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에게 여전히 높은 ‘변호사 문턱’
상태바
서민에게 여전히 높은 ‘변호사 문턱’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5.03.10 16:56
  • 댓글 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호사 강제주의’ 민소법 개정안 공청회
“누구나 스스로 소송할 수 있도록 해야”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법과 소송. 보통 사람들에게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지는 단어이고 평생 상관없이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일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법과 소송의 도움이 필요해지는 순간이 올 수 있다. 이 때 법과 소송의 전문가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반드시 변호사가 있어야만 소송을 수행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해 민사 상고사건에 변호사 강제주의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2건의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상고사건에 변호사 강제주의를 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민사소송 전반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변호사 강제주의가 도입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짚어보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 상고사건에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를 도입하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가 1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 날 공청회에서는 제도 도입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제도 도입에 선행돼야 하는 제반조건 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 @안혜성 기자

대한법무사협회는 10일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윤상현 의원과 공동으로 ‘필수적 변호사 선임제도의 도입 논쟁 등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의 좌장은 오영근 한양대 로스쿨 교수가 맡았고 최현진 법무사와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가 주제 발표자로 나섰다. 김영일 경기도 중소기업연합회 부회장과 이기철 서울신문 기자, 대한변리사회 전광출 법제이사,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지정토론자로 참여했다.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하려면 제반조건 먼저 갖춰야”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은 지난 1990년과 2000년에도 법무부와 대법원의 주도로 추진된 바 있다. 변호사의 전문적 조력을 통해 실질적인 당사자 평등과 권익보호가 이뤄지고 재판의 충실화와 효율성이 달성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변호사의 숫자가 충분하지 않고 대부분의 변호사가 서울에 집중돼 있어 지방 거주자의 경우 변호사를 통한 소송 수행이 어렵다는 점, 서민들에게 수임료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지난 2009년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변호사 숫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현재 변호사 숫자가 2만 명을 넘어섰기 때문에 변호사 강제주의를 도입할 환경적 요건이 갖춰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지봉 교수는 이같은 주장에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임 교수는 “변호사 강제주의가 도입된 나라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 소수의 국가에 불과하며 미국, 영국 등 국가는 모든 소송절차에서 변호사를 강제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이어 “변호사 강제주의를 도입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특정 법원에 허가된 변호사만 그 법원에서 소송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지역변호사제가 실시되고 있고 변호사 보수 법정화, 법률서비스 보험제도 등이 마련돼 있어 서민들도 물리적, 금전적 어려움 없이 변호사를 수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변호사 강제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임 교수의 주장이다.

또 사적자치가 존중돼야 하는 민사사건에서 변호사를 강제한다는 점에서 자기결정권 침해를 우려했다. 특히 개정안이 상고사건에 변호사 강제주의를 도입하고 있어 대법관 출신에 대한 전관예우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시했다.

▲ 최현진 법무사가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한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변호사 수가 충분히 많아 선임이 자유롭고 보수가 저렴하다면 강제하지 않아도 당사자 스스로 변호사를 선임할 것"이라며 개정안을 비판했다. / @안혜성 기자

최현진 법무사도 같은 취지에서 “최근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가 양성되면서 변호사 보수가 다소 낮아졌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변호사보수는 아무리 간단한 사건에서도 최하 몇 백만 원에 이르고 있고 성공보수를 포함하게 되면 실로 엄청난 금액”이라며 “변호사의 수가 충분히 많아 그 선임이 자유롭고 그 보수가 저렴하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당사자는 변호사를 선임할 것”이라며 변호사 강제주의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 소송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 당사자의 경우에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반드시 변호사에 의지해 소송하라는 것은 부당하다”며 “석명권제도나 변호사선임명령제도 등 민사소송법에 이미 마련돼 있는 제도를 잘 활용하고 법률구조제도를 확대함으로써 변호사 강제주의를 도입하려는 취지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변호사의 소송대리 독점, 오히려 완화해야 할 문제”

