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젊은 화가 김재원, “Flower Human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야 한다고 강요받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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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젊은 화가 김재원, “Flower Human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야 한다고 강요받는 사람”
  • 오시영
  • 승인 2015.02.0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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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젊은 화가 김재원은 “Flower Human-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야 한다고 강요받는 사람”이라는 작품을 통해 현대사회의 모순을 통렬하게 야유하고 있다. 기존의 화단에서는 아직 학생인 그를 화가라고 부르는 것조차 민망하다 할 지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미술계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그 어느 유명한 기존 화가들보다도 그 젊은 김재원 화가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 실험작가라는 평을 주저하지 않겠다. 아마 20년쯤 세월이 흐르면 그는 틀림없이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자신의 독특한 미술세계를 펼쳐 보이는, 자신과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좋은 화가로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

송곳의 날카로움과 함마의 뭉특함, 이 중 어느 것이 파괴력이 더 높을까? 송곳은 그 날카로움으로 가장 작은 지점에 힘을 가해 벽을 뚫을 것이고, 함마는 벽 전체를 내려쳐 벽을 아예 부셔버릴 것이다. 송곳과 함마는 그 기능이 같지도 않고, 같을 수도 없고, 같아서도 안 된다. 그런데 송곳에서 함마의 묵중함이, 함마에서 송곳의 날카로움이 느껴진다면 어찌 할까? 젊은 화가 김재원은 그의 작품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야 한다고 강요받는 사람”을 통해, 함마의 뭉특함으로 날카로운 송곳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진한 주황색 바탕 위에 벌거벗은 한 여자가, 얼굴 윤곽조차 확실하지 않은 한 여자가 많은 숱의 머리를 마치 피어 있는 한 송이 꽃처럼 하늘로 풀어헤친 체 넘어질 듯한, 뛰는 듯한, 춤추는 듯한 순간 동작을 통해 “현실세계에서 꽃보다 아름답지 못한, 향기롭지도 못한 인간이 꽃보다 더 아름답고 은은한 향내를 발하도록 강요받는 모순”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소위 “땅콩회항사건”의 마지막 공판기일에 박창진 사무장에게 철저하고도 완전하게 패배했다. 그것도 인격적인 면에서 완벽하게 졌다. 땅콩회항사건이 밝혀지기 전까지 그렇게 당당하게 갑질을 해대던 그 모습은 마지막 용서를 구하는 단계에 이르러서 “비굴하고 비참한 을질의 가해자”로 추락하고 말았다. 마지막 자존심을 찾을 수 있는 기회마저 상실해 버린 것이다. 어쩌면 그녀는 국민의 뇌리 속에 영원히 갑질을 해대던 불완전인격자로 낙인찍혀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이는 기업가로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슴 아픈 일이다.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것은 진정 아름다운 일이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완전하지 않는 불완전자이므로 실수할 수 있는 것이고, 완전자로 가는 길은 그 실수한 것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는 그러한 불완전자의 길을 걷지 않도록 노력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기회를 놓쳐버렸다.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다.

이번 땅콩회항사건의 본질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여 부하 직원에 대해 폭언과 폭행을 가한 횡포 및 그 비행기를 타고 있던 수많은 승객들에 대해 무례하게 행동한 안하무인함에 있다. 그로 인해 그들의 업무를 방해하고 승객의 출발을 지연시킨 것이 사건의 본질이다. 이처럼 잘못된 본질이 결국 범죄행위가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 잘못을 바로잡으려면 박창진 사무장을 비롯한 회사 피해직원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승객으로 대표되는 국민 및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이용객에게 진정으로 사과하여야 한다.

