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을 재보선 ‘사법시험 존치 공약’ 먹혔다?
상태바
관악을 재보선 ‘사법시험 존치 공약’ 먹혔다?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5.05.08 1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신환 후보, 고시촌 득표율 큰폭 증가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서울 관악을에서 승리를 거머쥔 새누리당 오신환 당선인은 이번 4·29 재보궐 선거에서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특히 서울 관악을은 전통적으로 야권 지지가 높은 지역이다. 호남 출신 유권자도 많지만 관악구에 거주하는 전체 유권자 가운데 30대가 가장 많고, 20~30대를 합하면 관악구 전체인구의 약 40%를 차지할 만큼 젊은층 유권자가 많은 지역이다. 게다가 지난 27년간 단 한 번도 새누리당에 의석을 준 적이 없는 지역구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새정치민주연합의 ‘아성’이라고 할 수 있는 관악을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한 것은 ‘야권 분열’을 꼽기도 한다. 특히 야권 지지자들의 비판 대상은 서울 관악을에서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분열하면서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에게 승리를 내준 정동영 무소속 후보다. 

그러나 과연 이번 새정치민주연합의 전패가 ‘야권 분열’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야권 분열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곧 패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기계적인 수치로만 본다면 정태호 후보(34.20%)와 정동영 후보(20.15%)가 '야권 연대'를 통해 단일 후보를 냈다면 오 후보(43.89%)를 누르고 이길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1여 2야’의 구도였다. 선거 직전 통합민주당 의원이었던 김희철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28.47%를 득표했음에도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는 33.28%를 얻는 데 그쳐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한 통합진보당 이상규 후보(38.24%)에게 패배했다. 

그런데, 정동영 후보는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20.15%를 얻는데 그쳤음에도 정태호 후보가 오신환 후보에 큰 차이로 패했다. 야권 패배 원인을 오롯이 정동영 후보에게 돌리기 어려운 이유다. 

19대 총선과 견주어보면 오신환 후보는 10.61%포인트나 더 득표했다. 19대 총선과는 달리 이처럼 오신환 후보가 큰 폭으로 당선된 것은 고시생들이 많은 고시촌에서 ‘사시 존치’를 적극적으로 주장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태호와 정동영 후보도 사시존치를 주장했지만 오신환 후보가 사시존치를 가장 적극적으로 어필한 것이 고시생들에게 먹혀들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오신환 후보의 경우 고시촌을 찾은 김무성 대표마저 사법시험 존치 공약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밝히는 등 당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 공세를 펼쳤다.  

특히 선거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고시촌을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달랐다. 그는 안상수,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를 언급하며 “사법시험이 없었다면 이들이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항상 생각했다”며 “힘겹게 사다리를 오르고 있는데 이것을 걷어차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사법시험 존치를 적극 주장하는 오신환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반면 고시촌 찾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는 사시존치에 대해선 애써 외면했다. 김무성 대표와는 달리 문재인 대표는 악수와 기념 촬영에는 열심이었지만, 고시생들과의 대화의 시간은 따로 없었다.  

문 대표는 고시촌 한 고시식당을 찾아 고시생들을 만났다. 사법시험이 2017년 폐지될 예정이라 고시생들은 불안해하면서도 로스쿨에 관심을 가지는 상황에서 한 고시생이 “로스쿨의 취지가 처음엔 좋았지만 이제 있는 집 자식만 가는 것 아니냐”며 “돈 있는 사람만 변호사가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참여정부 때 도입한 로스쿨 제도가 애초 취지와 달리 부유층 법조인을 양성하는 제도로 왜곡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자 문 대표는 “(고시생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로스쿨에서 그냥(학비를 다 내고) 다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장학제도가 많다”고 답했다. 질문하는 고시생이 듣고 싶어 하는 말과는 전혀 감흥이 없는 선문답만 늘어놨다. 

결과는 문 대표에게 0대 4, 참담한 성적표를 안겨줬다. 특히 서울 관악을은 지난 1988년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이후 지난 27년간 보수 정당에서 국회의원을 단 한 차례도 배출하지 못했을 정도로 서울에서 대표적인 ‘보수의 불모지’임에도 새누리당 오 후보에게 자리를 내줬다.  

고시촌에서 각 후보자 득표율을 보면 오 후보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고시촌을 형성하고 있는 대학동, 서림동, 삼성동 중 서림동과 삼성동에서는 오 후보가 정태호 후보를 앞질렀다. 젊은층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대학동에서 오 후보는 38.14%의 득표율로 정 후보(43.54%)보다 뒤졌지만 19대 총선에 비해선 큰 폭으로 증가했다. 

19대 총선 때 대학동에서 오 후보는 26.29%에 그쳐 당시 이상규 후보(48.94%)와 격차는 22.65% 포인트에 달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오 후보는 38.14%로 19대에 비해 11.85% 포인트 증가하면서 정 후보와의 격차도 5.4% 포인트로 대폭 줄였다. 

고시원, 원룸, 독서실이 많은 서림동에서의 득표율은 더욱 눈에 띄게 증가했다. 19대 때 오신환 후보는 29.91%의 득표율로 이상규 후보(44.27%)와 격차는 14.36% 포인트 차로 뒤졌다. 하지만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는 오 후보가 41.44%로 19대 때보다 11.53% 포인트 증가했으며, 39.32%에 그친 정태호 후보보다 오히려 2.12% 포인트 앞섰다. 

삼성동 역시 오 후보는 19대(34.03%)에 비해 12.64% 포인트 증가한 46.67%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며, 정 후보(33.12%)보다 무려 13.55% 포인트 앞질렀다.   

그동안 젊은층이 많은 고시촌에서 야권에 크게 뒤졌던 오신환 후보가 이처럼 선전한 것은 ‘사시 부활’을 외친 맞춤형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오신환 당선자가 이번 공약을 임기 내에 지킬 경우 내년 4월 총선도 순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다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