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28)-건강한 먹거리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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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28)-건강한 먹거리의 미덕
  • 차근욱
  • 승인 2015.01.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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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최근들어 식사를 계속 밖에서 사먹은 탓인지, 주책맞게 뾰루지와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고교시절로 몸이 회춘하는 것이냐며 놀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백옥같은 도자기 피부.... 가 언젠가는 되고 싶었던 마음에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게다가 목에는 2군대나 종기가 생겨 흉이 지고 나니 이상한 상상하에 놀리시는 분도 생겨 짜증도 났다. 처음에는 약을 발라보았지만, 이런 증상은 차도가 없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혹시 음식에 들어가는 조미료들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 싶었다. 하긴, 음식점에서 맛을 내기 위해서 찌개에 조미료를 아낄 리는 없을테니.

 
이러한 의심은 지난 경험에 비추어 볼 때에 더욱 강해졌는데, 예전 학생시절에는 주식이 거의 바나나였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돈도 아끼고 다이어트도 한다는 취지에서 우유와 바나나 외에는 그다지 뭔가 먹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확실히 그 때는 날씬도 했고 속도 편했고 피부발진도 없었지. 음식점 사장님께서야, 기껏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맛나게 차려 주었더니 이제와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한다며 날 때려주고 싶으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기분이 들어 식생활에 좀 변화를 주기로 했다.

마음 같아서는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싶었지만, 실제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거의 없을뿐더러, 건강식을 위해 뭔가 준비한다는 것이 현재의 서식지에서는 더욱 위생불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라는 것은 핑계고, 그냥 만사가 귀찮고 싫어서 도시락 싸기는 포기했다.

어쩌면 나는, 집에만 들어오면 보다 적극적이고 더욱 능동적으로 폭풍처럼 격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인간일지 모르겠다. 그런 인간에게 도시락은 무리야 무리. 내가 일찍이 부지런한 인간이라면, 서식지를 이정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살지도 않겠지.

하여, 다시 바나나와 우유를 주축으로 해서 되도록 건강한 식생활을 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일단 식당에는 가지 않기로 했고 주로 과일을 그냥 씻어서 먹는다던가, 요거트를 직접 만들어 후식으로 먹는다던가 간식으로 아몬드를 조금 먹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대신, 운동은 꾸준히 Gym에 가서 열심히 땀을 흘렸다.

물론, 운동을 하고 나면 배가 고프기도 하고 중간 중간 과자나 케잌이 생각나기도 하고, 으슬 으슬한 날에는 뜨끈한 곰탕이 그립기도 하지만, 일단은 가공하지 않은 식단을 중심으로 조금 덜 먹기로 신경쓰며 지냈다.

그렇게 한 2주 정도가 지난 요즘, 어제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달까. 얼굴에 생겼던 트러블들이 모두 없어진 것이 아닌가! 그걸보면 역시 찌개류에 조미료가 많이 들어갔던 거였나 싶었다. 정말 음식만 바꾸었는데도 손발 저림이 줄었고 피부상태도 바뀌었다.

가만히 돌아보면 역시 진리란 이미 우리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는 것 뿐 이라는 말이 명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식생활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니. 하지만 회식을 하거나 중요한 만남이 있는 자리에서는 대체로 새롭고 귀한 음식들을 바라는 것이 사람의 욕심이기 마련이다.

모두들 비싸고 맛있고 몸에 좋은 이색 먹거리만을 찾고 있지, 건강을 위해서 조금 덜먹고 간단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가볍게 취하는 미덕을 많은 사람이 간과하고 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새삼 느낀 것은 가공하지 않은 음식의 위대함이다. 사람들은 무언가 자꾸 손을 대어 보기 좋고 맛있게 만든다고 하지만, 결국 자연의 모습 그대로가 가장 건강한 것은 아닌가, 하는 교훈을 얻었다.

인생도 가끔은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들 보다 화려하게 보다 풍족하게를 외치고 있지만, 어머님이 차려주시는 건강한 밥상 앞에서 온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소박한 저녁시간보다 행복한 때가 어디 있던가. 자꾸 많이 가질수록, 자꾸 직함이 붙고 늘어갈수록 어쩌면 자신의 소중한 것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더 많이 갖기를 원하는데, 더 많이 갖게 될수록 자신의 행복과 더 멀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사랑받기 위해서 사랑받을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집착처럼. 물론, 소유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겠지. 사람이 변하고 사람이 자신의 욕심을 이기지 못해서 모든 것을 망가뜨리는 것이겠지만. 그래서 이번에 여드름 사건을 겪으면서 스스로 많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화려한 것보다는 원점에 충실한 투박한 것, 더 많이 욕심 내기보다는 더 적게 덜어내기’였다. 손해보는 것 같지만, 결국 나를 살리는 것은 그런 담백한 삶의 태도였다.

