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건강보험료징수제도의 개선과 비겁한 정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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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건강보험료징수제도의 개선과 비겁한 정치인들
  • 오시영
  • 승인 2015.03.2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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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우리 건강보험제도는 전 국민을 보험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익하다. 미국의 오바마케어에 비추어 보면 얼마나 선진의 건강보험체계인지 모른다. 그런데 특정 부양의무자가 일정소득 또는 일정재산규모에 따라 보험료를 납부하고, 피부양자는 보험료를 내지 않고 부양의무자의 건강보험을 통한 보험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다 보니, 여러 가지 편법이 동원되어 의료보험기금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완구 국무총리의 차남이 외국계 로펌에서 근무하며 억대의 연봉을 받고서도 이완구 총리의 피부양자로 등재하는 방법으로 건강보험료를 3년간 한 푼도 내지 않고 진료를 받다가 나중에 추가납부한 경우라고 하겠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수백억 원대 재산가로 알려져 있지만, 편법을 써서 건강보험료를 매달 2만 원 정도만 납부해 왔던 사실은 건강보험을 둘러싼 보험료 징수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하겠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보건복지부에서는 두어 달 전 건강보험료징수를 포함한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하였다가, 연말정산으로 인한 세금폭탄, 담배값 인상에 따른 서민부담가중에 연이어 국민의 고혈을 빨려고 한다는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앗, 뜨거워!” 하면서 없었던 것으로 하자며 한 발 물러서고 말았다. 비겁한 행정행위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위 비근한 예에서 보듯, 고소득의 독립생활자가, 거액의 재산가가 현행 건강보험료징수체계의 허점을 이용하여 아예 보험료를 내지 않거나 내더라도 아주 소액만을 내어 유리지갑처럼 투명한 봉급생활자나 아주 적은 재산을 가지고 있을 뿐인 자영업자들에 비해 아주 적은, 거의 내지 않는다고 할 정도의 건강보험료만을 납부한 채 사실상 국민의 혈세를 도둑질하고 있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전 국민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도록 되어 있어서 서민들이 건강보험제도를 많이 이용할 것 같지만 환자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자비 부담 때문에 오히려 이용률이 낮고, 경제적 형편이 나은 부자들이 오히려 더 많은 건강진료를 받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그 결과 서민 약 50% 정도가 몸이 아파도 한 해에 병원을 한 번도 찾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부자들은 자신들이 납부한 건강보험료보다 더 많은 돈의 진료를 자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건강보험공단에는 13조 원 가까운 돈이 흑자로 적립되어 있다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살림살이를 잘 해서 흑자를 남겼다고 칭찬이라도 해 주고 싶지만,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은 이미 정평이 나있을 정도라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실재로는 국민들로부터 많은 건강보험료를 징수하고서도 건강보험혜택은 적게 주다 보니 건강보험공단이 13조 원 가까운 흑자가 적립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기회에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개선책에 대하여 한 번 생각해 보자. 필자는 현재 부양자와 피부양자 체제로 되어 있는 의료보험체제를 개국민개별보험가입자체제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다시 말해 부양자와 피부양자로 나누다 보니, 재산이 많거나 소득이 많은 이들조차 적은 소득의 아들이나 딸 또는 사위나 며느리 등의 직장보험에 얹혀 숨어버리게 되니, 실재 보험료를 내지 않거나 내더라도 아주 적게 내는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료를 재산에서 나오는 건강보험료와 소득에서 나오는 건강보험료로 이원화하여 징수하자는 것이다. 즉 건강보험공단이 1년에 소요될 보험료총액을 산정(예산책정)한 후 이를 재산에서 50% 징수하고, 소득에서 50% 징수함으로써 충당하자는 것이다. 소득과 재산의 기여도를 각각 반반씩 하자는 것이다.

