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31)-변화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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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31)-변화의 순간
  • 차근욱
  • 승인 2015.02.25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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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설날을 맞이할 때면 조금 묘한 기분이 든다. 사실, 근하신년이라고 연하장도 보내고 송구영신이라며 송년회도 참석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와 덕담을 더하고 더해 울트라급 연말연시를 장렬히 불태우며 1월 1일을 맞이하였건만, 2월이 되면 다시 새해인사를 한다는 것이 뭔가 좀 쑥스럽거든. 마치, 군대 간다며 울고 불고 머리 깎고 큰절하는 요란을 떤 뒤 집을 나선 친구가 저녁에 집에 돌아와 입영일시를 잘못 알았다며 머리 긁으며 서 있는 모습이랄까.

하지만 그래도 1년에 새해를 두 번이나 맞이할 수 있으니 심기일전 할 수 있는 기회도 다시 얻을 수 있어, 작심삼일을 뉘우치고 새출발 할 수 있어 좋기도 하고, 모두가 인정해 주는 연휴도 있고 하니 불만은 없다. 우리나라 좋은나라. 근데 뭐, 좀 아방가르드한 구석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그러나, 역시 좀 뻘쭘하다. 한달 전에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했던 분들께 다시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를 하고 있노라면, 어라? 이거 데쟈뷰인가? 싶을 때도 있다.

 

여튼, 구정을 맞이해서 다시금 감사한 분들께 전화로 새해인사를 전하다가, 문득 박 사장한테 전화를 해야지 싶었다. 박 사장은 작년부터 우정을 나누게 된 동생인데, 개인사업을 하는 친구이다. 좀 직설적인 면이 없지는 않지만 운동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 가끔 운동이야기를 하곤 했다. 워낙 시간에 쫓기며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한동안 연락도 못했다 싶어, 새해 인사도 할 겸 전화를 했다.

전화 신호음이 한동안 울리더니 이윽고 박 사장이 반갑게 받았다. 최근 들어 몸이 좀 안좋아 졌다는 이야기를 몇 달 전에 들었던 기억이 나서 지금은 어떻느냐고 물었더니,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그냥 살이 좀 붙으니 덜 힘들단다. 그래서 내가 그랬잖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몸이 건강한 게 더 중요한 거라구. 뭐, 이래저래 그렇게 몸 잘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박 사장이 내게 사과를 했다. “형님, 제가 전에 형님께 무식한 소리 많이 한 것 같아요.”하고. 흠... 돌아보면 좀 그랬었나... 으흠...

이것이 무슨 사연 인고 하니, 운동을 계기로 박 사장을 알게 된지 좀 지났을 무렵, 박 사장이 내 운동방식에 대해서 타박을 했다. 출발은 박 사장이 내게 운동방법을 물어봐서 대답을 그냥 좀 해준 것이었는데, 내가 해준 이야기를 박 사장 개인 체력지도를 하는 very very young한 트레이너에게 한 것이었다. 내가 해 준 이야기를 들은 트레이너는 내 말이 틀렸다며 짜증을 냈다는 소리. 뭐, 나야 남이 뭐라든 워낙 신경도 안쓰는 편이고, 지금까지 건강한 육체의 문을 열어보고자 나름 최선을 다해온 터라 ‘아직 어리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생각하고 말았다.

그런데 박 사장이 나한테 뭔가 물어볼 때면 자꾸 그 친구가 지적 했다는 소식을 전해 조금씩 난감해 지기 시작했다. ‘형’소리를 듣고 있는 입장에서 답도 안 해주면 좀 속 좁아 보일 테고, 그렇다고 질문에 대답을 해주면 트레이너에게 의견을 구해 내가 잘못하고 있는 듯한 취지의 이야기를 알려주는 수고를 굳이 마다하지 않는 상황이 좀 곤란했다. 뭐, 물론 박 사장이야 내가 답답하고 안스러워서 도움을 주려는 취지라고 하지만, 나로서는 그런 운동방법 이야기가 그닥 관심이 가질 않으니 별 도움이 될 리가 없었다.

그러다 이런 일이 있었다. 박 사장이 내게 얼마나 운동해야 몸이 멋있어지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어느 순간엔가는 폭발적으로 오래 강도 높은 운동을 해야 근육이 자라고 몸이 바뀐다는 대답을 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하루에 5~6시간 정도 한동안 운동을 했더니 조금씩 스스로 변화를 느껴 보람 있었던 적이 있었다 하면서. 시간이 좀 지난 후 다시 연락이 된 박 사장 말이, 박 사장의 개인 트레이너에 따르면 하루에 1시간만 운동을 하는 건데, 5~6시간 운동하는 사람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했단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나 그런다고.

“형님도 너무 올드한 운동방법은 좀 버리세요. 최신 운동방법에 좋은게 얼마나 많은데요. 보충제도 좋은 것 좀 구해 드시고.”라고 박 사장.

