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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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18)
  • 신종범
  • 승인 2015.01.0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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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판결

 

 

 
 

 

 

 

신종범 법무법인 더 펌(The Firm)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1994년 6월 13일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브렌트우드 주택가에서 백인 여배우 니콜 브라운과 그녀의 애인 로널드 골드먼이 흉기에 찔린 채 사체로 발견된다. 경찰은 니콜 브라운의 전 남편이자 인기스타인 흑인 풋볼선수 OJ 심슨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였다. 심슨은 사건 당일 업무차 시카고에 다녀 왔다며 알리바이를 주장하면서 혐의를 부인하였고, 자녀 2명과 함께 니콜의 장례식까지 치렀다. 그러나, 경찰은 심슨의 집에서 피 묻은 장갑과 스키마스크를 발견하였고, 현장에서 발견된 심슨의 혈흔, 장갑에 묻은 피해자의 혈흔 등을 증거로 심슨을 기소하였다. 이 사건은 인기스타인 흑인 배우 심슨이 전처인 백인 여배우를 살해하였다는 점, 심슨이 자신의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였던 점, 심슨의 변호인으로 이른바 ‘드림팀’으로 불리는 유력 변호사들이 대거 동원되었다는 점 등 때문에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372일 동안 진행된 이 세기의 형사재판은 심슨의 살해 혐의에 대하여 ‘무죄’로 판결 하며 끝이 났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심슨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심슨에게 배상금으로 850만 달러와 함께 징벌적 배상금으로 2500만 달러를 유가족에게 지급하라고 판결 하였다.

이것이 그 유명한 ‘OJ 심슨’사건이다. 이 사건은 초기에는 흑인 인기스타가 전 백인 배우자와 그 남자친구를 살해하였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나중에는 형사판결과 민사판결이 결론을 달리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대중들은 동일한 사실에 대하여 다른 판단을 내린 판결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 날 가끔 소식을 주고 받던 지인 A가 사무실을 찾아왔다. 요즘 세금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왔다는 것이다. 그 내용은 이랬다.

A는 오래 전부터 수도권 인근에 토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5년 전 쯤 부동산 시행을 하는 B가 찾아와 토지를 매도하라고 하여 몇 번을 거절하다가 양도소득세를 대신 내 주겠다는 제안에 매도를 결심하게 되었다. A와 B는 실제로 매대대금은 25억으로 하였지만 양도소득세를 B가 부담하기로 하면서 B의 제안에 따라 매매대금을 12억으로 하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하였다. 그 후 B는 합의대로 A에게 매매대금 25억원과 다운계약서상 매대대금인 12억에 해당하는 양도소득세 4억 5천만원을 합쳐 총 29억 5천만원을 지급하였고, A는 B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주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자 B는 A에게 자신이 지급한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반환하지 않으면 세무서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였다. A는 B가 먼저 토지 매도를 요구하면서 양도소득세를 내 주겠다고 하여 토지를 매도하였던 것인데 다시 그 반환을 요구하는 것이 못마땅하였지만 세무서에 신고가 되면 귀찮아 질 것 같아 양도소득세 상당액으로 받은 금액 중 4억 4천만원을 B에게 돌려 주고 다시는 양도소득세 반환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았다. 그리고, 그 해 12월 A는 양도대금을 12억으로 하여 세무서에 양도소득세 신고를 하고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5년이 지나갈 무렵 국세청은 A에게 위 부동산에 대한 양도가액을 29억 5천만원으로 하는 양도소득세 경정 처분을 하였다. B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위 부동산에 대한 다운계약서 작성 사실이 확인되었던 것이다. A는 다운계약서 작성 사실은 인정하였지만 B에게 반환한 4억 4천만원은 양도가액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세심판원에 이의신청 등을 하였지만 모두 기각되었고, 설상가상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벌률상의 조세포탈죄로 기소(검사도 양도가액을 산정함에 있어 반환한 금액은 공제하지 않았다)되기에 이르렀다.

A에 대한 양도소득세부과처분취소 행정소송과 특가법위반 형사소송을 함께 의뢰받아 수행하게 되었는데 쟁점은 결국, A가 B에게 반환한 금액을 양도가액에서 공제하여야 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과세관청과 검사는 A가 B로부터 양도대금 25억원과 다운계약서상 양도대금 12억에 해당하는 양도소득세 상당액인 4억 5천만원을 지급받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준 이상 양도가액은 29억 5천만원으로 봐야하고 나중에 B에게 반환한 4억 4천만원은 신고 등이 두려워 지급한 별도의 합의금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필자는 실질과세의 원칙상 양도대금 외 양도소득세 명목으로 받은 금원도 양도가액에 포함시킨다면 반환한 양도소득세 상당액도 양도가액에서 공제하는 것이 타당하고, B가 민,형사상 피해자가 아닌 이상 합의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하였다.

A에 대한 형사소송에서는 필자의 주장이 받아 들여져 양도가액에서 B에게 반환한 금액은 공제하고 양도가액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했지만, 행정소송에서는 이와 반대로 과세관청의 주장에 따라 반환금을 별개의 합의금으로 보고 양도가액에서 공제하여서는 안된다고 판단하였다. 형사소송에서는 A가 양도소득세 신고를 하기 전에 반환하였고, 반환 금액이 양도소득세 상당액에 근접하고 있으며, B로부터 영수증을 받으면서 ‘토지자금 중 반환’이라고 명시한 것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행정소송에서는 양도대금 청산이 이미 이루어졌고, ‘앞으로 법적인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확약서가 작성되었으며, B가 반환받은 금원을 회계처리하지 않은 것 등을 근거로 삼았다.

A는 필자에게 왜 두 소송간 판결에 차이가 있느냐며 물어왔고, 필자는 형사소송에서는 공소사실에 대한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을 요구하고, 민사소송을 준용하는 행정소송에서는 그 보다는 완화된 증명에 의하는데 증거에 대한 가치 판단은 법관의 몫이라고 나름 설명해 주었지만 A를 제대로 설득시킬 수는 없었다. 결국, 위 두 소송은 어느 쪽 당사자도 납득하지 못하고 각기 유리한 판결이 있었음을 근거로 상소함으로써 상소심 판단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소송 형태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이와 같은 엇갈린 판결은 당사자들을 납득시키기 어렵고 사법 불신을 가져오는 한 요인이 된다. 더군다나 결론에 증거를 짜 맞춘 것 같은 판결문을 가끔씩 보게 될 때면 더욱 그렇다. 새해부터 누구든지 판결문에 대한 공개를 요구하고 열람할 수 있다고 하니 사법에 대한 신뢰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희망과 설레임으로 한 해를 힘차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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