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퇴사자의 경업 금지 약정은 유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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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퇴사자의 경업 금지 약정은 유효한가
  • 김현
  • 승인 2015.02.13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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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연구직 종사자들은 퇴사할 때 “본인은 퇴직한 이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을 연구, 개발, 생산, 판매하지 아니하고 회사와 동종업체나 경쟁업체로 전직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경업 금지 약정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자가 회사에 재직 중인 경우 회사와 동종 내지 경쟁업종에 종사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퇴사 이후에도 경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무는 없으므로 이러한 약정을 받아 두는 것이다.

퇴직자의 입장에서는 퇴직금 수령과 업무 인수인계를 처리하느라 이 같은 약정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 약정에 서명하지 않는 경우 혹시 재직 중의 사소한 실수를 이유로 손해배상이나 고소를 당할까 우려해 서명하기도 한다. 또, 이러한 내용이 취업규칙에 들어 있어서 취업규칙에 의거해 퇴사 시 이러한 약정의 서명을 요구받기도 한다.

그런데 법원은 경업 금지 약정이 무조건 유효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법원은 이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 무효라고 본다. 그리고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과 지역 및 대상 직종, 경업금지에 대한 대가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경업 금지 기간이 항상 문제되는데, 의약품 개발이나 이동통신 장비 업체와 같은 첨단업종에서는 1년 정도만 동종업계에 근무하지 못해도 업계 추세에 크게 뒤쳐지므로 1년을 기준으로 하고 그 이상은 직업 선택의 자유 내지 민법 103조 위반으로 보아 무효로 하는 예가 많다.  반면에 전통적 업종인 경우는 1년의 경업금지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우므로 2~3년 정도를 정당한 금지 기간으로 인정한다. 그리고 경업 금지에 대해 별도의 대가를 지급했는지가 중요한데, 외국에서는 이러한 대가의 지급이 일반적인 추세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대가가 명시적으로 지급되는 경우가 드물다. 퇴직위로금의 명목으로 지급하면서 사회통념에 비춰 이러한 액수에 경업금지의 대가로 볼만한 포괄적 대가관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경업금지는 유효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근로자가 스스로 퇴사하는 경우 경업금지 약정이 유효한 반면, 회사가 근로자를 해고하는 경우는 이러한 약정을 무효로 보는 경향이 있다. 전자의 경우는 새 직장이 이미 구해져 있거나 새 직장을 구하는 데 선택의 폭이 넓지만, 갑작스런 해고의 경우 동종업계 아닌 곳에서 새 직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쟁업체로 직원이 이동하여 영업기밀이 누출되는 위험도 막아야 하지만 직원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영미법 국가에서는 계약은 일정한 행위에 대한 대가라는 사고방식이 강하여 “약인(consideration) 없으면 계약은 집행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퇴직급여 패키지에 6개월 정도 급료(이러한 지급이 “약인”이 된다)를 포함해 지불하는 관행이 있고 해고가 위법 내지 부당한 경우 퇴사 후 경업금지를 무효로 보는 경향이 있는바, 이는 우리 법원도 참조할 만하다.

새로 들어간 회사가 동종업종인지 애매한 사례도 많고 특히 그 회사가 취급하는 제품이 다양하여 그 중 작은 부분만 겹칠 때는 경쟁 내지 동종 업종인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경업금지 약정 위반 시 회사는 전직금지 가처분에 의해 퇴직자의 동종업체 취업을 막으려 하고, 동 약정이 유효하다고 보는 경우 법원은 위반 시 하루에 얼마를 회사에 지불하라고 명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가처분이 발해 지는 것은 경업금지 약정이 유효하고 전직을 막지 않는 경우 회사에 큰 피해가 있을 것이 확실한 때이다. 그렇지 않으면 가처분은 기각되고, 퇴사자의 전직에 의해 회사에 손해가 있는지의 문제는 민사소송으로 다투게 된다. 퇴사자가 가지고 있는 영업비밀을 획득할 목적으로 입사케 한 회사라면 민사소송에서 공동피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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