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법원 도입, 불가피한 선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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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 도입, 불가피한 선택일까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5.04.2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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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공청회 개최…‘평행선’ 의견대립
‘대법관 구성 다양화 필요성’ 한 목소리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상고법원 도입에 관한 의견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0일 ‘상고법원 설치에 관한 공청회’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서 개최, 학계를 비롯한 법조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날 공청회에는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와 유병현 고려대 로스쿨 교수,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 이재화 변호사, 장준호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한승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이 참여해 상고법원 도입에 관한 의견을 개진했다.

“상고법원 도입 ‘차선책’…사실심 강화・대법관 다양화 전제돼야”

서보학 교수와 유병현 교수, 이인호 교수 등 학계에서는 상고법원 도입이 불가피한 차선책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서 교수와 이 교수는 모두 상고허가제를 가장 이상적인 방안으로 판단했다. 다만 판결에 승복하기까지 3번의 재판을 바라는 국민의 법감정과 사실심에 대한 신뢰가 낮은 현재 상황에서 상고허가제를 도입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보였다.

서 교수는 “개인 간의 권리분쟁의 성격이 짙은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은 상고법원에 맡겨 3심을 보장하고 대법원은 법령 해석의 통일이 필요하거나 국민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 사건 등에 집중하도록 하는 상고법원 도입안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 상고법원 도입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서 지난 20일 개최됐다.

비슷한 취지에서 유 교수도 “상고법원 설치안은 최고법원의 법령해석통일 및 정책법원의 기능을 강화하면서국민의 상고심재판의 요구를 반영하는 절충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대법관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사실심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전제했다. 서 교수는 최근 대법원이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을 축소・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상옥 후보자를 추천한 일을 언급하며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개선이 없는 한 상고제도의 개선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법관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구성의 다양성을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향후 대법관 못지 않은 명예와 권력을 지니게 될 상고법원 판사의 보직을 현재 대법원 방침과 달리 외부에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복원하고 국민에게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재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실심으로서 1심의 획기적 강화와 2심의 법률심화, 전면적인 상고허가제가 돼야 한다”며 사실심 강화가 상고제도 개선의 최종 목적지에 이르기 위한 전제조건임을 강조했다.

반면 장준호 검사는 상고법원제도의 효과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대법원이 분류심사를 하고 특별상고를 신청하는 경우 요건을 검토하는 등 현재의 대법원 체재에서는 필요 없었던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면서 대법원의 업무경감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다양한 대법관 구성을 통한 증원 VS 상고법원 도입하고 대법관 감축”

상고법원 도입안을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의 차이는 적정한 대법관 숫자에 관해서도 뚜렷이 나타났다. 이재화 변호사는 “상고법원안은 위헌적 요소를 담고 있으며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법원이 최고법원으로서 법령해석 통일과 사회 정의룰 구현하기 위한 가치기준을 확립하지 못한 주된 이유로 대법관 구성의 획일화를 꼽았다. 특히 2010년까지 큰 폭으로 증가하던 상고사건 수가 최근 4년간 연간 35,000 내지 36,000건으로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 향후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인구수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수와 상고사건수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상고허가제 폐지 후인 1991년부터 증가한 사건 수를 고려해 대법관 수를 38명으로 늘릴 것을 주장했다.

장준호 검사도 대법관 수 증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장 검사는 다양한 상고허가제와 상고법원제도, 대법원 구성 이원화 등 다양한 방안의 장・단점을 조명했다. 그는 “산술적으로 3명의 대법관 증원만으로도 20%의 사건 부담이 경감된다”며 “최근 상고사건수가 정체・감소 추세에 있는 것으로 보이고 향후 사실심 충실화 방안의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소수의 대법관 증원은 상고심 재판 지연을 해소하기 위한 충분한 대안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상고법원제의 도입이 불가피한 차선책이라는 입장을 보인 서보학 교수는 “대법원이 원칙적으로 전원합의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대법관의 수가 지금보다 더 줄어도 상관없다”며 “한국의 헌법재판소나 미국 연방대법원과 같이 9명으로 운영되도 좋다”는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이인호 교수도 “상고법원제를 도입하는 경우 상고법원의 고위 법관이 늘어나는 만큼 대법관 수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서 교수와 마찬가지로 대법관을 9인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승 사법정책실장은 “대법관을 15명 이상으로 증원하는 경우 다수결 투표로 결론을 낼 수밖에 없고 소수자 등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판결에 반영하기 어렵다”며 “대법관 증원으로 전원합의체를 무리 없이 구성・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상고법원 제도의 위헌성…대법원은 ‘최고심’인가 ‘최종심’인가”

상고법원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입장인 이재화 변호사는 “상고법원안은 헌법상 각급 법원에 해당하는 상고법원이 최종심을 담당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배되며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된 법관이 최종심인 상고심을 담당하도록 하는 점에서 국민주권주의에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상고법원에 대한 특별상고를 허용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4심제의 위험성도 지적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인호 교수는 “헌법이 상정한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은 반드시 대법원이 최종심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그는 “대법원이 반드시 권리구제의 최종심급이어야 할 필요가 없으며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에서 대법원만이 상고심법원이어야 한다는 해석이 필연적으로 나온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승 사법정책실장은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상고법원 도입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며 “헌법은 심급제도의 내용을 입법으로 정하도록 한 것이며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특별상고는 재심과 유사한 비상적 불복절차로 3심제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과 일본이 최고법원이 아닌 고등법원에서 상고심을 담당하는 사례와 상고심 재판 기회의 제한은 위헌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례 등을 통해 상고법원에서 상고심을 담당하는 것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개정안이 사건분류를 대법원에게 맡김으로써 모든 상고사건이 반드시 대법관을 거치도록 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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