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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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3)
  • 문덕윤
  • 승인 2015.04.0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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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
베리타스 PSAT 언어논리 전임

“무엇을 읽을 것인가?”

아니, 당연히 문제가 나오니까 답을 찾으려고 온 힘을 다해 지문을 읽고 있는데 이 무슨 뜬금 없는 소리인가 하고 어리둥절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자. 지문을 읽고 있는 당신, 과연 우리는 제대로 읽고 있는가? 그리고 글쓴이의 의도에 주목하려면 무엇에 주목해야 하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 것인가? 오늘은 바로 이 부분에 대하여, 본격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봤으면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은연중에 지식의 축적에 대한 압박을 느끼면서 배경지식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생소한 소재가 등장하는 경우 어디에 주목하면 이 지문의 구조가 보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내려놓은 채,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휩싸여 쏟아지는 정보에 짓눌려 풀이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문에서 어떤 제재가 등장하든 달라지지 않는 약속이 하나 있다. 달라지지 않는 의사소통의 규칙이라면, 우리는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지문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는데, 하나는 논증적 일관성이고 다른 하나는 개념적 유연성이다. 논증적 일관성은 앞으로 매회 하나씩 소개하게 될 5가지 관계코드로 표현될 것이고, 개념적 유연성은 지문의 핵심개념은 시험지 위에 제시된 속성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원칙으로 모든 지문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배경지식에 휘둘릴 필요가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자, 그럼 핵술, 나열, 대비, 인과, 문해의 다섯 가지 관계코드 중 핵술관계부터 들어가겠다.

Code No.1 핵술관계 – 상위개념과 중심문장에 주목하라

문단 내의 가장 핵심적인 문장이 중심 문장이 되고, 지문 내의 가장 핵심적인 문단이 중심 문단이 된다.

한 문단을 구성하는 문장들 간에는 저마다의 강약과 세기가 있다. 그리고 잡문이 아닌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전제로 하는 글에서는 문장의 전개와 배열을 위한 원리를 지켜 써야 한다는 사회적 약속이 있다. 혹여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에 “글 쓰는 데 공식이나 원리가 어디에 있나, 그냥 자기 개성대로 쓰는 거지.”, “글 짓는 데 제일 중요한 것은 창의성인데, 규칙대로 맞춰 쓰라는 건 글쓴이의 창의력을 죽여버리는 행동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분? 그러시다면 우리가 어떻게 언어로 표준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라. 지금부터 이 글이 하는 이야기는 자유로운 창작의 의욕을 꺾어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다양한 글쓴이들의 생각이 어떻게 하여 직접적인 대면 접촉 없이도 시공간을 뛰어넘어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전달될 수 있었는지를 이해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비문학 글쓰기의 원리는 사회적 약속에 기반한다. 문장에는 문장 자체가 담고 있는 고유한 의미가 있고, 문장이 모여 다음 단계의 단위인 문단을 구성할 때의 역할이 있다. 문단 내에서의 역할에 따라 문장에는 저마다의 강약과 세기가 부여되며, 독해에 능숙한 독자들은 글이 구성된 리듬을 받아들이면서 글쓴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글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문맥 잡는 구조독해 원리’는 바로 이 비법을 여러분에게 전수하기 위해 마련했다.

문장의 성격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사실 : 어떤 대상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서술한 것. 가치 판단이 개입하지 않는다.

의견 : 어떤 대상 혹은 현상에 대한 말하는 이의 생각을 서술한 것. 가치 판단이 개입한다.

일반적으로 한 단락에 두 가지 문장이 섞여 있다면, 의견 문장이 사실 문장보다 문맥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글은 생각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하는 표현 행위이고, 글쓴이가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는 의견 문장에 직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물론 설명문처럼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글에서는 의견 문장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진술에 주목한다.

지문 전체로 시야를 넓혀 보면, 문단 단계에서도 사실 문단과 의견 문단으로 역할을 나눌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문맥의 흐름에서 의견 문장이 핵심을 제시하고, 사실 문단이 그에 대한 구체적인 서술을 하는 것으로 역할이 나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문맥이 핵심 문단에 집중해 있으니, 이를 집중 공략하면 문맥 파악이 수월해진다.

또 문제에서 지문의 핵심 정보나 세부 정보의 확인을 요구할 경우, 정답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태도에 대한 점검을 반드시 해야 한다. 문제의 난이도가 올라가는 경우에는 사실 문장과 의견 문장을 뒤집어 놓음으로써 난이도를 올리곤 한다. 이 역시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예제] 다음 글의 핵심적 논지에 대한 반론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미국만큼 평등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평등의 개념은 철학적으로서의 재건주의가 출현하기 150년 전에 벌써 미국의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미국 공립학교의 시초도 또한 기회의 평등 개념과 보편적인 무상 교육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다. ‘보통학교’의 출현은 “일체의 출신성분을 뛰어넘는 교육은 인간의 조건을 평등하게 하는 가장 위대한 장치이며 사회 전체의 균형을 이루는 바퀴이다.”라고 말한 호레이스 만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교육기회의 평등은 결과의 평등까지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무계층 사회를 꿈꾸는 것이 아니다. 데이비드 타이약이 쓴 것과 같이 대체적으로 말하여 노동자들은 부자들을 완전히 무너뜨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이 추구했던 것은 그들의 자녀들에게 중요한 기회의 순간에 출발선을 동등하게 만들어 주려는 것이었다. 19세기에서 20세기 초기까지 기회의 평등은 모든 아동들에게 첫 출발을 동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을 의미하였고 결과에 있어서는 어떤 아동이 다른 아동보다 더 멀리 갈 수도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었다. 동기나 운뿐만 아니라 능력과 배경의 차이는 개인 간의 결과적인 불평등을 창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학교는 어떤 계층의 가정에서 태어나든 다른 계층의 가정에서 태어난 아동이 성취하는 것만큼 성취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이러한 관점에는 ‘학교는 모든 계층의 모든 아동들에게 목표 성취를 위한 수단과 성공을 향한 평등한 기회를 보장해준다.’는 생각이 함의되어 있다.