부자와 빈자,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이렇게 네 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위 징수방안을 고려해 보자는 것이다. 월소득 1,000만원의 고소득자이지만 현재 재산이 하나도 없는 사람과 100억원 대의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월소득이 하나도 없는 저소득자 중 누가 더 건강보험료 부담능력이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답은 나온다고 할 것이다. 이미 국세청이나 금융기관, 부동산등기시스템의 완비 등으로 전 국민의 재산상황이 모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부양의무자와 피부양자로 나눌 것이 아니라 갑이면 갑이라는 한 사람을 기준으로 그 사람의 소득이 얼마인지, 재산 크기가 얼마인지를 계산하여, 건강보험료를 징수하자는 것이다. 즉 재산이 많으면 재산이 많은 쪽에서 건강보험료의 상한선(물론 그 비율이 합리적으로 책정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까지 징수하고(그래 봤자 앞서 주장한 바와 같이 전 국민이 납부해야 할 50% 범위 내에서 다소 높게 책정될 수 있을 것이다. 분포도에 따라 부담하여야 할 것이므로) 소득이 적으면 그 쪽에서는 건강보험료의 하한선을 징수하면, 즉 개인별로 재산과 소득에서 각각 산정된 보험료를 합산하여 부과하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보험카드를 피부양자까지 여러 명 기재할 것이 아니라 개인 주민등록증처럼 1인 1카드제도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소득도 없고 재산도 없는 사람은 건강보험료를 면제받을 수도 있게 되고, 소득과 재산이 많은 사람은 각각 소득을 많이 내도록 하면, 건강보험제도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될 경우 국민들이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재산은 체크될 수 없어 어찌할 수 없다고 하겠지만, 재산을 차명으로 돌려놓거나 타인에게 은닉한다 하더라도 5천만 국민 누군가에게는 그 감추어둔 재산이 귀속되어 있을 것이므로 건강보험료 책정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매년말 정산하는 원천징수소득신고액을 기준으로 삼거나 매년 5월에 신고하는 종합소득세 신고를 기준으로 소득을 기준삼고, 같은 날의 재산세 납부실적이나 부동산보유현황과 예금이나 주식 보유 현황 등을 기준으로 하여 건강보험료를 책정하면 많은 인력을 추가하지 않더라도 건강보험료 산출을 위한 자료수집이 용이하게 파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이렇게 될 경우 전 국민의 재산형성과정까지도 투명하게 노출되어 불법적인 자금세탁이나 세금포탈 등의 문제가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재산에서 건강보험료를 징구하는 것에 대하여 재산형성과정에서 이미 세금을 납부하는 등 국민의 의무를 다 하였는데 다시 이를 중심으로 건강보험료를 징구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항변이 나올 수 있으나, 이는 취득세나 등록세 이외에 재산세 등을 매년 주기적으로 납부하고 있음에 비추어 결코 합리적 변명은 아니라고 하겠다. 지금도 직장이 없는 이들은 재산을 얼마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재산에서만 100% 건강보험료가 계산되어 징수되고 있다. 건강보험이라는 것이 수익자부담주의이다 보니 수익자인 국민이 부담하는 것이 옳고, 필자의 의견대로 시행이 될 경우 모든 경우에 예외 없이 평등하게 일정 비율의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어 형평성에도 부합한다고 하겠다.

여태까지의 문제가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한 연봉 3천만 원 정도의 젊은이들은 꼬박꼬박 건강보험료를 다 내고 있고 자살한 송파 세 모녀처럼 아무런 소득 없이 지하 단칸방에 살면서도 매월 5만 원 가량의 건강보험료를 납부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 같은 경우처럼 수백억 원의 재력가이면서도 월 2만 원씩의 건강보험료를 내고서도 합법으로 인정되는 부조리한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있는 것이고, 이완구 총리 차남처럼 억대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가족의 피부양자로 등재되는 편법을 써서 건강보험료를 하나도 내지 않고서도 진료는 받는 모순 구조가 상존해 왔던 것이다. 따라서 모든 국민이 자신의 소득과 재산 규모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내고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는 “보험가입자”가 된다면, 부양의무자라든지 피부양자라든지 같은 편법이 아예 발붙이지 못하게 되고, 모든 국민이 자신의 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내거나 못 내거나 하면서 전 국민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게 되어 건강보험의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소득이 아닌 재산으로부터 건강보험료를 징수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제도라 반발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결국 조삼모사의 문제일 뿐 사실상 새로운 부담을 주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봉급생활자의 예를 들면 종래에는 급여에서 100% 건강보험료를 징구하였으나, 필자가 주장하는 대로 개선이 된다면 급여에서 50% 몫(소득 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될 것이다)을 부담하고, 재산에서 50% 몫(재산이 적다면 건강보험료가 줄어들 것이고, 많다면 좀 늘어날 것이다)을 징구하게 되어, 전체적으로 보면 다시 100%를 내게 되어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이 제도를 도입하면 전 국민이 모두 보험가입자가 되므로, 한 사람도 건강보험료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없게 모두 노출되기 때문에, 그리고 거액의 부동산임대소득자나 주식 보유자 등은 건강보험료가 늘어나게 되어(이 경우도 무한대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 1인당 1년에 부담하는 건강보험료의 상한선을 제한하면 되므로) 지하에 숨어 있던 건강보험료 재원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어 지하경제 양성화의 효과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무임승차하던 일부 피부양자들이 내는 건강보험료로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이 튼튼하게 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100% 건강보험진료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건강보험제도의 문제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국민연금제도의 개선을 추진하면서도 막판까지 정부안을 내놓지 않다가 이제야 마지못해 정부안을 제출하였다. 현재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국민 여론이 무서워 정부안도 제대로 내어놓지 못한 채 어정쩡하다가 협상 기간 만료를 앞두고 어쩔 수 없이 개선안을 내어 놓은 그런 소극적 추진력으로 어떻게 나라살림을 책임질 수 있겠는가? 10년 뒤를 내다보고, 100년 뒤를 내다보고 정부정책으로 밀어 부쳐야 할 사안이라면 정치생명을 걸고서라도 밀어붙이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건강보험제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고름이 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름이 나지 않으면 그 환자는 열병이 나서 죽는다. 고름은 환자를 살리기 위한 제 몸의 자정노력이다.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이 출생률 저하에서 비롯되는 문제임을, 젊은 청년 실업자들이 양산되고 있음에서, 대기업이 곳간에 넘치도록 돈을 쌓아 놓은 채 전 국민의 경제를 동맥경화에 걸려 딱딱하게 굳어가게 하는 잘못된 경제정책에서 비롯되고 있는 병폐임을 직시하고, 현명한 해결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과연 어느 정치인이 호랑이 목에 방울을 다는 토끼가 될 것인지. 아마 기대 난망이겠지? 비겁한 정치인들이 한번쯤 용기가 있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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