이기철 기자는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은 특권을 내려놔도 마땅찮은 시대에 오히려 하나를 더 보태는 것으로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여망을 역행하는 것”이라며 “변론을 독점한 변호사와 민사사건을 맡은 법원의 유착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개정안이 소송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서민을 지원하기 위해 국선변호사 제도를 도입하려는 부분에 대해 “개인과 개인의 다툼에 세금을 들이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광출 이사도 “영국이나 일본, 중국에서 변리사, 법무사, 세무사 등에게 소송대리권을 분산시키는 등 변호사의 소송독점을 완화하는 것이 새로운 흐름”이라며 이 기자의 의견에 동조했다. 전 이사는 “우리나라는 일반 법률서비스 제공자인 변호사와 특수전문역역 또는 서민법률상품을 취금하는 특화된 법률서비스제공자의 다원적 법률서비스 제공체계를 갖고 있다”며 “이같은 특성을 살려 변리사, 노무사, 법무사, 세무사 등에게 소송대리권을 분산함으로써 일정한 품질의 서비스를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강제주의의 도입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변호사들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영일 부회장은 “현재 경기도만 해도 5인 미만 영세사업자가 900여개에 달하고 있는데 이들은 소송이 있어도 비싼 수임료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할 생각 자체를 하기 어려워 법률서비스는 유사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수임료가 싼 법무사나 변리사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이 민사소송 상고심에서 변호사가 없으면 소송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냥 넘어가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국선변호사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예외일 뿐이고 국민의 혈세로 그 비용을 지불한다는 점에서 결국 세금으로 변호사의 수입을 보장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오 사무국장은 “변호사 선임 비용이 얼마인지에 상관없이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은 부당하다”며 강경한 반대입장을 보였다. 재판청구권이라는 기본권을 행사하는데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는 것은 변호사 선임 비용이 단 몇 만원에 불과하더라고 수용할 수 없는 원칙의 문제라는 것. 오히려 전문적 소송기술이 없더라도 누구나 소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원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 오 사무국장의 주장이다.

그는 “일본어 번역투의 고리타분한 어법과 이미 사어화된 이상한 단어들을 골라 쓰면서 복잡한 절차를 고집하는 게 소송기술이라면 이는 민주주의 차원에서 바로잡아야 하는 문제”라며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은 국민을 소외시키고 국민 누구나 쉽게 재판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어이없어하는 국민 2015-03-22 19:32:49
늘어나는 변호사수에 의한 수임건수 및 수수료 저하를 이런식으로
보전하려 든다면 국민 모두가 변호사들의 집단이기주의를 성토할 것이다.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는 이런 발상은 이제 집어치우기 바란다.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해 그 당위성을 역설한다고 해도 이는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어리석음의 극치가 아닐까 한다.
돈없으면 재판도 못받는 나라, 그런 나라에서 진정 살란말인가?
변호사들아. 정신 좀 차려라!

미미 2015-03-12 23:21:50
변호사 필수 주의? 의거 완전 구라.... 자기내들 밥그릇 고착법일뿐!
일이생겨 변호사 선임 해봤음,
500만원 내 고도 변호사와 상담은 요원해서 법률구조공단 오는 의뢰인들의 벙어리 냉가슴이 많음.
서울 지역의 일부 젊은 변호사 빼고는 말그대로 의뢰인에 대한 "법률 서비스" 개념 상실....

안되지 2015-03-11 21:15:11
아무리 나도 법조인의 꿈을 가진 사람이지만...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그간 나홀로소송을 해서 변호사를 이긴 사례도 종종 있어왔다.
그런데도 돈이 없으면 아예 재판장에 나오지도 마라?
돈이 없어서 비싼 변호사 선임은 못하더라도...
억울해서 판사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면 최소한 공권력이 들어는 주어야 할 것 아닌가...
돈으로 입을 막아선 안 된다.

허허 2015-03-11 00:43:32
변호사직역이기주의는 정말 못봐주겠군요
나치시대도 아니고, 북한도아니고, 그걸왜 강제한답니까
왜 국민의 선택권을 강제로 침해한답니까. 논거라고 내놓은것도 말장난뿐이고

qwe123 2015-03-10 17:24:05
변호사를 위한, 변호사만을 위한, 변호하에 의한 변호사 강제주의는 절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변호사들이 변호사 강제주의에 대해 제 아무리 현란한 미사여구를 붙인다고 할지라도, 변호사 강제주의의 본질은 변호사 본인들의 밥그릇을 견고히 만드는 것에 불과할 뿐임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