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럭비공 대한민국, 이완구 총리내정자의 특이한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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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럭비공 대한민국, 이완구 총리내정자의 특이한 습관
  • 오시영
  • 승인 2015.01.3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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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2015년 1월, 대한민국은 럭비공이다. 럭비공이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대한민국은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예측불가능의 세상이 되어 버린 듯하다. 우리가 힘써 배우고 익히는 까닭은 세상 살아가는 이치를 배우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되고 저렇게 하면 저렇게 되므로, 이렇게 할 것인지 아니면 저렇게 할 것인지를 판단해서 선택하고 결정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해서 실수를 줄이고, 공통된 가치의 교육을 받은 일반인들의 상식적 행동들이 모여 전체의 조화를 이루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함이다. 구기 경기에서는 공이 모두 둥글다. 공이 둥글기에 모든 운동선수들은 공의 진행방향과 속도를 가늠하고, 거기에 맞춰 공격하고 방어한다. 하지만 럭비공만은 공 자체가 원반형으로 특이하게 생겼기 때문에 그 반탄력을 일정하게 예측할 수 없어 곤란을 겪게 된다. 그것이 바로 럭비경기나 미식축구의 묘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럭비공조차도 일정한 운동법칙이 작용하고 있음 또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오늘 대한민국은 도무지 그러한 미래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는 이상한 나라가 되어 버렸다. 요즘 필자는 내가 생각하는 상식과 너무나 다른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대한민국을 지켜보면서, 내가 비상식적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내 자신에 대한 회의에 잠기기까지 한다.
 
문제가 있으면,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문제를 직접 해결하면 된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자고, 추우면 따뜻한 옷을 입고, 피곤하면 쉬면 된다. 그리고 불이 나면 불을 끄고, 물이 차면 물을 푸고,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고, 강이 있으면 다리를 놓으면 된다. 그러면 모든 문제가 풀리게 되고, 구성원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을 고통이나 불만이 아니라 기쁨과 기대감으로 기다리며 오히려 화합하게 된다. 그런데 2015년 1월 대한민국은 럭비공, 그것도 바람이 빠진 건지, 실밥이 터진 건지 알 수 없는 후덜덜한 럭비공이 되어 도무지 합리적인 기대를 할 수 없으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할꼬 싶다. 얽히고 설킨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문제해결을 오히려 가로막음으로써 분쟁을 심화시키는 이상한 “조작질”이 난무하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무상급식(필자는 무상급식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그냥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학생복지 문제로 국가가 당연히 해주어야 할 문제이므로 학교급식이라고 하면 충분한데도 이를 무상급식이라는 용어, 즉 ‘무상’이라는 단어를 강조함으로써 정치적 프로파겐다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을 먼저 실시하였고 국민의 80% 이상이 이를 지지하였다. 그 후 취학 전 아동에 대한 무상보육(필자는 무상보육이라는 말 역시 무상교육이라는 말처럼 싫어한다)을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움으로써, 당선 후 시행하게 되었으면 이미 진행 중인 학교급식을 건드릴 것이 아니라, 취학전보육의 문제로 보아 예산을 어떻게 조달하고 보육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매달리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취학전보육문제를 학교급식문제와 싸움박질을 시키는 편가르기 조작을 통해 국민분열을 부채질하였다. 국가가 가운데 서서 중립을 지킴으로써 질서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편 가르고 이간질시켜 서로 대립하여 갈등을 불러 일으키도록 조장하는 이상한 편법을 상용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취학전보육의 문제를 놓고서도 부모가 모두 취업한 맞벌이 경우와 그렇지 아니한 부모 사이를 갈라놓는 편법을 사용하려다 젊은 부모들의 집단적 반발을 사고 있다. 미취학부모를 편을 갈라 싸움박질을 시키는 방식이다. 맞벌이부부의 자녀보육을 돕기 위한 취지였는데, 그렇지 않은 부모들이 무분별하게 아이를 보육기관에 맡김으로써 예산부족 등 문제가 복잡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평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는 젊은 부모들의 집단반발이 있자 그때서야 그렇지 않다고 부랴부랴 불을 끄려 하지만, 소신 없고, 생각 없는 공무원들(그 상층부에는 청와대 참모진들과 내각이 있다)이 불쑥불쑥 단편적 생각들을 땜질식으로 내어 놓으니 도대체 될 일조차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연말정산문제만 해도 그렇다. 9천 300억 원이 넘는 봉급생활자들의 증세가 수치로 나오는데도 증세가 아니라는 거짓말을 서슴없이 해대는 공무원들은 도대체 국민을 럭비공으로 보는 것이 틀림없다. 국민들 보기에는 정책입안자들이 럭비공 같이 내심 불안하기만 하다. 결국 이번 주 여론조사결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지지율이 20%대로 내려앉았다. 