“운동방법에 최신이 어디 있어... 세상에 모든 운동법이 옛날부터 다 있었는데. 난 보충제는 말고 밥이나 그냥 잘 챙겨 먹을래. 굳이 몸 만들어도 딱 일주일짜리야. 건강한 게 제일이니까 우리 박 사장도 너무 몸 혹사시키지 말어.”라고 나.

그런데 이번에 건강에 조금 무리가 오면서, 박 사장도 사람은 각자의 몸이 다들 다르기 때문에 몸 상태와 필요에 따라 운동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느낀 모양이었다. 사람마다 몸이 다르고 건강상태가 다르니 각자 몸에 맞는 운동방법이 다 다를 수밖에 없는데, 3자가 굳이 맞다 틀리다 평가하는 일 자체가 좀 어불성설이 아닌가 싶은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뭐,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자신의 가장 뜨거웠던 순간이 틀렸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었던 경험이 그리 유쾌한 기억은 아니었던 탓에 박 사장의 사과를 받으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새해 1월 1일을 맞이하면서 많은 흡연인구가 금연을 결심했다가, 최근 2월에 들어서 흡연을 포기하고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는 지인들을 뵌 적이 있다. 그래서 구정을 맞이하면서 다시 금연을 결심하신다는 말씀. 그래, 이럴 때 구정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금연을 선언하시는 분들 중에는 매일 담배피우는 양을 조금씩 줄여 끝내는 담배를 끊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기도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되고자 매일 30분씩 기상시간을 앞당겨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지. 매일 15분씩 외국어 공부를 해서 외국어 정복에 도전하는 분들도 물론 계신다. 멋진 발상이다. 하지만, 나는 안타깝게도 개인적으로 그런 점진적 방법이 잘 맞지 않았다. 의지력이 약한 편이라 어느새 흐지부지 되거나 기존의 타성과 다시 타협해 버리는 경우가 경험에 비추어 확실히 많지 않았나 싶다.

내가 느끼기에 변화란, 각오다. 무언가 변화를 원한다면, 단번에 폭발적인 실천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 밋밋한 몸에서 튼튼한 근육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만큼의 폭발력있는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 온다고 생각한다. 매일 매일 조금씩도 필요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좀 무식할 정도로 쏟아 부어야 답이 나올 때도 있는 법이다. 우람한 몸을 원한다면 미련할 만큼의 오버트레이닝도 의외로 약이 될 때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었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도 어느 순간, 종일 외국어만 붙잡고 싶어 전폐하고 외국어에만 매달려 공부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을 지나고 나서야 겨우 실력이 조금 늘었다고 느꼈다. 힘들고 무모했지만, 행복했다. 물론 모두 개인적 경험에 불과하지만, 내가 느꼈던 변화란 이런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변화에 대한 강렬한 열망 속에 몰입해 막대한 시간을 투자하는 흐름에서 마침내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고. 물론, 어느 고비까지는 꾸준히 점진적으로, 그리고 어느 시점엔가 폭발적으로 몰두했다가 어느 수준이 넘어가면 다시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다. 인생이란 때와 상황에 따라 완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고, 살아가는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쏟아 붓듯 승부수를 던져 변화에 도전해야 할 때가 있다는 교훈을 느꼈다는 얘기. 남이 뭐라 하든 간에.

새해를 맞이하며 많은 분들이 변화를 말한다. 그리고 변화를 꿈꾸고 시도한다. 하지만, 진심으로 변하고 싶다면, 어느 시점에선가는 과거의 자신과 이별하고자 반드시 진검승부를 내어야 할 때가 온다. 오직 한 가지만 바라보고 죽자고 덤벼 바보 같을 정도로 매달려 도전해야 할 때를 지나야 비로소 새벽이 밝아오기 마련이다. 주변에서 그렇게 공부하는 것 아니라고, 그렇게 운동하는 것 아니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바보라고 놀릴지도 모르고 틀렸다는 핀잔을 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장과 변화란 언젠가 한번 폭발하듯 노력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도전이란 그런 것이므로.

세상에 삶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꼭 정답이 있는 것만도 아니고, 꼭 이래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라는 식의 편협한 생각은 싫다. 하지만, 세상의 상식에만 기대기 전에, 세상의 시선 땜에 눈치 보기 전에 스스로 언젠가 한번쯤은 미쳐서 달려봐야 후회가 없지 않을까. 후회 없이 불태워 버리고서야 비로소 새롭게 태어나고 변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박 사장과 전화를 끊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지근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물론 흑백논리는 곤란하다. 중요한 것은 완급조절이고 결정적 순간의 밀도이다.

새해 인사를 두 번이나 할 수 있었던 구정도 지나 이제는 변명할 여지없는 새해이다. 그대도 지금 변화를 꿈꾸고 있는가. 그렇다면, 조금은 말도 안되는 열정일지라도 한번쯤은 끝까지 불태워 보심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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