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의 '공감'(33)-수험생의 명절은 종갓집 맏며느리보다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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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의 '공감'(33)-수험생의 명절은 종갓집 맏며느리보다 고달프다
  • 이유진
  • 승인 2015.02.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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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KG패스원 국어 강사

흔히 명절 스트레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종갓집 맏며느리’의 입장을 이야기하곤 하죠? 제 선배 중에 정말 종갓집 맏며느리가 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대부분의 일을 하시고 아직 삐약삐약 병아리죠. 그런데 들어보니 무시무시하긴 하더군요.

전만 하더라도 동태전, 대구포전, 육전, 새송이전, 표고버섯전, 깻잎전, 고추전, 호박전, 두부전, 동그랑땡... 와 진짜 무슨 세상에 있는 걸 다 부칠 기세더라고요. 그 종류들은 만들고 밀가루를 묻혀서 달걀물을 입혀서 기름에 지지고 채반에 놓은 다음, 너무 많아서 텐트를 세 개나 치고 그 안에 놓는답니다. 정말 어마어마하죠?

이유진 강사와 공무원국어에 대해서 더 깊이 공감하고 싶다면 이유진강사 카페:http://cafe.daum.net/naraeyoujin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세요.^^

그런데 저는 그런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어쩌면 육체가 고단한 것이 친척들에게 둘러싸여 멀쩡한 것이 왜 나이도 다 찼는데 시집을 안 가냐(적령기를 넘겼는데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멀쩡한 게 아닌 건가요?), 유진 엄마 아빠 너무 베짱인 거 아니냐(이런 말을 들으시는 부모님의 난처한 얼굴을 볼 때의 그 기분이란), 눈이 높아서(?) 그런다... 등의 걱정을 듣는 것보다 편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이런 저나, 수험 생활 중인 여러분이나 명절이 고달픈 건 마찬가지겠죠?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2월 17일, 명절 코앞입니다. 아, 명절은 왜 이렇게 자주 오는 건가요? 휴일요? 개나 주라고 해요.(아, 법률저널에 이런 말 쓰면 안 되는데ㅠ.ㅠ) 마음이 편해야 휴일이죠. 그렇죠, 여러분? 수험생들도 그러더라고요.

공부할 것들을 싸가지고 가서 공부하자니 뭔가 집안을 일으키는 사법고시 보는 것도 아닌데 유난 떠는 것 같고, 가서 쉬자니 공무원 준비하는 거 다 아는데 평소에도 한가하게 노는 것 같아 보일까봐 또 걱정이고...... 공부 핑계대고 아예 가지 말까? 고민하다가 또 친척들 사이에서 작아지실 부모님 생각하면 차라리 당당하게 가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하고 올까 싶고... 어떤 선택을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은 어떻게 연휴를 보냈을지 궁금합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명절 후유증을 겪습니다. 가뜩이나 힘들고 고민이 많은데, 남들까지 자신을 그렇게 걱정하는 것을 보고 듣고 오면 자신에게 뭔가 크게 잘못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고 두렵고 자괴감이 들고 그러는 거죠. 분명 응원이었는데 부담이 되어 ‘만약 떨어지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더욱 커집니다.

여러분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들 모두 어차피 친척이라는 이름의 ‘남’입니다. 진짜진짜 냉정하게 말하면 가족도 ‘나’는 아닌 걸요. 세상에서 아무도 여러분이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그건 당연한 거예요. 그들을 원망하지 마세요. 저렇게 찌르면 아플지 모르나? 아프라고 찌르나? 분노하지 마세요. 깊이 생각하고 하는 말들이 아닌 걸요. 그 분들은 그런 걱정을 겉으로 표현하는 것이 친척으로서 가진 관심을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우리는 이 기분 잊지 말았다가 조카들이 과도기를 겪을 때 묵묵히 마음으로 응원하는 세련된 어른들이 되도록 해요.) 모두 다 찰나의 관심일 뿐입니다. 다들 그 자리에서 흩어지면 딱 자신들의 가족들과 먹고 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 집 누구는 취업을 했고, 저 집 누구는 대학에 합격하고... 여러분만 멈춰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한가요? 그들도 다시 회사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승진이 안 되기도 하고 다시 구직난을 겪기도 할 것입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난을 겪기도 하고 잘못된 인연을 만날 수도 있고 자식이 속을 썩일 수도 있고 사기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아, 오해하지 마세요. 이건 속으로 앙심을 품고 잘 되나 보자 생각하자는 게 아닙니다.

지금 여러분이 모든 사람에게 걱정의 대상이 되었다고 해서 그 자리가 영원한 것은 아니라는 거죠. 그냥 몇 해마다 바뀌는 자리에 여러분이 올라간 것뿐입니다. 여러분이 그 자리에 있기 전에는 친척 중 분명 누군가가 또 그 자리에서 걱정을 듣고 있었을 거예요. 우리는 그냥 나중에 잘 되어서 누군가 그 상황에 있을 때 경솔한 말로 가뜩이나 힘든 사람을 더 힘들게 하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고요.^^

모두 지나갑니다. 사람들은 여러분에게 이런 힘든 시기가 있었다는 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여러분도 기억하지 못할 거예요. 빠져들지 마세요. 이제 얼른 할 일을 해야죠. 그래서 ‘명절의 도마 위’에서 빨리 내려오자고요. 힘내세요.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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