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41) - 내가 무식해서 그런 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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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41) - 내가 무식해서 그런 걸 거야
  • 차근욱
  • 승인 2015.05.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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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얼마 전에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메트로 에티켓 캠페인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내용에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심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야말로 긍정인형처럼. 지하철에 앉아서 쩍벌남 스타일을 고집하시는 고릴라족이나 옛날을 운운하시면서 훈계만 하시는 호랑이족, 지나친 애정행각을 보이시는 닭살커플족이나 문 앞을 버티고 서서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하시는 황소족들, 백팩을 매고 지하철을 타서 주변사람들을 공격하시는 거북이족들, 술을 먹고 주사를 부리시는 원숭이족들 등등. 정말 늘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정겨운 이웃들이 모두 출동했다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가끔 살다보면 알 수 없는 일들이 있는데, 예를 들자면 스마트폰을 보면서 대로를 걷는다든가 공공장소의 출입구를 막고서 담소를 나눈다든가 아침에 약수터에 와서 담배를 피운다는 등의 상황들도 메트로 에티켓 캠페인에 등장한 주인공들과 더불어서 그렇다. 물론, 비난하려는 의도는 없다.

단지 이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저 내가 생각이 짧고 머리가 나쁜데다가 무식해서 그 분들의 깊은 뜻을 알 수 없으려니 할 뿐이다. 뭐, 모 선생님께는 어떤 50대 아주머니 수강생 분께서 수업시간에 치맥을 드시면서 수강하시는 모습을 뵙고 맨붕이 온 탓에 적잖이 당황하셨었다는 이야기를 해 주시기도 했으니,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일 정도야 애교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집에서 스마트 폰을 보면서 서성이거나 가만히 서 있는 일은 일상의 일부에 포함될 수도 있겠지만, 도로나 주차장 길 한복판에서 가만히 스마트 폰을 보고 서 있는다거나 걷다 서다하시는 분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조마조마하게 된다. 특히 운전을 하면서 그런 분들을 뵐 때가 있는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위험하다는 생각에 식은땀이 흐를 때가 많다.

게다가 교통 흐름상 위험해 경적이라도 울릴라 치면 어찌 그리도 살벌히들 째려보시는지. 중년의 아저씨들의 경우에는 노려보시는 정도가 ‘네가 감히 나한테!’하며 로켓트 주먹이 날아오기 직전인 순간도 흔하다. 도로나 주차장에서는 일단 성큼 성큼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안전한 장소까지 이동한 후, 앉은 상태에서 스마트 폰에 집중하면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효율이 떨어지는 선택을 하시는지는 미스터리이다. 이건 뭐, 멀티테스킹을 결코 하지 못하는 나 같이 능력 부족한 인간의 짧은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런데 말입니다. 그러시면 정말 위험하다구요. 계단이나 주차장이나 도로 한복판에서 스마트폰을 보시며 이동하신다거나 한 두 걸음 걷다가 서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다시 걷고 다시 서고하신다면, 사고가 나거나 정체가 풀리지 않거나 둘 중 하나거든요. 게다가 도로에서 비질을 하시는 어르신의 경우에도 그 감사한 뜻은 알겠지만, 교통로를 막고서 계속 비질만 하시면 신호가 바뀌어도 차가 갈 수가 없으니 정말 정말 곤란합니다. 가끔 가다 뉴스에도 나오잖아요. 스마트 폰을 보고 가다가 자동차사고가 났다던가 하는 그런 슬픈 소식 말이예요.

물론 이웃 분들께서 그런 행동을 하시는 저변에는 무언가 깊은 의도가 있고 삶의 혜안과 인식의 지평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그래도 나같이 덜떨어지고 평균인의 수준을 못 따라가는 부족한 사람은 그 깊은 속내를 따라가지 못해 조금 곤란할 때도 있다. 얼마 전 버스에서는 문 앞을 바위처럼 지켜주시던 믿음직스런 ‘언니’ 덕분에 한 정거를 지나친 후에야 겨우 하차할 수 있었어서 조금 걸으며 봄날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도 있었다.

특히 조심스러운 것은 어르신들께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입구에 서서 반가운 담소를 나누실 때나,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태우시는 경우인데, 세상 밖으로 나가긴 해야겠는데 출입구가 가로막혀 어찌해야 할지, 연기 때문에 숨은 못 쉬겠는데 어르신들이시라 뭐라 말씀도 못 드리겠고 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는 현실이다.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세대갈등이라고 해서 지하철 노약자석이 많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임신초기의 산모에게 젊은 것이 노약자석에 앉았다고 화를 내신다거나 아이를 가졌다고 말씀드려도 누군 애 낳은 적 없는 줄 아느냐며 발로 차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회의 어른을 존중해드리고 배려해드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어르신들께서는 연배가 높으신 만큼 조금만 주위를 둘러봐 주시면 어떨까 싶기도 한데, 오랜 생활습관이 있는지라 그게 또 쉽지 않으시다 하시니 역시 어려운 일이다. 물론, 많으신 어르신들 중에서도 아주 일부이신 분들의 이야기이겠지만.

비단, 이런 어려움은 어르신과의 세대갈등의 문제만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담배연기의 고통을 못 견디는 탓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생물학적 어려움 중에서는 담배로 인한 고통이 가장 크다. 담배연기를 맡으면 정말 정말 가슴이 쬐어 들어가면서 폐가 면도날로 갈갈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고통이 극심하다. 해서, 길을 가면서 담배를 태우시는 분들을 만나노라면 뒷사람들이 얼마나 괴로운지 생각을 안 하시는 듯 해 야속하기만 하다. 그럴 때면 난 숨을 멈춘 채 달린다.

