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24)-나에게 한 크리스마스 선물로부터 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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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24)-나에게 한 크리스마스 선물로부터 배운 것
  • 차근욱
  • 승인 2014.12.2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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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보통은 TV를 보지 않지만, 어느 날인가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 교육방송에서 진행하는 중학교 국어강좌를 듣게 되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TV 속에서 누군가 설명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귀 기울여 듣게 되는데 이 날도 역시 TV 속 국어 선생님의 설명을 집중해 듣게 되었다. 마침 진도는 ‘수필’편! 오호라... 이건 바로 나를 위한 강의가 아닌가! TV 속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수필이란 개인적 체험을 통해 얻게 된 교훈을 적은 글이다.’라고 하셨다.

순간, 나는 무릎을 쳤다. 그렇다! 내가 쓰고 있는 라디오 비밥은 칼럼도 아니고 기사도 아니므로, 나는 생활 속에서 체험하는 개인적인 경험과 그를 통해 알게 된 교훈을 써야 하는 것 이었다! 순간, 깨달음이 머리를 스쳤다.

 
그래서 2014년 마지막 회인 이번 주 연재에는 무엇을 쓸까 하다가, 2014년을 지내며 지난 1년 동안 내가 깨닫게 된 교훈... 이라기보다는, 최근에 얻게 된 교훈에 대해 한번 써 보기로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원고마감에 쫓기지 않으려고 늘 틈만 나면 원고에 매달리는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마땅한 글이 써지지 않다가 마감을 몇 시간 앞두게 되는 순간, 문득 갑자기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다는 사실이다.

원래는 시간에 쫓기는 것을 너무나 싫어하는 편이라, 좀 넉넉하게 일찍 일찍 원고를 끝내고 싶은데 마음처럼 그게 잘 되질 않는다. 한 주간 내내 계속 글을 쓰면서도 마음에 안 들어 고민하다가, 결국 완성해 메일로 보내는 원고는 마감 몇 시간 전에 시작했던 글이 되고 만다.

신기하지? 나도 몇 몇 경우만의 예외적 상황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대부분이 그렇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아예 연재 고민일랑 접어 두고, 다른 일에 전념하다가 마감 2시간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 라고도 한다.

하지만 양심상, 되도록 원고는 늘 일찍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늘 노력은 하고 있지만 문제는 능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능력이 딸리는걸. 뭐, 어찌되었든 지금 쓰는 이 글도 그런 이유로 결국 바로 어제의 체험담이라 하겠다.

얼마 전에, 랩탑 컴퓨터가 새로 필요해 검색에 들어갔다. 구체적인 회사와 모델은 말할 수 없지만, 펜이 내장되어 있어서 노트기능이 지원되는 윈도우 8.1 기반의 랩탑 컴퓨터를 발견하고는 ‘바로 이거야!’라고 생각했다.

이 모델만 있으면 원고작업을 하는 짬짬이 ‘칼리그래피’도 본격적으로 연마할 수 있겠다, 싶어 욕심이 났다고나 할까. 하지만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며 주문을 미루고 있던 차에 저기 인터넷 마켓에서 ‘12개월 무이자 할부이벤트’라는 행사 팝업을 보고, 그만 뽐뿌가 왔다.

말도 안 되게 비싼 컴퓨터이지만 ‘12개월 무이자 할부’라면 부담이 없으니 바로 지르라는 그 분의 속삭임을 거부할 수가 없어, 나는 봐 두었던 랩탑 컴퓨터를 검색해 주저하지 않고 주문과 결제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이 정도 추진력이라면 무엇을 하든 진작 성공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보급형 랩탑 컴퓨터를 3대는 살 수 있는 가격이었지만 12개월 무이자이기도 하고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니 스스로에게 선물을 해 주자는 뜻과 좋은 컴퓨터로 오래 오래 좋은 원고를 써야지 하는 핑계로, 말 그대로 ‘질렀다’.

많은 ‘지르너’가 그렇듯, 나도 설레는 마음으로 배송을 기다리다 드디어 물건을 받았다. 두근거리는 기대와 함께 박스포장을 뜯는 순간, ‘앗! 무언가 이상했다.’ 랩탑 컴퓨터의 본체에 펜이 수납되어 있어야 할 부분에 있어야 할 펜이 없고 메워져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만히 보니, 같은 랩탑 모델이기는 했지만, 내게 온 모델은 펜이 없는 모델이었다.

주문을 할 때 꼼꼼하게 물건 정보를 보지 않고 그냥 모델넘버만 검색해 잘못 주문한 결과였다. 개인적으로 펜 기능에 욕심이 나서 주문했던 컴퓨터였던지라, 혹시 펜이 있는 모델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판매자에게 전화를 해 문의해 보았지만 아시는 분은 아시듯, 컴퓨터는 박스를 뜯는 즉시 반품이나 교환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렇게 되자, 솔직하게 말해 ‘펜’ 때문에 구매를 결정했던 입장에서는 허탈한 마음이 되었다. ‘펜’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비싼 랩탑 컴퓨터를 주문하지는 않았을 텐데... 시간에 쫓기며 부주의하게 주문한 대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본사에도 전화 해 보고 소비자 보호원에 상담도 받아봤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은 요지부동이었다. 박스를 개봉한 랩탑은 아무리 손대지 않았어도 교환이나 환불이 되지 않는다. 결국 내 책임이니 그냥 써야 한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한동안 상심에 빠져 있다가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글씨야 그냥 노트나 태블릿에 쓰고, 컴퓨터에는 더 이상 많은 것을 바라지 않기로 했다. 그냥 자판을 잘 활용해 원고만 쓰자, 라고. 그러다 카드사 상담원과 우연히 통화를 하다가 확인 차 랩탑 컴퓨터 구입에 12개월 무이자 할부 이벤트가 적용된 것이 맞는지 문의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일반 할부로 구매되었기 때문에 이자로 24만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앗!’ 그야말로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황이었다. 단순히 나는 저기 저쪽 인터넷 마켓의 이벤트 안내를 대책 없이 그냥 막 무턱대고 믿었던 터라,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 차 이번에는 제대로 인터넷 마켓 측에 전화를 했다.

