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87 / 잔여지 보상 평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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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87 / 잔여지 보상 평가 1
  • 이용훈
  • 승인 2015.05.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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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어둑어둑해지는 장 터 한 귀퉁이, 몇 개 안 남은 자투리 상품을 다 털고 나가려는 상인의 목청에는 분주함이 묻어난다. 마지막 손님이 될 지도 모르는 이에게 얼마 더 주면 몽땅 넘기겠다는 것이다. 처치 곤란할 정도의 잔량을 버리느니 염가에 넘기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 숱가락 분량의 잔반을 남기느니 마저 먹어버리라는 엄마의 강한 권유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토지보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잔여지 보상 규정은 이와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 

법의 사각지대, 당사자의 불만이 제기되고 학계 및 실무자의 지적이 곁들여지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 입법자가 이에 관심을 보이고 법제화 작업을 거치면 비로소 법 규정으로 명문화된다. 잔여지의 사정을 봐 주자는 규정도 그리 오래된 규정은 아니다. 불과 몇 해 전 신설된 따끈따끈한 규정이다. ‘수용’의 광풍이 휩쓸고 간 자리, 잔존자의 생활·경작 여건이 극도로 악화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피수용자는 정내미 떨어져 생활 기반을 다 청산하겠다는 바람을 강하게 피력할 수 있다. 마음 추스려서 근방에 정착하려 해도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사업시행자도 사업지구 안에 들어 선 토지,물건에 대해서만 수용권을 발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잘려 나가고 남은 잔여지의 입장을 고려하려면 비빌 언덕이 있어야 했다. 법제화된 비빌 언덕은, 크게 쓸모 없게 되었으니 사 줘야 하는 ‘매수 보상’, 잘려 나가고 남은 땅의 가격 감소분에 대한 ‘가치하락 보상’, 통로설치 등 공사가 필요한 경우의 ‘공사비 보상’이 그것이다. 

‘매수 보상’은 토지 일부가 편입돼 잘려 나가고 남은 땅인 ‘잔여지’를 매입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잔여지의 매수 요청은 토지 소유자의 몫이다. 그러나 사업시행자가 적극적일 때도 있다. 잔여지의 가격 감소분과 잔여지에 대한 공사 비용을 합한 금액이 잔여지의 가격보다 크다면, 수용의 방법을 택하는 것이 낫다. 그러나 이런 자진 매수 사례는 드물다. 대부분 소유자가 강력 요청하고 사업시행자가 부득이 수용하는 모양새다. 

잔여지의 매수 보상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공익사업을 위한 토지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74조 1항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하는 일단의 토지의 일부가 협의에 의하여 매수되거나 수용됨으로 인하여 잔여지를 종래의 목적에 사용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할 때에는 해당 토지소유자는 사업시행자에게 잔여지를 매수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으며, 사업인정 이후에는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용의 청구는 매수에 관한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에만 할 수 있으며, 그 사업의 공사완료일까지 하여야 한다.’ 일단, 협의가 우선이다. 수용금액에 대한 협의가 결렬되면 재결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잔여지가 매수 보상 대상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은 잔여지가 ‘동일인 소유의 일단의 토지’여야 한다는 것. 사실상 동일 소유관계를 포함해 편입된 토지와 잔여지의 소유자가 동일인이어야 한다. 한 필지 일부가 잘려 나가 당연히 잔여지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용도상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수 필지가 일단지를 이루고 있는 경우 그 중 한 필지만 수용됐다면 남은 여러 필지가 잔여지에 해당된다. 

두 번째 요건은 잔여지가 ‘종래의 목적에 사용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판단돼야 한다. ‘종래의 목적’은 일부가 잘려 나갈 때의 이용상황을 지칭한다. 편입 당시 잔여지의 현실적인 이용상황으로 고정되고 장래 예정된 이용 목적은 고려되지 않는다. 몇 년 안에 콘도부지로 이용될, 장래가 촉망되는 부지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패가 있다. 본래의 이용에 활용될 수 없는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상술하지 않으면 다툼은 쉴 새 없다. 다행히「공익사업을 위한 토지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시행령 39조는 물리적 여건이 뚜렷하게 악화된 구체적인 경우를 열거하고 있다. ‘대지로서 면적이 너무 작거나 부정형(不定形)등의 사유로 건축물을 건축할 수 없거나 건축물의 건축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대상농지로서 농기계의 진입과 회전이 곤란할 정도로 폭이 좁고 길게 남거나 부정형 등의 사유로 영농이 현저의 곤란한 경우,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교통이 두절되어 사용이나 경작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위와 유사한 정도로 잔여지를 종래의 목적대로 사용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크게 대별했다. 

잔여지의 면적이 얼마나 줄어들어야 면적 과소 요건이 인정될까.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참고할 만한 지침은 있다. 건축법 및 지자체 조례에 의해 정해진 대지분할제한면적(주거지역 60㎡, 상업·공업지역 150㎡, 녹지지역 200㎡, 그 외 60㎡)이하라면 과소면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공유토지의 경우 지분면적이 아닌 전체 면적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집합건물의 일부분이 편입된 경우 대지권에 대해서는 전체면적에 관계없이 매수대상이 될 수 있다. 재결기관인 중앙토지수용위원회도 대지에 대해서는 위 대지분할제한면적 이하의 토지를 대상으로 언급했고 잡종지는 대지면적 요건을 준용할 것, 그 밖에 잔여지의 면적 비중이 공익사업 편입 전 전체 토지면적 대비 25% 이하일 것, 가급적 잔여지 면적이 330㎡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상술했다. 형상에 있어서도 ‘잔여지의 형상이 사각형은 폭 5m 이하인 경우, 삼각형은 한 변의 폭이 11m 이하인 경우 등을 부정형으로 보되, 그 이외의 형상은 잔여지에 내접하는 사각형 또는 삼각형을 도출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위의 물리적 측면 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측면을 고려할 때 종전대로의 이용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경우도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포함되어야 한다. 

잔여지 단독으로는 불리한 요인이 다분해도 잔여지의 위치, 형상, 이용상황 및 용도지역 등을 종합 고려할 때 현실적인 이용에 크게 무리가 없을 수 있다. 농경지로 쓰고 있는 잔여지가 좁고 길게 남게 됐지만 사방으로 인접한 농경지 모두가 잔여지 소유자의 경작지라면 잔여지의 경작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인정받기 어렵다. 겸사겸사 잔여지를 현금화시키려는 주관적 동기가 개입된 매수 청구라고 드러날 때도 있다. 

이미 일부 토지가 편입 보상 과정을 거쳤으므로 잔여지의 매수 보상 평가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기준시점은 잔여지 매수에 대한 협의 성립 또는 재결 당시, 공법상 제한 및 이용상황은 편입토지의 보상 당시 기준, 공익사업으로 인한 잔여지의 가치 변동 미 반영 등의 세부 기준이 그것이다. 간단하게 전체 토지 보상액에서 먼저 번 편입 토지의 보상금액을 뺀 정도가 금번 잔여지 보상액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렇게 잔여지 소유자의 매수 요청을 수용한다면 깔끔하다. 사업시행자가 수용할 의사가 없고 재결기관도 수용의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잔여지의 가치하락과 공사비 보상쪽으로 틀어야 한다. 정당한 보상은 보상 전,후 재산권의 가치 변동이 없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호에 후속 ‘잔여지 보상 평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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