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87 / 지적재조사와 감정평가
상태바
감정평가 산책 87 / 지적재조사와 감정평가
  • 이용훈
  • 승인 2015.04.30 1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중앙선 침범’은 현재 자동차 11대 중과실에 포함된다. 90년 대 대학시절, 대학동 하천변으로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는 차량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곤 했다. 대부분 이 곳 지리에 밝지 않은 초행길 운전자였다. 일방통행 도로로 갈라지기 전 왕복 2차선 도로가 진입이 금지되는 반대편 일방통행 도로와 연결돼 있어 순간 착각했을 것이다. 간혹 부근 거주자로서 상시 차량으로 통근하는 만취운전자도 있긴 했다. 개별 책상이 아닌 2인 1조의 공동 책상을 쓰던 시절, 교실 내 다툼의 단골 메뉴 역시 중앙선 침범이었다. 필기 중 과도하게 팔꿈치를 들이밀며 언쟁과 가벼운 신체 접촉이 이어지는 풍경은 그저 일상이었다.

업무분장이 명확하지 않으면 다툼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담당자 주·부 딱지를 모든 업무용품마다 붙이는 상사를 고리타분하다고 폄하할 필요는 없다. 사건사고 때마다 전부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발을 빼니 뒤늦게 책임질 사람을 찾는 불편함을 진작에 해소하려는 고육책이다.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것이 물질계에서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뭐든 흐트러지는 것이 자연 법칙에 순응하는 것이라며, 책상의 난잡함을 게으름이 아니라고 항변하면서 슬쩍 피해갈 수 있을까. 이는 행태적 관점에서의 변명일 뿐 질서정연함이 주는 편안함은 심미적 효과 그 이상이다. 업무의 효율성이 대부분 높아진다. 최소한 지난 주 회의 자료를 수북이 쌓인 서류철을 일일이 들춰가며 찾는 번거로움은 안 생기지 않는가.

‘지적불부합지’가 전 국토의 15%에 육박한다고 알려져 있다. 정리가 잘 안 돼 있는 토지가 상당하다. 즉 필지의 공부상 경계가 실제와 약간 틀어져 있을 수 있다. 그 중에는 알게 모르게 남의 땅에 본인 건물이 걸쳐 있을 때도 있고, 그 반대로 일부 침범을 당했으면서도 인지를 못하고 방치한 경우도 다반사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정도는 아니고 공적 현실과 실제 현실간의 미세한 파열음이다. 이전 주민등록증의 사진으로 성형 수술 후 실제 모습을 못 알아볼 정도로 심각하진 않다.

어느 정도나 틀어져 있을까. 대한지적공사에서 실측한 결과 울릉도 위치가 현재 지적 공부상에서 약 465m 동측에 있어야 한다. 일제강점기 평판과 대나무자 등 낙후된 기술로 만든 종이지적도가 원본이기 때문이다. 종이지적도 도면상에서 경계선의 굵기를 읽어내야 하는데, 측량자에 따라 판독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측량성과에 대한 오차의 인정범위를 「지적법」시행규칙으로 정하고 있는데, 축적 1/3000의 경우 도면상 0.1mm가 지상에서는 90cm차이로 이어진다. 측정 원점을 기준으로 도면 경계선 판독 오차가 조금씩 쌓이면 울릉도가 4~500미터 실제와 다른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런 수많은 토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초부터 지적불부합지 정리사업, 지적경계 정비사업, 토지조사사업, 디지털지적 구축사업 등 명칭은 달리하고 있으나 지적불부합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조정 작업이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 GPS 위성측량장비를 도입하여 지적경계선을 수치화해 놓는다면 화산과 지진 등에 의한 불가피한 물리적 충격만 없다면 새 지적은 현실에 그대로 포개질 것이다. 이를 위해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이 2012년 제정돼 1단계로 2020년까지 50%, 2030년까지 2단계로 100% 위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고 총 사업비로 3조 7천 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의 내용을 대강 정리하면, 법의 목적을 ‘토지의 실제 현황과 일치하지 아니하는 지적공부(地籍公簿)의 등록사항을 바로 잡고 종이에 구현된 지적(地籍)을 디지털 지적으로 전환함으로써 국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함과 아울러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기여함’으로 정하고 있다. 오류 수정과 등록방법 전환이 두 개의 큰 축이다. 현재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2015년 6월 이후부터는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상 지적공부는 토지대장, 임야대장, 공유지연명부, 대지권등록부, 지적도, 임야도 및 경계점좌표등록부 등 지적측량 등을 통하여 조사된 토지의 표시와 해당 토지의 소유자 등을 기록한 대장 및 도면(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하여 기록·저장된 것을 포함한다)을 가리킨다. 이 중 현황과 어긋나는 부분은 현황에 맞게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종이도면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했던 수치오류 등을 개선하기 위해 수 작업의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 디지털 지적으로의 대체를 시도한다.

