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대법관님들, 일자리 양보 좀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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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법관님들, 일자리 양보 좀 하시죠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3.27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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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2011년 변호사법개정[소위 전관법관예우금지]을 통해 현재 법관, 검사, 장기복무 군법무관, 그 밖의 공무원 직에 있다가 퇴직해 변호사 개업을 한 자는 퇴직 전 1년부터 퇴직한 때까지 근무한 법원, 검찰청, 군사법원 등 국가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한 날부터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법무법인 등의 담당변호사로 지정되는 경우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또 공직퇴임변호사는 퇴직일로부터 2년 동안 수임한 사건에 관한 수임 자료와 처리 결과를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제출하는 등 2~3중의 추가적인 견제장치도 있다.

하지만 실효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2013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 변호사 761명을 상대로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설문조사에서 90.7%(690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전관예부금지법이 만들어졌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여부를 두고 법조계가 뜨겁다. 사회 일각에서도 ‘된다’ ‘안 된다’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개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부정적 시선이 우세를 점하는 듯하다.

차한성 변호사는 대법관으로 6년간 재직하다 2014년 3월 퇴임했다. 이후 영남대 석좌교수로 활동하다 올해 3월 9일 변호사 등록에 이어 18일에는 변호사 개업을 신청했고 서울지방변호사회를 경유해 대한변호사협회로 이첩됐다. 하지만 대한변협은 “대법관 퇴임자가 변호사로 개업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은 최고법관 출신으로서 부적절한 행위”라며 자발적 개업 신청 철회를 촉구했다.

대한변협은 “최고 법관으로 재직하다 퇴임한 후 변호사 개업을 해 돈을 버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고 최고 법관 출신은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인 경향”이라면서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할 경우 동료 대법관이나 후배 법관들에게 사건 처리에 있어 심리적 부담을 주고 때로는 부당한 압력으로 보여 전관예우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비치 우려가 있고 오랫동안 최고의 명예를 누린 점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유를 밝혔다. 대한변협이 개업신고서를 반려하자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근거규정이 없다며 대한변협에 다시 돌려보냈다. 서울지방회로서는 대한변협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절차상, 법리상 흠결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차 전 대법관의 변호사개업 의지가 변호사단체 및 법조 후배들을 심히 곤란하게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재야 법조계는 사건 수임 저조 및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 및 신규 변호사들의 애로가 적지 않다는 전언들이 들리고 있다. 그래서 지난 1~2월에 치러진 대한변협 및 지방회 회장 및 집행부 선거에서는 일자리 창출 및 변호사 권익신장이 최대의 공약이 됐다. 근래 들어 대형 로펌조차 1~2천만원 소액사건 마저 소위 싹쓸이 한다며 청년 변호사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능력=돈’이라는 등식이 우리 사회에 팽팽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도 그럴 것이지만 국민들에게는 법조인들은 뭔가 달라야 한다는 기대심리가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 대법관 출신이 법정에서 변론을 한다면 한창 나이어린 후배 판·검사들이 쫄지 말라는 법이 없다. 온전한 법집행에 대한 우려를 금할 수 없는 이유다. 비단 차 전 대법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관 출신은 공익이든 사익이든 제법 세월이 흐른 후 변론복을 입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대법관 출신이야 어디로 가시든 억대 연봉을 받을 텐데 왜 굳이...”라고 말하는 한 새내기 지인 변호사의 볼멘소리가 전혀 낯설지만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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