저기 인터넷 마켓에서는 이벤트 팝업에 작은 글씨로 ‘스마일 페이’를 적용해 결제한 경우에 한해 12개월 무이자 할부를 적용한다는 안내가 있었으니 이자를 모두 내가 부담해야 한다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그래서 일시불이나 3개월 정도로 결제기간을 바꾸겠다고 하니, 현재 시스템에서는 결제기간변경 지원이 되지 않으니 죄송하다고 할 뿐이었다. 결국 24만원의 이자를 어쨌든 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다시 소비자보호원에 상담을 하니, ‘결제기간 변경에 대해 협조를 요청할 수는 있어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래도 협조를 요청해 볼까?’ 라고. 당연히 이쪽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니 그렇게 해 주십사 부탁할 수밖엔 없다. 돈이 없어서 할부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벤트를 잘못 본 결과로 쌩돈이 나가게 생겼는데, 이런 답답한 일이 어디 있나?!

시간이 좀 지나자 다시 저편 인터넷 마켓에서 전화가 왔다. 결제 기간을 바꾸려면 종전 주문을 취소하고 새롭게 결제를 해야 하는데, 판매자가 재결제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상품이 품절이기도 하고 정산도 끝났기 때문에 안된다는 이야기. 점점 진이 빠지기 시작했다.

아, 그냥 24만원 주고 말까? 하는 마음도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시 한 번만 협의해 주십사 부탁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좀 지나자 이번에는 판매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잠시 동안만 결제 창을 열어 줄 테니 결제기간을 바꾸어 다시 주문하면 처음의 주문 건을 취소해 주겠다는 안내. 감사하다고 하고 다시 결제를 하려고 하니, 제휴할인이 되지 않아 처음 주문한 가격보다 8만원 가량이 오른 값이 표시되었다.

최저가로 판매되는 같은 물건의 가격보다 13만원 정도 비싼 가격. 하지만 별 수 있나. 24만원을 더 지불할 것인가 8만원을 더 지불할 것인가의 택일 문제이니, 그냥 8만원을 더 부담할 밖에.

결국 오른 가격으로 재주문을 하게 되었고, 처음의 주문은 취소되었다. 경솔했던 내 탓이니 누구도 탓할 순 없다. 그러나 기분은 제법 다운되었다. 새로운 랩탑 컴퓨터에도 정이 뚝! 떨어졌달까. 금전적 부담도 그렇지만, 스스로 바보가 되어 버린 것만 같아 어제 하루 종일 울적한 기분이었다. 괜히 잔머리를 굴리다 원했던 모델도 얻지 못했고 남들보다도 훨씬 비싼 값을 치르기도 했다. 게다가 바보가 되어 온통 주변에 민폐를 끼친 꼴이 되었다. 한심한 느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얻게 된 교훈은 대략 3가지이다. 첫 번째, 랩탑 컴퓨터는 포장박스를 뜯는 순간 교환이나 환불이 되지 않으니 물건을 받았다고 해도 포장을 뜯기 전에 자신에게 필요해서 주문한 물건이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것. 뭐, 꼭 랩탑 컴퓨터만이 아니더라도 늘 물건구매 시에는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달까.

두 번째, 덮어놓고 광고만 믿고 이벤트에 혹하지 말 것. 굳이 잔머리를 굴려 소탐대실하기보다는 자신의 필요에 따른 경제적인 소비가 필요하니, 광고나 이벤트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은 늘 자신들의 이익에 전념하기 마련이니까.

세 번째, 세상만사 늘 확인하고 꼼꼼히 살필 것. 무언가 금전흐름이 있을 때에는 안내로 써 놓은 페이지의 구석 속 구석탱이에 써 놓은 깨알 같은 글씨라도 꼼꼼하게 읽고 확인한 후에 판단하자.

세상에 공짜는 없다. 비록 갖고 싶은 물건을 갖게 된 것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구매한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이 랩탑 컴퓨터보다는 더 큰 인생의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뭐, 그렇게 위안 삼을 수밖에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세상만사 모든 일은 의미가 있는 법이니, 이번 경험이 훗날 무언가 큰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귀중한 예방접종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게 정신건강에 좋잖아.

드디어 크리스마스다. 좀 울적한 경험이긴 했지만, 나름 크리스마스 선물도 나한테 받았으니 즐거워해야 할 터인데, 볼수록 이 랩탑, 왠지 얄밉고 보기 싫다.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진정해야지 하고는 있지만, 볼 때마다 열불이 난다. 아, 이노무 랩탑.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그냥 확 팔아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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