이 사업을 위한 기본계획은 국토교통부장관이 밑그림을 그리고 시·도지사가 지적소관청의 의견에 자신의 의견을 첨부하여 제출한 내용을 검토한 후 중앙지적재조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수립한다. 사업시행자는 지적소관청이며 대한지적공사와 지적측량업 등록을 한 민간업자에게 대행하게 할 수 있다. 세부적인 시행계획인 실시계획은 지적소관청이 담당하며 시행시기 및 사업지구의 결정, 사업비 추산하는 일이 주 내용이다. 전 국토를 동시다발적으로 뜯어 고치는 것이 아니라 지적소관청이 주민을 설득하여 사업 추진 동의를 얻은 사업지구에서만 개시할 수 있다. 지적공부의 등록사항과 토지의 실제 현황이 다른 정도가 심하여 주민의 불편이 많은 지역인지, 사업시행이 용이한지, 사업시행의 효과가 분명한지는 소관청이 판단해서 사업지구로 생각하는 지역의 토지소유자 총수의 3분의 2 이상(동시에 토지면적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

지적기준점을 정하기 위한 기초측량과 일필지의 경계와 면적을 정하는 세부측량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경계 설정 기준을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제 14조에서는 1. 지상경계에 대하여 다툼이 없는 경우 토지소유자가 점유하는 토지의 현실경계 2. 지상경계에 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 등록할 때의 측량기록을 조사한 경계 3. 지방관습에 의한 경계의 순위를 정하고 있다. 가장 우선되는 것은 토지의 현황이다. 옆 필지의 불필요한 땅을 이 쪽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면 경계를 재 조정하는 것이 피차 유리하며 경제성 면에서 합리적이다. 이런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금번 기회에 본인 땅을 네모반듯하게 만드느라 불필요한 땅은 옆 필지에 넘기고 싶은 속내를 비치는 일부 토지 소유자가 등장할 수 있다.

지적재조사와 경계 조정 등으로 어떤 실익이 있을까. 지적도상 맹지로 건축허가 등에 제한받는 토지를 도로와 접하게 하여 토지의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다. 토지형상이 삐뚤빼뚤하여 토지이용에 제한이 있는 불규칙한 토지형상을 반듯한 사각형 형태로 정형화시킨다면 조정이익이 발생한다. 필지 중심으로 도시계획선 변경을 도모하면 도시계획사업으로 훗날 필지가 불리한 형상으로 분할되는 잔여지 가치하락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사회적 비용면에서의 이득도 상당하다. 재조사를 통해 얻은 최신 자료는 재조사가 없었을 때 현황 확인을 위한 측량과 지적공부 정리를 위해 매년 찔끔찔끔 들이는 비용을 감축시킨다. 한 번의 대량주문과 단품주문 시의 공급 단가 차이는 적잖다. 타인 토지 일부를 내 건축물이 점용하여 경계다툼으로 이웃 간 분쟁이 생길 경우 법원의 확정 판결 없이도 토지 경계 분쟁을 해결할 수 있어 막대한 소송비용을 절감시킨다. 물론 시간적 비용 절약의 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지적이 재조정되면 지적공부상의 면적 증감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를 떼 준 사람에게는 적정 매도가격을 이들에게 지급하고, 그 반대로 일부를 넘겨 받은 사람에게서는 합리적인 매수가격만큼 징수해야 한다. 조정 전·후 토지가격 차액을 결정할 때 특별법은 ‘사업지구를 지정하여 고시하였을 때의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정하거나, 같은 법 제28조에 따른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여 평가한 감정평가액으로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평가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단순히 증감된 면적에 개별공시지가를 곱한 금액을 조정금으로 손쉽게 결정할 수 있다.

공시지가를 활용하는 방법과 감정평가를 통하는 방법 모두 장·단점이 있다. 이를 인지한다면, 지적재조사를 통해 면적 증·감 중 어디에 속하느냐에 따라 소유자의 선택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조정금을 징수당하는 입장에서는 제 값 주고 사기보다 싸게 살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토지의 과표금액인 개별공시지가가 대부분 시가를 하회하고 있으니 이 수준으로 조정금을 징수하겠다면 소유자에게는 득 될 것이다. 조정금 징수 또는 지급 어느 쪽에 속할 수 있는 위험부담을 고려해 개별공시지가로 조정하도록 안전 운행하는 것도 현명하다. 조정 면적이 비교적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면 공시지가 산정 방식이 일견 합리적일 수 있다. 반면, 면적 감소가 이뤄져 보상의 개념으로 줄어든 면적에 상응하는 토지가액을 지급받는다면, 공시지가 수준의 조정금은 수용하기 어렵다. ‘시가’ 이하에 강제로 뺏어가면 어느 누구라도 발끈할 것이다. 토지소유자협의회에 충분히 설명하고 청산 방식을 결정해야 이러쿵저러쿵 뒷말 나오지 않는다.

이런 법정인 청산방식에 감정평가를 활용할 경우 세부 기준은 통일되지 않았다. 증감된 면적에 증감 전 또는 후를 기준으로 평가한 토지단가를 곱할 수 있다. 아예 조정 전·후 토지 총액을 비교하여 조정금을 파악할 수도 있다. 감소한 경우는 토지보상평가, 증가된 경우는 환지처분과 유사한 것으로 보면 전자는 증감 전 면적 기준 단가, 후자는 증감 전·후 토지 총액을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편, 조정금 결정을 위한 감정평가 시 현재 국토교통부 고시로 정한 감정평가수수료 체계에 따른 정상 수수료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감정평가업계의 고민도 있다. 어쨌든 지적이 뒤틀어진 부분을 중장기 계획 하에 정리해 나가고 있으니, 2030년이면 전국의 모든 토지는 지금보다 예쁘게(?) 시술되어 있을 것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