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78 / 규모의 역(逆)경제와 감정평가
상태바
감정평가 산책 78 / 규모의 역(逆)경제와 감정평가
  • 이용훈
  • 승인 2015.02.16 1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갓 지은 밥맛에 익숙해지면 진수성찬이라도 찬밥이 올려 진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최근까지도, 조반 먹을 때 저녁밥까지 지어놓지 굳이 매 끼 먹을 만큼의 밥을 안치는 장모님의 수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제 나이 좀 드니 최고의 밥맛을 유지해 주기 위한 성심 깃든 상차림임을 깨닫는다. 간혹 주방에 계신 어르신께서 ‘이 맛이 아닌데’ 미간을 찌푸리며 독백하는 모습을 보인다. 국이나 찬은 2~30명 먹을 분량을 솥으로 끓이거나 대야에서 무칠 때 제 맛이 나는데 고작 5명의 한 끼 먹을 분량은 영 맛이 안 난다는 것이다. 양(量)의 문제일 뿐 재료와 조미료의 배합비율은 변함없는데 무엇 때문에 맛이 안 나는가 여쭤보면 손맛이 덜 들어간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생산 활동에서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는 대량생산의 이점을 드러내는 용어다. 생산주체가 생산요소의 투입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이익이 증가되는 현상을 지칭하며, 시장 참여자수 증가에 따른 이익, 대규모 경영에 따른 관리비 절감의 이익 등을 포괄하는 용어로 확대돼 사용된다.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1군 대형 건설사들은 2~3백 억 규모의 공사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의 사업비용 중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므로, 단순 공사차익만으로 작은 사업장에 접근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소 건설사도 발 디딜 팀이 생기는 시장 세분화의 긍정적 효과도 있다. 간혹 이들이 전략적으로 2군 건설업체가 독식하는 시장에 진입할 때가 있다. 한 사업장의 건축 규모로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국지적 사업이 국내 전반에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하는 도급공사단가는 상당히 높다. 이런 작은 규모를 시공해 본 적 없는 미숙함 때문이랄까. 첫 시공이라면 안전계수를 상당히 높여 공사단가를 높여 잡고 들어오는 것이 관행이다. ‘규모의 경제’와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첨단사업에서는 ‘집적(集積)의 경제’가 지배한다. 집적기술력이 더 향상되면, 소규모 고용량 저비용 제품이 시장을 호령한다.

도심 내 구시가지 도면과 도시개발 사업이 완료된 신시가지의 도면을 나란히 놓으면 가족기업에서 전문 경영인 기업의 체계화된 조직으로 변모된 양상을 보는 듯하다. 널브러진 퍼즐조각이 제 자리를 찾아 잘 정돈된 느낌이다. 그러면 어떤 식의 정리가 이뤄지는 것일까. 택지개발사업, 도시개발사업구역에서 공급되는 획지의 규모는 용도와 상관성이 높다. 아파트용지, 연립주택용지는 큰 덩어리로 공급되고, 요지에 공급되는 ‘중’규모 상업용지, 적당한 크기로 자른 ‘소’규모 단독주택 및 주상·상가용지가 조밀하게 구역 곳곳을 채운다. 각각의 용도에 맞춘 먹음직스러운 크기로 분할된다고 볼 수 있다.

토지를 매력적인 크기로 분할하는 것은 수요자의 선호도에 맞춘 공급전략이다. 이 분야 선두주자는 기획부동산업자다. 신청사 또는 신 여객터미널이 들어서기로 예정되는 있는 입지 주변의 임야는 종종 네모반듯하게 분할돼 있다. 어수룩한 부동산 투자자에게, 자금 부담을 낮춘 가장 먹기 좋은 양으로 분할하는 전문성을 보인 것이다. 휴양지의 실(室)단위의 호텔분양, 도심 도시형생활주택 분양 광고는 수익률과 더불어 실 투자자금의 규모를 매력적으로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대출로 충당할 수 없는 순수한 호주머니 돈이 실 투자금액에 한참 못 미치면 어차피 못 먹는 감으로 보고 지레 포기·단념하는 이들을 돌아서게 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그렇다면, 부동산의 가치를 결정할 때 ‘규모의 역(逆)경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단정해야 할까.