① 사회 불평등 문제를 재생산하는데 학교교육의 역할은 그동안 과대평가되었다.

② 학교교육은 교육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교육 결과의 평등을 목표로 해야 한다.

③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의 학교교육은 사회의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재생산해 왔다.

④ 학교교육 제도는 애초에 사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립된 것이 아니다.

⑤ 사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데 학교교육의 역할은 그동안 과대평가되었다.

지문의 핵심 논지에 대한 반론을 형성하는 문제이다. 반론 형성 문제는 쟁점을 정확하게 설정하고, 대립되는 관점 하에서 대조적인 속성을 드러내는 선택지를 골라내야 한다. 상식적인 이해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주의한다. 제시문은 미국이 평등의 문제를 교육을 통해 어떻게 실현하고자 했는지를 다룬다. 글쓴이는 미국의 학교가 동기 면에서 교육기회의 평등을 제공해 주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적절한 반론은 결과 면에서 동기가 얼마나 현실화되었는지를 지적하는 것이 적절하다.

반론을 위해서는 일단 논지를 확정해야 한다. 그럼 차근차근 논지부터 정리해 보자.

지문의 핵심정보는 구성하는 항목부터 정리해 보겠다. 여러분도 지문을 잘 읽고, 각 항목에 들어가야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중심화제

학교교육

속성

(주요 특징)

기회의 평등 기여

범주

(속성의 적용 범위)

미국(일반화 : 자본주의)

태도

긍정적, 중립적 태도(해석 전달)

위 항목에 대한 답이 끝났는가? 이제 위 내용을 한 문장으로 묶어서 정리하면 논지가 도출된다. 반론은 이를 반대 해석으로 뒤집으면 된다.

논지 : 미국의 학교 교육(자본주의 체제 하의 학교교육)은 기회의 평등에 기여했다.

반론 : 미국의 학교 교육이 기회의 평등에 기여하지 못했다.

위 판단과 가장 가까운 것이 정답이다. 따라서 정답은 ③번이다.

그럼 나머지 선택지가 정답이 되기 위해 미흡한 부분이 무엇인지 짚어보겠다.

① 사회 불평등 문제를 재생산하는데 학교교육의 역할은 그동안 과대평가되었다.

범주 불일치

: 판단대상 제외

② 학교교육은 교육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교육 결과의 평등을 목표로 해야 한다.

(매력적 오답)

범주 불일치 : 판단대상 제외

태도 불일치 : 해석 전달(자실 문장) vs 당위적 방향 제시(의견 문장)

③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의 학교교육은 사회의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재생산해 왔다.

정답

④ 학교교육 제도는 애초에 사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립된 것이 아니다.

화제 이탈

⑤ 사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데 학교교육의 역할은 그동안 과대평가되었다.

범주 불일치

: 판단대상 제외

① 학교교육이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진술이다. 이는 교육이 결과 면에서 큰 영향을 비치지 않았다는 해석이므로, 제시문과 상충하는 구조가 아니다.

② (매력적 오답) 결과의 평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제시문과 다른 주장이기는 하다. 하지만 강조점이 다를 뿐 동기 면에서 평등을 제공한 의의를 인정한 지문에 대한 반론이 성공적으로 형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교육이 사회의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양산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결과에서의 불평등을 지적하는 것으로 지문의 내용에 대한 가장 적절한 반론이다.

④ 학교교육의 목표가 사회 불평등 문제 해결에 있지 않다는 내용이다. 이는 학교교육이 결과의 평등까지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견해에 가깝다. 지문의 내용에 대한 반론이라기보다는 지지하는 쪽에 가까운 의견이다.

⑤ 사회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학교교육의 역할이 그동안 과대평가되었다는 견해이다. 이는 학교교육이 사회불평등과 관련한 역할이 그리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제시문의 내용과 상충하지 않는 견해이다.

논리적 사고의 시작은 사실과 의견의 정확한 구분부터 시작한다. 전문가나 언론사 같은 강한 권위를 가진 주체의 의견은 사실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곤 한다. 때로는 말하는 이에 대한 듣는 이의 평가가 판단에 영향을 미쳐 사실이 의견인 것처럼 해석되기도 한다. 그래서 합리적인 언어의 사용능력을 키우는 훈련의 첫 단계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것에서부터여야 한다. 다음 시간에는 핵술관계를 구성하는 요소인 핵심과 상술을 어떤 식으로 다루어야 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소개를 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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