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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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25)
  • 신종범
  • 승인 2015.04.1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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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모욕죄

 

 

 

 

 
신종범 법무법인 더 펌(The Firm)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지난 10일 제4회 변호사시험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합격한 분들께는 축하의 말씀을, 안타깝게 떨어진 분들께는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필자가 고시공부할 때에는 합격자 발표를 신림동 고시촌 서점에서 가장 먼저 알렸던 거 같다. 합격자 발표가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서점 주변에 많은 수험생들이 몰렸었다. 어쩌면 정작 합격권에 있던 수험생보다 합격권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던 수험생이나 시험을 치르지 않았던 고시생들이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고시에 최종 합격하던 해 합격자 발표하는 날 핸드폰은 집에 두고 일찍부터 집을 나서 북한산에 올랐었다. 마지막이라고 본 시험이어서 어느 때보다 떨리기도 했었고, 떨어질 것에 대비하여 마음도 가다듬어야 했다. 산을 오르면서 고시공부를 했던 시간들을 돌아보았다. 참 힘들고 외로운 시간 잘 견디어 냈다는 위로와 좀 더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이 교차했다. 산을 내려오면서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자 다짐하면서 담담해지려고 했다. 그러나, 집이 가까워질수록 심장은 의지와 무관하게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합격자 발표시간은 이미 지나갔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어머니의 표정에서 합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도 한참만에 초인종을 눌렀다. 어머니가 기쁘게 달려 나오신다. ‘합격이구나’ 온 몸의 맥이 한순간에 풀리고 말았다.

그 이후로는 어느 날을 그토록 긴장하며 맞이하는 날은 없었던 거 같다. 그런데 변호사로 살아가면서 또 긴장되는 날이 생겼다. 그 정도야 합격자 발표하는 날보다는 덜 하지만 수시로 그날을 맞이해야 하니 여간 고역이 아니다. 바로 ‘선고기일’이다. 그동안 열심히 상담하고, 연구하고, 서면쓰고, 변론하여 그 결과물을 받아보는 날이고 상대방과의 전투(?)에서 승패 여부를 확인하는 날이다. 선고기일에는 사무실 직원이 법원에 출석하여 판결선고를 듣고 그 결과를 전화로 알려주는데 선고시간이 다가올수록 울리지도 않은 전화기를 수시로 쳐다보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변호사님 승소하셨어요”. 꼭 합격 소식을 들은 것처럼 가슴이 뛴다.

변호사로서 일하면서 가장 기쁘고 보람찰 때가 아마도 의뢰받은 사건에서 승소하였을 때일 것이다. 그동안 고생한 보람도 있고 무엇보다 의뢰인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 주었다는 생각에 뿌듯함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승소 판결을 받았음에도 간혹 낭패를 겪는 경우가 있다. 특히 민사재판에서 그런 일이 생기게 되는데 형사나 행정재판은 재판결과에 따라 그에 따른집행이 곧 이루어지지만 민사재판은 상대방이 판결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원고를 대리하여 약정금지급청구소송을 제기하여 대법원까지 가서 승소판결을 받았는데 피고가 임의지급을 않고 계속 버티는 사건이 있었다. 재산은 소 제기 이전에 이미 다른 곳으로 빼돌린 상태였다. 피고를 상대로 재산명시명령을 신청하자 의도적으로 송달을 받지 않았다. 최후의 수단으로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 신청을 하여 공시송달로 진행되었고 등재결정이 났다. 그리고 얼마 후 의뢰인인 원고 앞으로 공탁통지서가 왔다. 피고가 이행할 금원을 공탁한 것이다. 공탁원인사실에는 ‘피공탁자(원고)가 수령을 거절하므로’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원고는 피고로부터 한번도 금원을 지급하겠다는 통지를 받은 사실이 없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임의이행을 거절하고 있다가 채무불이행자로 등재되자 마지못해 공탁사유가 없는데도 공탁을 한 것이다.

그래도 금전이나 물건의 이행소송 등은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직접적 수단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부대체적 작위의무’나 ‘부작위의무’의 경우는 그 의무자가 이를 거부하여도 직접으로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그 의무를 위반한 경우 일정액의 금전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간접강제’ 수단이 있지만 의무자가 의무를 이행하는 것보다 금전을 지급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의무를 위반하고 금전을 지급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전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법원으로부터 전교조 명단을 공개하지 말라는 가처분 결정문을 송달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공개를 했고, 이후 다시 공개금지가처분 결정과 그 위반시 1일 3,000만원의 간접강제금 결정을 받았음에도 또 다시 이를 거부하고 5일간이나 더 이를 게시한 적이 있다. 입법권자인 국회의원이 법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사법부의 결정을 정면으로 무시한 사건이었다.

얼마전 대법원이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까지 가할 수 있게 하는 미국식 ‘법원모욕죄’ 도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현재는 법정에서 소란을 피우는 등의 직접적 모욕행위만을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이러한 직접적인 모욕행위뿐만 아니라 법원의 적법한 명령이나 결정을 따르지 않는 간접적 모욕행위에 대하여도 구금 이나 벌금 등 형사적 처벌을 통해 그 이행의 강제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그 필요성에 대하여 공감하면서 아직까지는 형사처벌이 주되게 검토되고 있는 것 같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을 통하여 사법부의 결정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사람들에 대한 민사적 제재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더 나아가 사법부의 결정에 대한 직접적 무시행위 뿐만 아니라 소송을 제기하거나 고소 등 사법적 구제수단을 이용하였다는 이유로 징계나 다른 불이익을 주는 등의 행위에 대하여도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안도 아울러 검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방안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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