요즘은 그간 내 얼빵함 때문에 너무 잘 속았어서 광고를 있는 그대로 믿지를 못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광고나 인터넷 쇼핑에서 ‘무이자 12개월 할부’라고 해도 못 믿겠고, ‘조미료 무첨가’라거나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이라는 말도 못믿겠다. 하도 속아 주머니를 털리다보니 이젠 모든 광고나 이야기가 모두 사기같기만하다. 돈은 줘도 좋지만, 쓸 수 없는 물건이나 몸을 상하는 음식을 사는 쇼핑은 겁나니까.

하지만 최근 ‘집밥’이 유행이라는 소식을 듣고 나만 그런 것은 아닌가보다, 라는 생각에 피식 웃었다. ‘집밥’은 정갈하게 잘 대접받았다는 생각이 들게 해줄 뿐만 아니라 건강을 생각해서 음식을 준비해 준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하며 여전히 의심이 걷히지 않기는 하지만, ‘백반’하고는 차원이 다르다고. ‘백반’이라고 한다면 정말 섭섭했던 경험이 있는데, 가끔 가던 모 식당에서 정말 흰 밥에 무국이랑 김치에 무말랭이만 주어서 설마 이게 끝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며 눈치를 보며 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적어도 고등어 한토막이라도 주지 않을까 하면서. 뭐, 결국 진짜 그게 끝이었지만.

결국 ‘집밥’은 건강까지 생각해서 정갈한 한 끼를 대접해 주는 것이고, ‘백반’은 식당에서 당일 메뉴에 맛있게 준비한 한 끼를 대접해 주는 것이 차이란다. 뭔가 알 듯 하면서도 모를 듯도 한 비교랄까. 결국 사람들도 믿을 수 있는 한 끼에 대해 갈망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요즘은 원점을 외면하여 그 근본을 잃고 단지 수익의 수단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이 아니리라.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면서도 조미료를 넣지 않으면 맛이 없다고 당장 손님이 오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고충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 하지만 식생활이 건강으로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식당에서 외식만을 할 때 발생할 일들이, 경험상 몸 상태가 우려되는 현실이 왠지 좀 슬펐다.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오늘에 왠지 덕혜옹주의 물병이 떠올랐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욕망 앞에서 공멸해 가는 것인가 하고.

예전에는 육고기가 좋았었는데, 요즘은 해산물이 육고기보다 점점 좋아진다. 특히 신선한 생선구이는 정말 최고의 반찬이라고나 할까. 생선구이는 적어도 생선 자체의 원점을 명확히 갖고 있으니까. 음식은 단박한 맛이 좋다. 가공을 많이 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신선한 맛. 그런 음식은 잊고 지냈던 원점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한다. 집에서 생선구이를 직접하기는 좀 자신이 없으니 가끔 생선구이집을 가곤 하는데, 허름한 생선구이집에서 좋은 분들과 단촐한 식사를 할 때면 행복하다.

일년을 통틀어 내가 꼽는 최고의 음식은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메생이국이다. 특히 메생이는 1년 중, 오직 이맘 때만 잠깐 만날 수 있는 한철 식재료이기도 한데, 한 때는 김양식을 방해하는 골칫거리로 폄하되던 때도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보약에 가까운 먹거리라 하겠다. 오래 끓이거나 두고 먹으면 물에 녹아버리기 때문에 먹을 때만 바로 해야 하고, 씻을 때도 가볍게 헹구는 정도가 아니면 역시 물에 녹아 없어지는 까탈스러움을 가졌지만, 그렇기에 더욱 신선하다.

게다가 메생이에 굴만 넣고 끓이면 더 이상 어떤 조미료도 필요없이 건강한 음식이 되니, 이보다 더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음식을 정녕 보지 못했다. 요컨대, 메생이국은 사람을 살리는 음식의 원점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공한 듯 가공하지 않은 자연의 맛과 영양을 가지고 있는 메생이국을 떠올리며, 나도 강단에 서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본분과 자신의 인생을 다시금 생각했다. 화려하기 보다는 원점답게, 욕심내기 보다는 덜어내기.

이봐, 친구! 딸기가 되고 싶어? 그럼 딸기를 먹으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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