새 집을 찾아야 하는 세입자의 고충도 상당하지만 임대차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시기 상가 세입자의 걱정은 태산이다. 이 달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몇몇 조항은 그간 ‘권리금’에 눈물 흘려본 사람을 겨냥한 맞춤형 신설 조문이다. 투자비용으로 형성된 유·무형의 재산이 기여자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폐단을 적극 시정하려는 고육책이기 때문이다. 

상가 권리금 보호방안은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내 포함된 내용이다. 기존에는 임차인이 투자한 비용이나 영업활동의 결과로 형성된 지명도나 신용 등의 경제적 이익이 임대인의 계약해지 및 갱신거절에 의해 침해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임대인은 법적 보호를 받으며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직접 권리금을 받아 챙겼다. 임차인이 애써 형성한 해당 점포의 영업적 가치를 부동산 소유자라는 미명하에 아무런 제한 없이 취득·이용한 것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다시 설비를 투자하고 신용확보와 지명도 형성을 위하여 상당기간 비용과 시간을 재투자해야 하는 부담은 오롯이 임차인 몫이었다. 낳은 자식만큼 기른 자식 정 가는 게 세상 이치인데, 애써 경작한 농산물을 두고 나가야 하는 딱한 사정이 이번 개정 법률에 의해 어떻게든 고려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제 10조의 4(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항이 그 핵심 조항이다. 1항에서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할 수 없도록 했다. 임대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새로운 임차인과 정상적인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만 하면 되고, 임차인은 새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아 나가면 그만인 것이다. 이를 강제하기 위해 같은 조 3항에서는 ‘임대인이 제1항을 위반하여 임차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경우 그 손해배상액은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임대인의 귀책사유로 임차인이 권리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권리금을 임차인이 수령할 정상적인 경제적 대가로 인식한 것이 유의미하다. 또한 권리금을 명확히 ‘정의’한 것도 바람직하다. 규정에 들어온 권리금의 정의는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자 또는 영업을 하려는 자가 영업시설ㆍ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형ㆍ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이용대가로서 임대인, 임차인에게 보증금과 차임 이외에 지급하는 금전 등의 대가’이다. 권리금의 형성 주체는 ‘현재 영업자’이며 수수주체도 ‘현재 또는 장래 영업자’로 한정한 것이 권리금의 내용만큼 사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손해배상의 문제가 생길 때 권리금 가액이 특정될 것인데, 제10조의7(권리금 평가기준의 고시)은 ‘국토교통부장관은 권리금에 대한 감정평가의 절차와 방법 등에 관한 기준을 고시할 수 있다.’고 규정했으니, 분쟁의 해결을 위해 법의 힘을 빌리면서, 배상금액은 감정평가사의 손을 거치게 됐다. 기존 임차인은 새로 들어올 임차인과 구두 상 얼마에 합의했다고 주장하며 그 금액을 배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싶겠지만 임대인은 그에 못 미치는 권리금 평가액을 원할 것이다. 호가와 실제 거래금액의 격차를 주장하는 논리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권리금 평가 규정을 살펴보기에 앞서, 권리금에 대한 기존 논의를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동네 소매점이 거래될 때는 관행적으로 재고자산 외에 1년 수익 정도를 권리금 명목으로 넘겨주는 편이다. 업종마다 다르고, 지역, 위치별로 천차만별이니 이런 논리를 근저에 깔 수는 없었다. 시장 관행을 간편 수식이나 틀로 정형화시킬 수 있는 길이 없어 논의가 크게 진전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권리금에 대한 논문에서는 상가 권리금의 유형을 일단 3가지로 분류·정의하고 있다. 점포 내에 설치된 인테리어, 영업시설, 비품 등 유형물에 대한 대가를 ‘시설 권리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등 점포의 상호와 고객을 모두 인수하는 대가는 ‘영업 권리금’으로, 빈 점포에 존재하는 기본 권리금으로서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이 반영된 장소적 이익의 대가를 ‘바닥 권리금’으로 파악한다. 바닥 권리금은 ‘빈’ 점포를 전제하므로 임차인에게 귀속하는 권리금 내용 중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권리금이 현재의 법 테두리 안에 경제적 자산으로 인식되기 전이었으므로, 마땅히 권리금을 평가할 규정이 전무했다. 그렇다고 권리금에 대한 다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간헐적으로 이뤄지는 평가는 소송감정인의 몫이었는데, 해당 평가서에서는 권리금이 뭉뚱그려서 얼마라고 제시된 후 당사자 간 협상력에 의해 감액되는 현실에 충실하게, 상가 자리를 찾는 임차인을 가장한 탐문조사로 시장에 형성된 권리금 수준을 파악한 후, 소 표본 자료인 점을 고려해 t-분포이론을 적용하여 허용한계(허용오차)를 산정하여 범위로 제시하는 방법으로 결론을 내린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금번 법 개정에 대한 후속 조치로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권리금 평가방법은 ‘감정평가실무기준’에 담게 된다. 해당 규정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지는 내달 초 확정·발표하는 내용을 기다려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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