그런 지지율 추락을 만회해 보려고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총리 기용이라는 인사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국민지지율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 세월호참사 이후 이미 식물총리가 되어 버린 정홍원 총리에 대한 경질요구도 컸지만, 국민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정윤회씨 문건파동의 주역으로 지목된 이재만 비서관 등 3인방에 대한 경질요구가 더 컸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엉뚱하게 이완구 국무총리카드를 꺼냈을 뿐, 비서실 공무원들을 경질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오히려 요직에 앉히거나 옥상옥이라고 할 수 있을 특보제도를 신설하는 이상한 럭비공이 되어 버렸다. 정부의 각 부처에 대응한 수석비서들이 있으므로 그들과 상의하거나 내각의 장관들과 상의해서 결정하면 될 일을, 무엇 때문에 특보를 두었는지 도무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누군가를 또 허수아비 만들어버리는 꼴이다. 하나의 문제, 하나의 쟁점에 대해 수석과 장관이 머리를 맞대어 정책의 통일성을 이루어 가면 족한 것이지, 무엇 때문에 그 중간에 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특보를 두려고 하는지 도무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생각이 달라도 문제이고 같아도 문제이다. 설령 특보는 무보수일지 몰라도 그 위상으로 볼 때 장관급에 해당되는 특보들을 보좌하기 위한 자리가 또 수십 개 생겨나게 생겼고, 불필요한 공무원 차출 등으로 국가예산만 축나는 것이 아닌지 궁금해진다.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담합이 예상된다는 것이 언론의 일반적 보도이다. 어찌 보면 싱거운 인사청문회가 되어 버릴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앞선다. 그 첫 번째 행태가 김재원 새누리당수석부총무의 이완구 내정자 감싸기 발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내정되는 순간 그는 입법부의 청문대상이 됨으로써 이완구 전 원내총무와 김재원 수석부총무는 방패와 창의 입장으로 바뀌었다. 그런데도 김재원 수석부총무는 얼굴 가득 충성스러움을 담고서 이완구 총리내정자에 대한 의문에 대해 변명성 해명을 하는데 앞장 섰다. 참으로 럭비공이다.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알지 못한, 오직 충성심을 보여야 한다는 다급함이 얼굴에서 느껴져 올 뿐이다. 2013년 6월에도 김무성 대표에게 “어제 최고중진회의에서 형님 말씀하신 내용에 대한 발설자로 제가 의심받는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맹세코 저는 아닙니다.”라는 문자를 보낸 것이 들통 나 빈축을 샀던 전력이 있기조차 하다.
 
이완구 총리내정자에 대해 현재까지 쟁점이 되고 있는 내용은, 차남의 병역면제 의혹, 장인장모로부터 증여받았다는 성남 땅투기 의혹, 박사학위 논문 의혹 등으로 요약된다고 하겠다. 차남의 병역면제에 대한 해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4차례에 걸친 신체검사 과정에서 병역면제를 받고자 하는 의지가 간접적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십자인대파열이라는 부상 후의 신체검사에서도 입영판정을 두 번이나 받았으면 입영적격자라고 보아야 할 것인데, 구태여 다시 수술까지 받아 면제를 받은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성남 땅투기 사건 역시 일반적 땅구입과정과는 완전히 달라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두 필지의 땅 중 한 필지를 2000년 6월 29일 장인이 매입하였고, 다른 한 필지를 이완구 내정자의 지인(이완구를 사랑하는 모임에 참석하는 충청향우회 명예회장 강모)이 매입하였다. 그 후 그 지인은 1년이 지난 후 장모에게 매도하였고, 두 필지를 모두 이완구 내정자의 장인장모가 소유하게 되었다. 일본에서 의사였던 장인이 장모와 함께 귀국한 후 그 땅을 7억5600만원에 매입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장인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귀국 시 7억5천여만 원의 돈을 어떻게 국내로 반입하였는지 외환거래를 확인하고, 장인의 통장에서 그 돈이 매도인에게 건네진 것을 밝히면 될 것이다. 40년 넘는 자신의 중요기록을 모두 복사본을 만들어가면서까지 보관해 온 이완구 내정자의 보관습관에 의하면 그 통장거래 내역도 틀림없이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 금융실명제 실시 후의 부동산거래이고, 그 금액이 7억 원 이상임에 비추어 이를 현금거래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만일 현금거래하였다면 그 돈의 출처는 장인장모의 돈이었다기보다는 이완구 내정자의 은익자금일 개연성을 아주 배제하기도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강모씨의 최초 매입자금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확인하고, 다시 장모에게서 강모씨에게 그 매입자금이 제대로 지급이 되었는지 여부도 조사하면 될 것이다. 어쩌면 돈이 흘러감이 없는 차명부동산거래였을 개연성을 밝히는 청문회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완구 내정자의 부인이 외동딸인지, 만일 외동딸이 아니라면 왜 그 딸에게 그 큰 재산을 단독증여하게 되었는지 그 연유도 밝혀져야 할 것이다. 부동산차명거래나 예금차명거래 등에서 통상 발생하는 자금 흐름이 있는 것은 아닌지 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야 할 것이다. 위 땅을 매입할 당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이었던 이완구 내정자가 혹시라도 “고위공직자로 고급정보를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후보자가 장인·장모를 내세워 땅 투기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야당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럭비공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하지만 럭비공은 살아 있다. 어떻게 튈지 지켜볼 일이다. 모든 것을 지나치게 준비하는 꼼꼼함이 이완구 총리내정자의 발목을 잡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 럭비공처럼 사는 것도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소회가 들기도 한다. 럭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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