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좌익적 시각에 동조한 내용을 일부 담은 표현물을 제작, 배포했더라도 제작 동기가 사건의 진상규명이나 당사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라면 이적표현물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손지열 대법관)는 19일 제주 4.3사건을 인민의 자발적 반미구국투쟁으로 묘사하는 등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내용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제작,배포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3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4.3사건을 남한 5.10 단독 선거에 반대한 자발적 반미구국투쟁으로 규정하는 등 북한 주장에 동조한 일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한 동기 등에 비춰 이적표현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적표현물로 인정되려면 국가의 존립과 안정을 해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하나 피고인이 만든 비디오 내용으로는 이적 목적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94년 제주도 의회에서 구성된 4.3 특별위원회 조사요원으로 일하던중 4.3 사건을 북한의 좌익적 시각에서 조명한 비디오 `잠들수 없는 함성, 4.3사건'을 제작, 대학가 등에 배포한 혐의(찬양.고무 등)로 기소된뒤 1심에서는 유죄가 인정됐으나 2심에 무죄가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