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80 / 감정평가 리뷰(review)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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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80 / 감정평가 리뷰(review) 2
  • 이용훈
  • 승인 2015.03.06 11:4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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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한 금융기관과 담보평가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던 담당 감정평가사는 요즘 하소연이 길어졌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 조치로 평가법인의 개인정보 보호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 차 개인정보 보호 팀의 한층 더 잦아진 내방 탓이다. 담당 평가사는 업무 진행하면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도대체 어디에 사용할 가치가 있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금융기관에서 해당 업무에 독립된 컴퓨터를 사용해야 할 것, 개인정보를 접하는 모든 사람의 서약서를 받을 것, 매 달 접속자의 로그기록을 제출해야 하는 일까지는 감수할 용의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주기적으로 내방해서 한나절 전산담당자와 담당 평가사를 대동하고 시스템 확인을 거치는 시간적 부담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모든 이에게 ‘점검’과 ‘감사’는 불편하고 두렵게 다가온다. 감사관들이 자신들의 부실한 감사를 지적당하지 않기 위해 꼬투리라도 잡고 늘어지려는 경향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양새다. 피감대상은 어쨌든 피곤하다는 속내다.

감정평가사의 근무지에 시중은행도 포함된다. 전문계약직인 여신 심사 역 자리다. 감정평가법인에 근무하는 감정평가사의 이직 처로 선호되기도 하는데, 이곳에서의 짧은 근무기간을 안식년 정도로 여기는 평가사도 적지 않다. 그들은 감정평가와 심사업무를 병행한다. 전자는 그들 본연의 업무고 후자는 대출 실행 전 외부 감정평가서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새 일이다. 간혹 심사 역 감정평가사가 담당 감정평가사에게 직접 연락해 담보평가서의 이것저것에 대해 질의하기도 한다. 사실관계만을 혹독하게 다그친다는 인상을 받았다면 성실한 심사역임에 틀림없다. 종전 같은 법인에서 자신이 배정한 업무를 처리하던 소속 평가사가 선배 평가사의 평가서를 검토하면서 이전 상하관계에 얽매여 느슨한 감사를 한다면 그것이 더 문제이지 않겠는가.

금융기관 측에서 감정평가법인 지사에서 발행한 감정평가서의 적정성을 본사에서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넣을 때도 있다. 주변 시세, 거래가격에 비해 튀는 가격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고, 3~40년 된 숙박시설인데 2~30년은 더 쓸 수 있다고 판단한 근거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소명해 보라는 것이다. 연 단위로 부실이 발생한 담보부채권의 시발점인 담보 감정평가서를 일괄 취합해 적정성 검토 용역을 의뢰할 때도 있다. 다른 감정평가사의 평가서를 객관적으로 검토해 달라는 것. 가격이 너무 지나치다 싶으면 일선 지점 여신 담당자의 읍소와 통사정이 담당 감정평가사를 설득시켰거니 추론이 된다.

감정평가법인 자체적으로는 감정평가서를 발송에 앞서 검산과 심사의 2가지 단계를 거친다. 검산은 오산·오기, 기재사항의 미비점을 큰 채로 한 번 거르는 작업이라면, 심사는 평가액의 적정성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본 메뉴에 해당된다. 의뢰자 측의 요구로 촉급히 작성된 평가서는 잔 실수가 많이 보인다. 격차율 값에는 1.1이 들어가 있으면서 ‘열세’하다고 표기하거나, 1이 아닌 값이 들어가 있는데 ‘대등’하다는 의견이 등장하기도 한다. 내부 심사자에게는 감정평가서 기재사항도 신경쓰이지만 심사의 핵심은 역시 가격 수준이다. 담당 감정평가사와 불가피한 마찰을 빚게 되는 것은 다반사다. 담보 평가금액이 살짝 시세를 넘길 때 심사자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일반거래 목적의 평가금액이 시세보다 한참 낮게 결정되었다면 의도적인 저평가 냄새가 풍긴다. 전자는 은행 지점 측에서 평가 예정액만으로는 우량 고객의 대출액이 조금 모자란 난처한 상황에 기인한다. VIP고객에게 추가 담보를 내놓으라고 했다가는 심기 건드릴 게 뻔해 계속 거래관계인 평가법인에 양해를 구하면서 평가금액 상향을 조심스레 부탁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후자라면 상속세 신고를 위한 평가보고서라 최대한 절세할 수 있도록 빡빡하게 금액을 낮춘 저간의 사정이 숨어 있을 것이다. 심사자가 이런 개별적인 사정을 너그럽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일부 통신사의 경우, 무한 데이터 요금제를 쓰고 있어도 데이터 사용량이 2기가를 넘어가면 LTE에서 3G로 전환되며 동영상 재생이 매끄럽지 못하다. 이처럼 적정 가격 수준을 살짝 벗어나는 지점에서 심사자의 심경 변화는 도드라진다. 말도 안 되는 가격보다 애매한 가격에 심사자의 서명을 넣을 때의 찝찝함 때문일 것이다.

