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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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24)
  • 신종범
  • 승인 2015.04.03 10:3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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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신종범 법무법인 더 펌(The Firm)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지난주 경찰관이 범인(한명은 결국 진범이 아니었지만)을 제압하는 장면이 찍힌 서로 다른 동영상 2개가 시선을 붙잡았다. 2개의 동영상을 전하는 언론의 분위기나 여론은 사뭇 달랐다. 먼저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경찰관 1명이 차량으로 다가가 숨어 있던 한 남자를 밖으로 끌어내 몸싸움 끝에 제압하는 모습이 나온다. 필로폰을 유통시킨 범인을 체포하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 때 공범이 나타나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경찰관을 위협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경찰관은 무기나 다른 장구도 소지하지 않은 채 잡은 범인을 계속 제압하면서 맨 몸으로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공범에게 맞선다. 다행히 다른 경찰관이 나타나고 야구방망이를 휘두른 공범이 차를 타고 도주하자 그 경찰관은 도주차량을 쫓아가며 뛰어 올라 발로 운전석 창문을 박살낸다. 비록 현장에서 체포하지는 못했지만 도주한 공범도 몇 개월 후 검거되었다. 언론은 ‘야구방망이 든 마약사범···영화같은 체포’ 등의 제목으로 이 동영상을 전하였고 여론은 야구방망이에 맞아 손가락이 부러지면서도 끝까지 범인을 놓치지 않은 경찰관의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불과 이틀 후 전혀 다른 분위기의 동영상을 접해야 했다. 언론은 ‘머리 밟고 테이저건 발사···경찰 무고한 시민 폭행’, ‘경찰 무고한 시민 과잉진압’ 등의 제목으로 이 동영상 소식을 전했다. 이 두 번째 동영상 속 장면을 보자. 경찰관 세 명이 오토바이 가게 앞에서 한 남성을 둘러싸고 신분증을 요구한다. 잠시 후 경찰이 이 남성을 체포하려하자 남성은 옷을 벗어 던지고 대결 자세를 취한다. 그러자, 경찰들이 달려들어 이 남성을 쓰러뜨리고 머리를 수 차례 밟는다. 나중에 합류한 경찰까지 총 6명의 경찰이 쓰러진 이 남성을 둘러싸고 있다. 지나가던 행인이 이 모습을 촬영하며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하자 갑자기 테이저건이 발사되고 경찰은 행인의 촬영을 제지하고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며 체포한다. 행인의 아들이 경찰에 항의하자 경찰은 아들마저 체포한다. 동영상은 아들의 마지막 말로 끝난다. “저 아무것도 안했는데 수갑 채우시는데요” 그런데 경찰이 오토바이 절도범으로 알고 처음에 체포한 남성도 범인이 아니었다.

첫 번째 동영상을 보면서는 마음을 졸여야 했다. 범인 한명을 제압하면서 동시에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공범에 맨 손으로 맞서는 경찰관을 보며 다른 경찰관들은 어디 있지? 진압봉 같은 진압장비는 없는 건가? 공포탄이라도 쏴야 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동료 경찰관이 나타나고 달아나는 공범의 차량 창문을 날아 올라 발로 깨뜨렸을 때는 정말 통쾌하고 멋있었다.

두 번째 동영상을 볼 때는 분노를 느꼈다. 분노의 대상도 경찰을 향했다. 더욱이 처음에 체포된 남성이 경찰의 신분증 제시 요구에 순순히 응하였고, 주변 오토바이 가게 사장이 훔친 오토바이가 아니라고 했음에도 남성을 연행하려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이 남성을 체포할 수 있는 상황이었을까? 체포요건을 갖춘 상황이었더라도 이미 제압되어 쓰러진 한 남성을 6명의 경찰이 둘러싸고 수 차례 머리를 밟은 것이 적절한 경찰권의 행사였을까? 이 모습을 촬영하는 행인을 무슨 근거로 제지하고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며 체포한 것인가? 옆에 있던 행인의 아들은 또 무슨 근거로 체포한 것인가?

수사기관이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는 경우는 긴급체포의 경우와 현행범 체포의 경우가 있다. 두 번째 동영상에서 경찰이 당시 오토바이 주인을 체포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을까? 긴급체포에 해당하려면 장기 3년 이상의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하거가 도망할 우려가 있어야 하는데 당시 오토바이 주인이 절도범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알려진바 없고 경찰의 신분증 제시 요구에 순순히 응했다는 점에서 도망할 우려도 없었다. 그렇다고 현행범은 더욱 아니다. 당시 오토바이가 도난당한 오토바이와 유사하더라도 현장에 있던 오토바이 가게 사장이 훔친 오토바이가 아니라고 진술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토바이 주인을 장물을 소지하고 있는 준현행범으로도 볼 수 없다. 결국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신분이 확인된 이상 수사를 통하여 혐의가 인정되면 영장을 청구하여 체포에 나서면 되는 일이지 당시에 무리하게 동행을 강제할 상황은 아니었다. 설령 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물리력의 사용은 체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최소한도로 행사되어야 함에도 이미 제압이 끝난 사람에게 계속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함으로써 경찰권 행사의 한계도 넘어섰다. 더욱이 경찰이 당시 모습을 촬영한 행인을 제지하면서 공무집행방해 운운하며 체포하고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행인의 아들마저 체포한 것은 경찰권 행사의 남용을 넘어 불법체포에 해당하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 마저 들게 한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오토바이 도난 사건을 수사하던 중 범인을 착각해 벌어진 일로 오토바이 주인이 경찰에 위협적인 행동을 보여 진압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하면서 과잉진압을 밝히기 위해 감사에 착수하고 입건된 시민 3명에 대해서도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있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겠다고 한다. 과연 철저한 수사와 정확한 판단 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지난주 2개의 동영상을 보면서 공권력에 대한 신뢰와 분노를 동시에 느껴야 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거악에 맞서는 공권력의 행사는 정의롭지만, 무고한 시민에게 향한 권력의 일탈은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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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2015-04-04 19:47:26
잘읽었습니다. 그 사건에대해 궁금한게 많았는데 역시 경찰이 잘못된거였군요.
미국을 들먹이면서 공권력을 이용해 무고한 시민을 폭행한 경찰, 그러고도 당당하게 죄를 따지는 모습을 보니 화가 치밀어오릅니다. 경찰이될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Guest 2015-04-04 19:47:26
잘읽었습니다. 그 사건에대해 궁금한게 많았는데 역시 경찰이 잘못된거였군요.
미국을 들먹이면서 공권력을 이용해 무고한 시민을 폭행한 경찰, 그러고도 당당하게 죄를 따지는 모습을 보니 화가 치밀어오릅니다. 경찰이될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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