마지막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창진 사무장의 증언은 필자를 아프게 한다. 그리고 그의 용기와 품격이 느껴지는 정제된 언어표현에 존경을 표하게 한다. 박창진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 및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으로부터 단 한 번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가해자집단의 언론플레이만 있었을 뿐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박 사무장은 “19년이라는 세월 동안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 왔지만, 조 전 부사장은 본인의 즉흥적인 기분에 따라 아무렇게나 다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일할 권리, 인권, 자존감 등을 아주 치욕적이고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을 했다.”고도 했다. 자신에게 부를 안겨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회사 직원을 고맙고 감사하게 여기기는커녕 치욕스럽게, 모멸스럽게 대해왔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지금까지도 조 전 부사장은 직원들을 봉건시대의 노예처럼 생각해서인지,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지금까지도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나야 한 조직의 단순한 노동자로서 언제든 소모품 같은 존재가 되겠지만, 조 전 부사장 및 오너 일가는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원망함에 그치지 않고 박창진 사무장은 “내가 지난 19년간 회사를 사랑했던 그 마음, 또 동료들이 생각하는 그 마음을 헤아려서 더 큰 경영자가 되는 발판으로 삼기를 바란다.”며 오히려 초라하게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 숙이고 있는 그녀를 향해 너그러운 대인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이가 대인으로 인정되도록 맹목적으로 강요되는 이 갑질의 시대에서 돈과 권력 없는 월급쟁이에 불과하지만 인격을 가진 이가 얼마나 위대하고 존중받아야 할 진정한 갑인지를 보여주는 순간이 공판정에서 연출된 것이다. 모든 국민은 그것을 지켜보았다. 그 순간, 우리가 진정 존중해야 할 진정한 갑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아니라 그녀의 부하직원으로 을로만 대접받아왔던 사무장 박창진이었음을 우리는 깨우쳤다. 인품이 있는 자가 갑으로 존중받는 세상이 되어야 함을 박창진 사무장은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그가 우려하는 바와 같이, 재판부가 우려하는 바와 같이, 전 국민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관심사원”으로 대한항공에 계속근무하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그의 고결한 인격을 유지한 채 흙탕물속에서 계속 견디어나갈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재판부가 직권으로 조양호 회장까지 증인으로 채택하여 그의 사후직장생활보장을 다짐받았겠는가?

하지만 조양호 회장의 충성스런 다른 부하직원들은 박창진 사무장을 그대로 놓아두지 않을 것이다. 알아서 길 것이다. 그래서 박 사무장의 현존이 자신의 충성심을 의심받게 할지도 모른다며 좌불안석이 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슬픈 동영상의 예측이라고 하겠다. 박창진 사무장에게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할 필자이지만, 거대한 조직을 배경으로 하는 조현아 전 부사장 및 조양호 회장 앞에서 당당히 할 말을 다 하는 그의 용기와 품위 있는 인격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갑질을 해대던 조현아 부사장은 그 잘난 매뉴얼을 통해 1등석이나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부자승객을 위해서는 봉지에 들어있는 땅콩이 아니라 봉지를 뜯어 땅콩을 접시에 담아 내 놓아야 한다고 강변해 왔다. 그 매뉴얼은 그 고급승객들을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대접하여야 한다고, 승무원들을 강요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프라이데이 레스토랑 등에서도 주문을 받는 젊은 직원들이 무릎을 꿇다시피 하고 손님들의 눈길 아래에서 주문을 받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돈 몇 푼 쥐어주는 대가로 젊은이들을 함부로 무릎 꿇게 하는 무례함이 이 사회에 너무 넘쳐나고 있다. 친절이라는 위선의 탈을 쓰고, 인격을 말살하고 피폐화시키고 있다. 이를 당연히 여기라고 학습된 손님들이 여기저기에서 갑질을 해대고 있다. 5000만 국민 중 4천999만9999명이 갑질을 하다가 또 거꾸로 을질을 당하는 이 황당한 무례함의 세상이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 것인가?

젊은 화가 김재원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야 한다고 강요받는 사람”이라는 작품을 통해, 몸부림치는 벌거벗은 한 여인의 뭉특한 함마 같은 몸부림을 통해 “제발 이러지 맙시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그 함마 같은 뭉특한 몸부림이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자신을 찌르는 갑질의 횡포에 온 몸으로 저항하는 것이라고 말하고자 한다. 가수 안치환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를 통해 우리에게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이므로 우리 모두 서로서로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노랫말이 변질되어 버렸다. 실재로 아름답지도 못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갑질의 시대에, 오직 갑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이므로 과잉친절을 베풀어주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어느 사이 을이 되어 버린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강요를 마치 당연한 것인 양 받아들이며 무개념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 모두는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이다. 그러기에 우리의 행함도 꽃의 향기를 발하여야 한다. 하지만 더러는 꽃은커녕 쓰레기 같은 이들도 있다. 쓰레기 같은 이들은 쓰레기 같은 대접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런데 그 쓰레기 같은 이들이 자신을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라며 약자들에게 자신을 그렇게 대접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젊은 작가 김재원은 말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야 한다고 강요받는 사람은 함마처럼 몸부림쳐야 한다고, 송곳처럼 날카롭게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고, 박창진 사무장이 품위 있는 증언을 한 것처럼 진실을 최대의 인격발현으로 표현하라고. 당신은 진정,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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