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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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23)
  • 신종범
  • 승인 2015.03.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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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와 군사법 개혁

 

 
 

 

 

 

 

신종범 법무법인 더 펌(The Firm)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몇 년전에 시중에서 1만원 하는 USB를 군에서 백만원을 주고 구입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네티즌들이 ‘USB 팔아 대학등록금을 마련하자’, ‘외장하드 팔아 아파트를 구입하자’라며 군을 풍자한 적이 있다. 이 USB 사건은 이전의 F-20 전투기 비리, 율곡비리, 경전투 헬기사업 비리 등 다른 방산 비리 사건과는 그 규모 면에서 비교할 수 조차 없었지만 우리가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이 그 대상이 되면서 군납 비리의 대담함과 후안무치함을 국민들에게 느끼게 해 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렀다. 군납비리 혹은 방산비리는 사라졌을까? 아니다. 이번에는 ‘뚫리는 방탄복’이 등장했다. 특수전 임무를 수행하는 특전사 장병들이 입는 방탄복이 북한 소총에 뚫리는 제품이 납품되었다. 이 방탄복은 방탄기능이 떨어진다는 보고를 받고서도 이상 없다는 허위 서류를 꾸며 지휘관에게 제출한 특전사 대령에 의하여 납품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현장에 왜 투입되지 않았는지 의문이 제기되어온 통영함에 성능 미달의 음파탐지기가 장착된 사실 등 계속해서 방산비리와 관련된 사건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해 11월 출범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에 의하면 예비역 장성 6명이 사법처리 되었는데 계급장에 달린 별의 개수로 따지면 16개에 해당한다고 한다. 통영함 비리와 관련하여 사퇴한 황기철 해군참모총장도 곧 사법처리될 것이라고 하니 별의 개수가 20개는 채울 모양이다. 비리가 적발된 사업 규모는 2000여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상황이 이쯤되다보니 그동안 여타 기관보다 군에 대한 신뢰를 보내준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고, 지난해 연말 국민권익위원회가 평가한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방위사업청은 최하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그런데, 이러한 국민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군사법원은 합동수사단이 구속한 현역 영관장교 5명 중 4명을 보석이나 구속적부심 심사로 석방하였다. 민간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업체 관계자 등 민간인 17명은 한 명도 석방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석방된 군인 중에는 뚫리는 방탄복을 납품하도록 한 군인도 있다고 한다. 군사법원에서 원칙에 따라 법률을 적용해서 판단한 것이겠지만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군사법원이 군인들에 대한 사법권을 가지고 있으니 고위 장교들 봐주기,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군사법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사실 군사법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었다면 지금처럼 방산비리가 끊임 없이 이어져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군에는 그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별도의 수사기관(기무, 헌병, 군검찰)과 사법기관(군사법원)이 존재한다. 이러한 기관들이 그동안 제 역할을 했으면 몇 년이 지나도록 은폐되어 있다가 감사원 감사나 민간 수사기관의 수사로 그 비위가 포착되어 군 외부기관에 의해 수사가 진행되는 곤혹을 군은 치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군사법제도로는 지금처럼 군 최고위층이 포함된 방산비리를 수사하기란 어려울 것 같다.

언제가 이곳에 군사법원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그 글에서 군사법의 특수성을 이야기 했었다. 군 지휘관이 군검찰과 군사법원을 함께 지휘, 감독하고, 군사재판을 담당하는 재판관에는 군판사 뿐만 아니라 관할관인 지휘관이 지정한 일반장교가 포함되며, 군사법원의 재판에 대하여 관할관인 지휘관이 형을 감경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음을 소개하였다. 이러한 제도들은 지휘권 보장을 위하여 군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라고는 하나 사법의 독립성을 해칠 위험성도 상존한다. 군사법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지휘권으로부터 독립이 이루어져야 하고, 군사법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휘관은 군검찰과 군사법원을 함께 지휘, 감독할 뿐만 아니라 군사법을 담당하는 군법무관 등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군검찰권과 군사재판을 담당하는 군법무관의 보직, 평정, 진급에 관한 권한이 지휘관에게 있으니 지휘관의 의사를 거슬려 판단하기 어려운 구조다. 지금 밝혀지고 있는 방산비리처럼 군의 최고위층이 관련된 사건이라면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기 만무하다. 군사법에 대한 전문성은 어떨까? 민간에서는 검찰과 법원에서 각 검사와 판사들을 따로 임용하고, 임용된 검사와 판사들은 그 임무를 수행하고 교육을 받으면서 전문성을 쌓아 간다. 그러나, 군에서는 군사법을 담당할 군법무관을 임용한 후 군검찰관과 군판사를 보직 개념으로 운영하고 있다. 군검찰관을 하던 사람이 다른 해에는 군판사를 할 수 있고, 실제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 더욱이 경력이 있는 군법무관들을 참모와 행정업무 보직에 우선 배치하다 보니 군검찰관은 주로 초임 법무관이 담당하고, 군판사도 2년이나 3년차 법무관들이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군사법에 대한 전문성을 쌓는 것도 어렵다. 방산비리처럼 첩보입수와 전문성을 요구하는 수사를 진행하기에는 무리라는 이야기다.

군사법 개혁에 대한 논의는 이미 수 년전부터 있어 왔고, 그 방안에 대한 검토도 어느 정도 끝난 상태다. 지난 해 윤일병과 임병장 사건으로 군사법 개혁 논의가 다시 일어났고, 방산비리 사건으로 도마에 얹어져 있다. 군사법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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