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개그콘서트 하원 책임피디에게, 다중인격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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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개그콘서트 하원 책임피디에게, 다중인격의 시대
  • 오시영
  • 승인 2015.01.2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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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2015년 1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개그 콘서트의 한 꼭지는 “있을 때 하는 얘기지만, 실재로 없을 때 하는 얘기인데”라는 프로다. 그런 프로그램을 어디에서 하느냐고?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매일, 그것도 시도 때도 없이 한다. 주요 출연자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참모진, 새누리당이고, 간혹 가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조미료처럼 맛을 더한다. 주연들의 이름을 따서 “박ㆍ청ㆍ새 개콘”이라고 줄여 부르기도 한다. 박청새개콘이 진행될 때마다 국민은 요절복통[腰折腹痛]이다. 원래 요절복통은 “허리가 끊어질 듯하고 배가 아플 정도로 몹시 웃음”을 말하는데, 박청새개콘은 개콘이어서 인지 원래 뜻을 비틀어 “진짜로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배가 아픔”에서 그치게 만드는, 묘한 “고통개그”이다. 요절복통, 허리가 꺾이고, 배가 아프면 사람은 아랫배를 움켜쥐고 허리를 굽히며 물음표 모양의 자세를 취한다. 아프니까, 고통스러우니까, “왜?”라고 세상을 향해 묻게 된다. “왜. 이렇게 나만 아프냐고?” 세상을 향해 항변하게 된다.

개그콘서트 “하원 책임피디”는 내 아이디어를 빌려가 연출하면, 틀림없이 쪽박 아니면 대박이 날 것임을 장담한다. 이제 필자는 KBS2 방송의 개그콘서트 하원 피디가 되어 “있을 때 하는 얘기지만, 실재로 없을 때 얘기인데”를 연출한다, 마치 다중인격자인 것처럼. 첫 회 이야기는 이렇게 진행된다. 장면#1) 주인공 박ㆍ청ㆍ새 세 사람이 등장한다. 장면#2) 행인이 지나간다. 그러자 세 사람이 행인더러 들으라는 듯이 머리를 맞대고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눈다. 세 사람 중 누군가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끼리 국민들이 보고 있을 때 하는 이야기이지만, 서민증세는 절대 없어”, 그러자 나머지 두 사람 중 누군가가 “그럼 그렇지, 절대 서민증세하면 안 되지”라고 맞장구를 친다. 그러면 마지막 한 사람이 “그걸 말이라고 해? 오히려 서민세금을 깎아줘야지!”라고 알랑방구를 뀐다. 장면#3) 행인이 그 소리를 듣고 아주 만족한 듯한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스치고 지나가고 나면, 세 사람은 태도를 돌변하여 “진짜 쟤가 없을 때 하는 이야기지만”이라고 말꼬리를 튼다. 박ㆍ청ㆍ새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야, 서민들 세금 증세하는 좋은 방법 없냐?, 걔네들은 뭘 잘 모르거든, 뭐 좋은 증세방법 없겠어?”라고 물으면 나머지 두 명 중 한 사람이 “담배가격 인상하면 돼, 담배에 세금 왕창 붙어 있잖아, 담배 피는 걔네들, 담배 끊을 수 있겠냐? 담배가격 올라도 계속 사 필 거야”라고 맞장구를 치면, 나머지 마지막 한 명이 “맞아, 맞아, 담배가격 올리면 걔네들 열 받아 더 많이 피울 거야, 더 많이 팔리면 담배세 더 걷히고 얼마나 좋아!”라고 맞장구를 친다. 그런 다음에 세 사람이 신나게 박수를 치며 “그래그래, 걔네들 담배값 올라 열 받으면 병 걸릴 거 아냐? 그러면 담배값 인상해 걷은 세금으로 폐암예방을 위한 의료보험정책을 확대한다고 홍보하면 개네들은 속아 넘어 갈 거야”라고 속내를 드러낸다. 장면#4) 다시 행인이 나타나 반대방향으로 지나가면, 박ㆍ청ㆍ새 세 사람은 다시 정색한 표정으로 국민을 향해 합창으로 말한다. “너 있을 때 하는 말이지만, 너 정말 건강해 보인다, 담배 많이 피워, 앞으로” 하면, 방청석에서 방청객이 요절복통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겉과 속이 다른 집단들의 이중적 행태를 꼬집는 풍자코너를 한 번 개설해 보면 어떨까 싶은 것이다.

