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25)- 새해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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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25)- 새해아침
  • 차근욱
  • 승인 2015.01.0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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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새해아침’이라는 단어만큼 산듯한 단어도 드물 거야, 라고 나는 생각했다. 비록 온 몸이 쑤시고 숙취 때문에 머리는 깨질 것 같이 아파도 어찌되었든 이젠 2015년, 새해이니까. 연말연시를 맞이해서 술자리가 제법 좀 있었다.

그리고 이젠 새해니까 또 술자리가 조금 있기도 했고. 음주가무를 싫어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런 연말과 연초의 모임은 조금 예외라는 기분이 든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나를 기억해주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만큼 감사한 일도 드무니까.

 
새해가 되면, 늘 그렇듯 몇 가지 목표를 세운다. 새해에 이루고 싶은 핵심 과제랄까. 뭐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해의 방향을 정한다는 의미가 있어 나름 두근거리기도 한다. 예전엔 10가지 씩도 정하곤 했었지만, 목표가 많아지면 그만큼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어 지금은 3~5 가지 정도의 목표만을 세우곤 한다.

올해의 목표도 뭐, 그런 의미에서 5가지 정도로 정했다. 첫째는 운동, 둘째는 소식, 셋째는 수업, 넷째는 원고, 다섯째는 독서. 적어놓고 보니, ‘흥! 정말 재미없어 보이네!’, 라고 느끼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운동과 일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렇게까지 재미없는 목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놀러다닌다거나 사람들을 만나 음주가무를 즐긴다던가 하는 일이 개인적으로는 더 괴롭고 지루한 일이거든요. 뭐니 뭐니해도 마음 편한 것이 최고가 아니겠습니까.

매년 빠지지 않는 최우선 목표는 바로 ‘몸’에 대한 목표다. 뭐, 솔찍하게 이야기한다면 매년 가장 이루고 싶었던 것이 바로 ‘다이어트’였다고나 할까. 뭐, 그런 연유로 올해의 첫 번째 목표 역시 ‘운동’이라곤 했지만, 실은 건강해지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 것이 아마 더 정확할게다.

예전에는 근사한 몸을 갖게 되면 좋겠다는 욕심에 ‘운동’을 새해 목표로 삼곤 했었지만,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실있는 건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욕심이 좀 많은 편이라, 몸이 튼튼해야 스스로 만족할 만큼 성과를 낼 수 있기도 하고. 게다가 아픈건 딱 질색이니까.

운동의 방법도 건강 자체가 목표가 되다보니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는데, 예전에는 무조건 고중량 웨이트 트레이닝 중심의 운동을 했다면 이제는 코어운동과 유산소 운동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전에는 우람하고 강한 몸이 목표였지만, 지금은 가볍고 탄탄한 몸이 목표라고나 할까. 힘이 넘치고 지구력도 넘치는 날쌘돌이가 되고 싶다.

하지만 그런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이 뛰어야 한다. 결국, 부지런한 만큼 건강해지고 원하는 몸에 가까워진다는 변함없는 진리는 어디에서나 통한다는 말씀. 운동을 할 때에는 진지하고 충실하게. 운동 중 잡담을 건내오는 분은 그다지 달갑지 않다. 그래서 되도록 사람이 적은 시간인 새벽에 집중해서 스스로를 꾸준히 단련하는 한 해를 만들어 나가야지 하고 계획을 세웠다.

두 번째 목표는 ‘소식’이지만, 소식이라는 것도 결국은 건강이라는 목적의식의 연장선이 아닌가 싶다. 인생이라는 자체가 인연을 쌓아가는 소중함에 기초하고 있어 함께 식사를 한다는 이벤트는 무척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식사를 사무치게 전력으로 먹다보면 몸도 상하고 돼지 꼴도 면할 수 없을테니, 이제는 조금씩이라도 식탐을 버려야 한다는 자각이 들었다.