그냥 어디선가 담배냄새가 나면 정장을 입었든 캐쥬얼을 입었던, 무거운 백팩을 매고 있든 서류가방을 들고 있든 그냥 일단 숨을 쉬지 않은 채로 뛴다. 담배연기를 피하지 못하면 죽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담배냄새가 나지 않는 곳까지 뛰어갔다면, 호흡을 다시 가다듬으며 걷는다. 예전에 영유아를 기르는 아버지들이 집에서 담배를 피우는 문제로 부인과 가정불화가 불거진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발코니에서 담배를 태우신다고 해도 윗 층으로 담배연기가 다 올라오는 탓에 나 같은 사람은 무척 고통스럽다. 결국, 주택에서 담배를 피운다면 누군가는 피해를 안볼 수 없다는 이야기.

흡연자들께서는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 피우지 못하면 견딜 수가 없다고 하시니 안쓰럽기도 하지만, 나도 고통스럽지 않게 숨을 쉬고 싶은데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없다면 견딜 수가 없으니 비극의 쌍곡선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아무리 견딜 수가 없다고 해도 어린 아기가 자고 있는데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조금 염려스럽다. 당사자는 직무 스트레스가 워낙 커서 어쩔 수 없었기에 억울하셨다면서 기사가 마무리 되었지만, 그래도 어린 아기를 생각하면 그냥 억울했다는 말에 공감하고 끝나기엔 역시 무언가 심히 껄쩍지근하다.

특히, 새벽아침 운동 차 오른 산 정상이나 약수터, 체조터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시는 분들을 뵐 때면 어째서, 왜, 무슨 까닭으로 그 이른 시간에 이 먼 곳까지 오셔서 원정흡연까지 하시는 것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고나 할까. 뭐, 그러니 흡연자 여러분들께서는 흡연욕구가 샘솟으실 때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하셔서 어느 누구도 괴롭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롭게 흡연하시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출입구를 막고 정겨운 만남의 시간을 보내시는 아주머니들의 경우는 경험상 꼭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최근에는 달리는 지하철 출입구에 백화점 쇼핑백 여러 개를 잔뜩 놓고 정담을 나누시는 일본 아주머니를 본 적도 있었는데, 꼭 통로를 막으셨다는 느낌보다도 입구에 놓으시면 다음 정류장에서 사람들 발에 밟혀 저 물건들이 망가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야기를 해 드린 적이 있었다. 당사자인 아주머니는 정말 내가 다 민망할 만큼 미안하다고 하셔서 신경 쓰시지 말라고는 했었는데, 원래 다른 분들의 일에 잘난 척을 하는 것은 끔찍이도 싫어하는 주의라 말 한 것이 조금 후회되기도 했었다.

그렇게까지 미안하다는 소리를 들을 생각은 없었거든. 하지만 만약에 그 아주머니께서 그 쇼핑백을 출입문 앞에서 치우지 않으셨다면 단언컨대, 다음 정거장에서 오가는 사람들이 전부 밟았을지 모른다. 출퇴근 시간이었으니까. 뭐, 어찌보면 잘한 일이지만, 어찌보면 괜한 오지랖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까지도 과연 나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았을지를 곰곰이 생각하곤 한다.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실수를 할 때도 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대담한 일이야 하지 않겠지만, 출입구를 막는다거나 주말산행을 위해 오가시면서 빵빵한 백팩을 맨 채로 이리 저리 몸을 움직이신다거나 다리를 최대한 벌리고 앉는다거나 담배에 찌든 악취와 더불어 커피를 마신 쉰내를 풍기며 입을 벌리고 잠이 든다거나 하는 일은 적어도 미풍양속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기 전에는 양치를 깨끗하게 한 후 구강세정제로 가글을 하고, Gym이나 공원에 운동을 하러 갈 때에는 목욕을 한 후에 개운한 향의 스킨을 바른 채로 나간다.

운동하고 어차피 씻을텐데 뭐하러 그러느냐는 분도 계시지만, 그래도 옆에 계신 분들께 불쾌한 땀내나 머리냄새로 인한 테러를 가하고 싶지는 않다. 길을 가다가 누군가 반갑게 말을 걸면 길의 한 귀퉁으로 함께 이동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승하차의 타이밍이 아니라면 입출구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다. 만일 가방이 있다면 발등에 올려놓고 폐가 되지는 않는지를 살핀다. 적어도 주변 이웃들에게 폐를 끼치는 건 싫으니까. 물론, 인간은 누구나 한계가 있다.

살을 빼야 한다면서 라면을 끓이고 있는다거나 콜라를 계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솔찍한 내 일상이니까. 그래서 생각한다. 출입구를 막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나 담배를 피우며 길을 가는 모습이나 대중교통의 입구를 막고 스마트 폰을 보고 있는 모습이나 백팩을 메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 꼿꼿이 서있는 모습은 분명 내가 알지 못하는 깊은 뜻과 이유가 있기 때문이리라고.

생각해 보면 그렇잖아요. 머리 나쁘고 덜 떨어지는 나 같은 사회부적응자도 아는 사실을, 인생의 경륜과 지혜 많으신 분들께서 모르실 리가, 있을 턱이 없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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