“있을 때 하는 얘기지만, 실재로 없을 때 하는 얘기인데”라는 이 코너를 하원 책임피디에게 무상제안하는 이유는, 일부 우리 국민들이 누군가 없을 때 뒷담화 까는 것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남의 일에 관심 많고, 말하기 좋아하고, 거기에 자기 의견과 생각을 더 해서 부풀려진 이야기를 하도 잘 하기 때문에 저 개그 코너가 신설되어도 충분히 먹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어찌 “절대 증세 불가”라는 거짓 선거공약 뿐이겠는가? 지금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갑질행위”도 그렇고, 앞에서 칭찬하다가 뒤에서 뒷통수치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대인들의 이중적 태도에 스스로들 공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중적 잣대, 최근에 서로 독립되었지만, 필자의 눈에는 상호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사건이 필자로 하여금 이중적 잣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하나는 지난 17일과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과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는 협박글이 해외에서 개설된 SNS를 통해 게시되어 소동을 피운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터어키 여행 중 IS(이슬람신정국가)의 무장폭력세력에 자진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김 모 군 사건이다. 두 사건 모두 국민을 경악케 한 사건으로, 서로 다른 사건 같지만, 필자의 눈에는 두 사건이야말로 최근 국민의식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는 대표적 사건이지 않을까 싶어 상호연관성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전자는 군경 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이나 청와대에 폭발물 투하 같은 징후가 보이지 않아 말장난으로 끝날 개연성이 높아 보이지만, SNS일망정 최고 권력자의 거주장소를 폭파시켜 버려야겠다는 분노가 누군가의 가슴에 싹트고 있고, 이를 스스로 마음에 담아두지 못한 채 대외적으로 표현할 정도에 이르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 하겠다. 이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아 넘겨서는 결코 아니 될 것이다. 말은 언젠가는 행동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 중 극소수에게일망정, 만에 하나 저 SNS 게시글처럼 그러한 분노가, 그러한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는 것은 참으로 두려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정서를 순화하는 소통, 소외된 자들에게 보여야 할 사랑과 관심, 반대편 사람들을 아우르는 포용력 등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러한 국민들의 타오르는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소득세 연말정산이 세금폭탄이 되어 봉급생활자들의 호주머니를 쥐어짜는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국민들이 집단저항 내지 집단분노심을 표출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2012년부터 소득원천징수제도를 변경하고, 2013년부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소득공제방법을 변경함에 따라 13월의 봉급이라 불리며 매년초에 과징된 세금을 돌려받으며 보너스를 받는 듯한 기쁨을 느끼던 것이 이제는 반대로 더 납부해야 하는 고통으로 변함에 따라, 국민 대다수인 봉급생활자와 그들 가족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담배값 인상으로 모든 애연가들이 하루에 한 값의 담배를 피우면 월 6만원, 일년이면 72만 원 정도를 끽소리 못하고 추가부담해야 하는 판에 위와 같이 연말정산에서 또 다시 세금추징까지 당해야 하는 국민들은 세금귀신에게 얼이 빠져 있는데, 거기에 대고 “절대증세가 아니다”라고 거짓말까지 하고 있으니 참으로 국민의 마음을 몰라도 한참 모르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세제개편으로 일 년에 근로자들로부터 더 걷히는 세금이 9천3백억 원이라고 밝혀졌는데도 세금증세가 아니라고 발표하는 정부는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 9천3백억 원이라는 돈이 모두 봉급생활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가고, 대기업들은 세금감면의 혜택을 받고 있는 이 불공평성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고 있음을 정치권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후약방문처럼, 우수수 표 떨어지는 소리에 놀란 새누리당이 소급입법이라는 반헌법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위와 같이 과다하게 걷힌 세금을 돌려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허둥지둥 뒷북을 치고 있는 모습도 참으로 가관이다. 불과 몇 달 뒤의 상황마저 예측하지 못하는 그들을 향해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개콘식 표현방법으로 해서 “없을 때 하는 이야기지만, 너네들 돌대가리냐, 좀 잘 할 수 없냐?”라고.

초등학교만 나온 후 집에서 은둔생활을 한 채 소외된 외톨이 성장과정을 거친 김 모군의 IS 무장세력에의 자진 가담은 우리나라에서는 전무한 일이어서 국민적 충격은 극에 달하고 있다. 사회관계, 인간관계가 올바르게 형성되지 못한 채 자폐적 외톨이생활에서 형성된 잘못된 가치관과 세계관이 저런 극단적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지 않나 싶다. 또 다른 젊은이에게 이런 편파적 가치관이 전파되지 않도록, 또 다른 비극을 차단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야 할 때이다. 젊은이들에게 세상에 대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는 WTO, 자유시장경제정책은 그 방향수정을 더 늦출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나친 대기업위주의 경제정책에서 과감하게 방향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대한의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하고, 이는 미국을 비롯한 모든 서방선진국가들과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문제라 하겠다.

두 미남 탤런트가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와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에서 각각 주인공을 맡아 다중인격을 연기하고 있다. 킬미힐미에서는 탤런트 지성이, 하이드 지킬, 나에서는 탤런트 현빈이 각각 주인공을 맡았다. 왜 갑자기 두 지상파 방송이 다중인격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를 동시다발적으로 상영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두 방송이 서로 상의해서 했나 궁금해진다), 어찌 보면 시대상황과 맞물려 있는 시의적절한 소재가 아닌가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모두들 갑질의 피해자 을로 고통받다가, 어느 순간 자기보다 약자를 향해 갑질을 해대고 있는 우리야말로 다중인격자가 아닌가 싶다. 킬미힐미에서 재벌3세인 차도현이 신세기, 페리박, 안요섭, 안요나, 나나, Mr. X라는 7개의 인격을 연기한다고 하니 시청자가 골치께나 아프게 생겼다(작가는 얼마나 머리에 쥐가 날 것이며, 연기자 지성은 또 얼마나 발가락에 쥐가 날 것인가. 시청자는 옆구리에서 쥐가 나려나). 하이드 지킬, 나에서도 탤런트 현빈이 재벌인 구서진 역을 맡아 하이드와 지킬 사이를 오가며 다중연기를 펼친다니 기대해 본다. 하여튼 작가들이 다중인격에 헷갈리지 않고 제대로 중심을 잡아 주인공들, 다중인격으로 시달리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제 정신의 차도현과 구서진으로 돌려놓기를 바랄 뿐이다.

눈앞에 있을 때 하는 얘기, 너무 믿지 마. 없을 때 하는 뒷담화가 진심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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