전에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단식을 하는 날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부터인가 절제하지 않고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하게 되었거든. 물론 술이나 담배를 싫어하는 대신, 먹는 것을 좋아 하니까 이 정도 호사야 누려도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새해를 맞이하면서 과식이 잘못하면 죽음으로 연결될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게다가 옷을 새로 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기 때문에 ‘이번 기회야 말로 반드시 소식을 실천해야지!’ 라고 다짐했다. 살을 빼고 건강하기 위한 진리는 오직 적게 먹고 많이 뛰는 것임을 누구나 안다. 문제는 실천이지. 그러니 이제는 정말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당연한 진리를 실천하는 한 해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세 번째 목표인 ‘수업’은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자는 것인데, 누가 뭐라고 해도 역시 수업을 하고 있을 때가 가장 즐겁다. 물론,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문물을 접하며 새로운 식도락을 즐기는 것을 최고의 기쁨이라고 말씀들 하시곤 하지만, 난 그래도 학생들과 교감하며 수업을 하고 있을 때가 역시 가장 행복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신이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매슬로의 욕구이론에 의하더라도 자아실현의 욕구라던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일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냥 먹고 노는 생활만 계속 이어진다면, 스스로 무가치한 인간이라는 느낌에 점점 힘겨워지지 않을까. 뭔가 자신이 성취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 있다는 것은 정말 근사한 일이다. 그러니 올 한해도 더 좋은 수업을 해야지, 라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밀도 높은 준비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준비해야만 좋은 수업이 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가르치는 사람 위주의 수업은 자기 만족적 수업으로 흘러버릴 가능성도 농후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몇 몇 선생님들의 수업이 딱 그랬는데, 학생들이야 이해하든 말든 그냥 진도만 묵묵히 나가는 수학 선생님도 계셨다. 그래서 수업을 준비할 때나, 수업을 하다가 학생들이 어려워한다는 느낌이 오면 그 때의 선생님들이 떠올라 오싹해지곤 한다. 절대로, 그런 수업만은 하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본분을 다하는 사람을 좋아 한다. 솔직하게 말해,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지 않은 모습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한다. 성의없는 수업, 준비안된 수업, 도움이 되지 않는 수업이라면, 절대로 강단에 설 자격은 없다고 믿는다.

아마 나 자신이 그렇게 최고가 되기 위한 수업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으리라. 연습을 게을리하는 운동선수나 공부하지 않는 학생이라면 가까이 하고 싶지 않듯이. 네 번째 목표는 ‘원고’인데, 이 부분은 정말 쉽지 않아 왔기에 노력하자는 의미에서 새해 목표로 삼았다.

강단에 서는 사람으로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집필능력인데, 이 ‘집필’이라는 것이 정말로 인내와 끈기를 바탕으로 하는 법이다. 물론 무한한 시간동안 원고를 쓰라고 한다면 최고의 원고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늘 마감은 있기 마련이고 시간은 부족하다.

게다가 아이디어는 항상 만족스럽지 못하고. 그래서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원고작업인지라, 올 한 해는 마음을 비우고 인내와 끈기를 다해 부끄럽지 않은 책을 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사실 작년에 진작 나왔어야 하는 책들이 있는데, 아직도 답보상태라 많이 반성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그런만큼 심기일전 해, 집필에도 매진하여 새로운 내년을 맞이할 무렵에는 책을 무려 이만큼이나 냈다! 라며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야망을 담아본 목표가 바로 ‘원고’이다.

마지막 목표는 ‘독서’이다. 하지만 이 다섯 번째 목표는 단순히 책을 많이 읽자는 것이 아니라, 인격함양을 해야겠다는 뜻에서 목표로 삼았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지난해보다도 일정에 더 많은 욕심을 낸 올해는 아마 작년보다 훨씬 시간에 많이 쫓기리라 예상하고 있다.

뭐, 당연히 일이 많아 바쁘게 보내는 것은 기쁜 일인데, 문제는 스스로 점점 깡통 로보트가 되는 기분이 든다는 점이다. 나 스스로 뭔가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관점, 그리고 새로운 지식으로 늘 새롭게 업데이트된다면 스스로 충만한 만족감을 품고 해피하게 살겠지만, 새롭게 들어오는 내용은 없는데 시간에만 쫓긴다면 점점 무식해지면서 경박한 인간이 되어가는 것을 막을 길이 없어 참담하고 암울할 밖에. 외국어도 책을 읽지 않으니 단어를 자꾸 잊는 것만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서 새해에는 새로운 지식과 새로운 시야에 더욱 욕심을 내고 싶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깊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까지는 유치하기가 이를데 없다, 라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소감이라 부끄럽기 그지 없지만 일상에 쫓겨 바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건강을 바탕으로 부지런히 일하고 짬짬이 독서하며 성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새해를 맞이하며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다짐을 한다. 나의 5가지 목표란 것도 결국엔 새로운 한 해에 대한 새로운 희망의 발로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목표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해가 저물어 갈 때, 내가 과연 얼마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매일 매일 잊지 않고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 쉽지만 그야말로 대단한 일이니까. 흰 종이에 펜 한자루를 앞에 하고 끄적거려 본 새해의 목표. 이 글들이 단순한 낙서가 될지 성장의 계기가 될지는 이제부터라는 생각에 다시금 가슴이 설레인다.

그건 그렇고, 숙취를 핏자로 풀어내는 문화권이 있던데... 생각만 해도 속이 느글거린다. 아, 나는 인터네셔널하기는 글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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