회계감사 기간 중 평가법인에 의뢰되는 검토보고서(REVIEW)는 기업체의 자산과 관련된 평가보고서의 적정성을 식탁에 올린다. 원 평가보고서를 작성한 감정평가기관은 제 3자의 입장에서 용역을 수행했음에도, 감정평가업체의 선정에 회사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또 다른 평가기관에 검토를 맡기는 형태다. 내부자 거래를 하며 모회사나 자회사 어느 한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평가가 이뤄졌다든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시행한 자산재평가를 통해 새롭게 장부에 기재된 자산 가치가 부풀려진 의혹이 있었을 경우 검토 대상에서 빗겨가지 못한다. 심지어, 외부 감정평가를 거치지 않고 장부가격을 조정했다가 이를 지적받고 그 가격을 지지하는 평가보고서를 서둘러 납품받은 상황을 듣기도 한다. 이 용역을 수주한 평가업체는 이 회사의 요구사항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다분해 역시 적정성을 확인해 봐야 할 대상에 포함된다.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검토할 지 굳이 요청하지 않아도, 회계법인은 검토보고서에 담길 내용을 지정해 준다. 평가방법론 및 모델의 적정성, 사용된 가정과 데이터의 적정성, 평가결과의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큰 단락을 형성한다. 가급적 보고서 양을 축약해 달라는 요청도 빠지지 않는다. 내용이 짧을수록 특이사항이 없고 간결한 느낌을 준다. ‘적정’이라는 단어와 ‘해당 사항 없음’이라는 문구가 가장 선호될 수 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산을 평가함에 있어서 자산의 종류, 평가의 목적, 시장 상황, 관련규정에 따라서 사실상 강제되는 평가방법이 있게 마련이다. 시장, 비용, 소득접근법 중 어떤 방법론을 선택했고 그것이 합리적인지를 검토하는 것이 첫 단락에 담길 내용이다. 방법론에 문제가 없다고 해도 방법론을 실현하기 위한 ‘모델(model)’에 대한 검토를 연이어 거쳐야 한다. 토지를 평가함에 있어 시장접근법의 큰 틀에 표준지공시지가기준법, 거래사례비교법을 배치시킨다면 표준지공시지가기준법이 시장접근법의 틀을 구현하는 적정한 모델인지를 언급해야 할 경우가 등장할 수 있다. 국내 평가 기준을 적용받는 감정평가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표준지공시지가기준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기재하는 것만으로 감시의 눈을 여유 있게 비켜간다. 그러나 해당 기업이 외국에 상장된 회사라면, 이 회사의 자산재평가 보고서에 등장하는 토지평가액은 표준지공시지가기준법을 적용해 최종 결정하더라도 이 평가 모델이 시장접근법의 틀에 부합함을 앞서 적시해야 한다. 즉, 표준지공시지가기준법이 거래사례비교법의 산식과 형태는 조금 달라도 실질 면에서는 시장접근법 내 동일 부류의 모델임을 밝혀야 한다는 것.

사용된 가정과 데이터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단락은 적용 자료가 해당 항목을 설명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자료인지, 출처는 분명한 지를 다룬다. 거래시점과 기준시점의 시간적 격차를 ‘지가변동률’로 보정했다면, 국토교통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토지 물가지수임을 내세우는 것만으로 충분하고, 연장 적용한 경우 등은 계산 결과를 검산해야 한다. 거래조건은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기재된 실거래내역을 확인해야 하며, 투자수익률을 고려해서 환원율을 결정한 이상 인용한 투자수익률이 매 분기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보고서의 수치에 어긋나지 않는지 들춰봐야 한다.

평가결과의 적정성 검토는 평가방법과 모델, 데이터의 적정성이 선행 검토된 후, 최종 결과물의 합리성을 산출 과정을 들여다보아 확인하는 작업이다. 전문가의 의견이 적정했는지를 판단한다는 일은 예민한 문제다. 우열관계의 판단근거가 명확하다면, 관련 데이터를 종합해 볼 때 무리 없는 최종 가격이라면, ‘적정’ 의견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본문에 일부 미흡이라는 표현이 담기고 최종 결론은 적정하다고 판단한 검토보고서(REVIEW)는 뒷맛이 개운치 못하다. 판단 근거를 제대로 적지 않고 중간 결론에 이른 경우가 ‘미흡’의 대표적인 실례로 볼 수 있다. 단순한 오기, 오산만으로 흠결이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오산, 오기의 결과로 인해 최종 평가액이 흔들렸을 때 ‘부적정’의 영역으로 자리를 옮겨줘야 한다. 평가의 전 과정을 일반인의 시각에 맞춰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러저러해서 그런 판단을 내렸다는 사유는 알맞은 위치에 적어 놓아야 할 것이다. 현학적인 표현을 즐겨 사용하며 언어유희에 맛들인 영화평론가나 자기만의 어법만을 구사하며 상식적인 선에서 소통이 힘든 일부 공인들의 행태를 거울삼아, 객관적이고 충실한 평가보고서를 양산해 내야 할 것이다.

감정평가보고서는 사후에 보완할 수 있는 길이 대부분 막혀 있다. 사전에 평가자는 뒤탈 없도록 원칙을 따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고서를 꾸며야 한다. 장마 때면 떠밀려오는 목함 지뢰의 위험을 알고 있지 않은가. 허술한 감정평가서는 담당평가사와 평가법인에게 인적 드물지 않는 마을길에 부실하게 매설된 지뢰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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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렐루야 2015-03-07 23:39:09
매년 새책 좀 이제 그만찍고
기존책들 개정판좀 냅시다.
그리고 조현선생은 추론분 좀 냅시다.
수험생들이 호구도 아니고~

할렐루야 2015-03-07 23:39:09
매년 새책 좀 이제 그만찍고
기존책들 개정판좀 냅시다.
그리고 조현선생은 추론분 좀 냅시다.
수험생들이 호구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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