‘그 정도 면적은 필요 없어요.’, ‘이 정도 면적에는 공장 못 지어요.’ 라는 말로 보건대 용도에 따른 선호면적이 분명 존재한다. 따라서 고가 수입차 시장의 수요층이 한정되듯, 매입금액의 부담이 수요층을 제한해서 수요자 중심의 매매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공급자가 이를 고려해 최소한 공급단가를 조금이라도 하향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선호면적부터 과다면적까지는 토지 가치가 우 하향 곡선 내지는 직선을 따라 행보할 것이다. 획지 규모에 대한 선호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큰 덩어리 몇 필지로 공급했다가 수 년째 공터로 방치된 사업장도 적지 않다. 지구단위계획변경을 통해 획지를 잘게 쪼개는 후속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므로 ‘규모의 역(逆)경제’는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대규모 획지라는 이유로 획지감가를 가해 인근 적당한 토지규모의 동일용도 토지 보상평가액보다 낮춰 평가하면서 소송으로 비화된 경우를 본 적도 있다. 원고는 획지규모가 감가요인이 되는지에 대한 물증을 내 놓으라 주장할 것이고, 사실조회서를 수령한 보상평가 담당자는 전문가적 판단에 의한 심증으로 대응하려 할 것이다. 감정평가사가 내세우는 일치된 논거는 잘 팔리지 않는 넓은 땅을 한 입에 들어갈 적당한 크기로 분할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감보율’에 대한 고려다. 분할된 각 필지로 연결되는 도로만 개설하는 데도 10~20% 면적은 현실적으로 알땅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은 심증이고, 토지면적에 대한 격차를 정하고 있는 한국부동산연구원의 토지가격비준표에서도 토지 면적 3,300㎡, 16,500㎡, 33,000㎡, 66,000㎡를 경계로 평점이 낮아지도록 설계돼 있는 것은 물증에 해당한다.

기존 공장지대 내 대규모 이전적지가 생겨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용도지역 및 용도의 상향이 이뤄질 때 그 반대급부로 해당 토지에 기반시설 부담이 지워지는 것도 이와 같은 논리다. 일부 지자체는 적정 기반시설 부담 규모를 추산하기 위해 감정평가를 실시하며 용도지역 등의 변경 전·후 가치 상승분을 파악해 이를 감안한 기부채납비율을 결정하도록 조례로 정하고 있다. 토지용도를 고밀 화시키면서 발생하는 개발차익의 상당부분을 회수하겠다는 논리다. 이를 뒤집어 보면, 적당한 규모의 토지와 광평수 토지를 동일용도와 용적률로 개발한다고 해도 후자는 기반시설부담만큼 잠재적인 채무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땅덩이가 크다고 불필요한 면적이라는 것은 없다. 면적이 크면 그 나름대로 특화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에 부합하는 묶음 개발의 편익도 종종 발견한다. 수직적 고밀화를 유도하기 위해 역세권 지구단위계획구역은 일정 규모 이상의 대지조건이어야만 건축 허가 등을 받을 수 있다. 필지별 저밀도 단독 이용을 지양하고 고밀도 공동 이용을 강제하기 위한 조치다. 소유자들이 공동개발을 하든, 한 필지 소유자가 나머지 여러 필지를 섭섭지 않은 가격에 매입해 독자 개발을 하든, 묶음 개발 외에는 활용 방법이 없게 만든 것이다. 도심 내 역세권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주상 및 상업·업무용 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장면은 익숙하지 않은가. 결국, 규모의 역경제가 일반적이지만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는 특수한 상황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최근, 감정평가법인만 담당하던 이런저런 평가가 개인 감정평가사무소에도 문호가 개방됐다. 일부 지자체는 이를 규제 철폐의 사례로 홍보하기도 했다. 감정평가법인에서 다른 의미의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세워 일부 진입장벽을 유지해 온 사실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규모의 경제’를 차별화된 업무능력과 서비스로 포장할 시기는 지났다. 최근 굵직한 감정평가 사고로 몸집 큰 평가법인이 곤욕을 치르는 것을 보면, ‘수백 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평가하는 곳입니다.’ 내지는 ‘부실 평가하면 수백 명 길거리 내몰리니 그만큼 신중하게 평가합니다.’정도로 홍보해야 할 것이다. 한 가정의 실직과 수 백 가정의 실직은 무게감이 다르다. 여기에 철저한 내부 통제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는 것까지 곁들여야 할 것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