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기 KG패스원 경찰학원 경찰학개론
험난한 전문수사관의 길...
조사전문화 과정을 수료하고 난 후, 이전에 근무하던 서울 중부경찰서의 조사계로 발령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요즘과 달리 사건이 폭주하던 때라 배당받은 사건을 감당하지 못해 “근무불가 선언”(일명 ‘모라토리움’ 선언)을 하는 이가 허다했다.
원칙대로라면 능력부족에 해당하여 직위해제감이지만, 실제 경찰조직은 직원들에게 대해 그다지 혹독한 편은 아니라 주변의 좋지 않은 평가와 개인적으로 불명예가 되는 것 외에 지구대나 파출소로 배치될 뿐, “모라토리움”(?) 선언이 해당경찰관 개인에게 직접적 불이익이 가는 것도 아니었던 것은 국민이 보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 것이다.
※ 직위해제 - 경찰관이 능력이 부족하거나 성적이 나쁜 경우, 중징계의결 요구중인 경우,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보직(직위)만을 부여하지 않고 경무과에 대기발령 시키는 것으로 제재적 성격을 띄며, 징계나 직권면직의 예비조치에 해당하는 불이익한 처분 |
어찌되었건 당시 조사계 사무실은 정말 시장바닥처럼 시끄럽고, 자신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고소인들의 아우성으로 넘쳐나는 분위기였는데, 그 속에서 묵묵히 근무하는 내공이 넘쳐나는 조사관을 만난 피해자는 쉬이 도움을 받고 억울함을 풀게 되지만, 수사의 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조사관을 만난 국민은 정말 불쌍하고 애처로운 처지가 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판례구속성이 없는 성문법국가에 해당하여 법집행 환경에서 1차적으로 중요한 것이 법집행기관의 주체성 있는 유권해석이며 법집행 절차 자체도 불문법 국가에 비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 그런 까닭에 법집행에서 집행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것이며, 법집행기관은 주체적으로 방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이들이 내린 결론대로 재판이 종결되는 비중이 매우 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