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권력자와 재벌가의 공주, 팥죽 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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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권력자와 재벌가의 공주, 팥죽 먹읍시다
  • 오시영
  • 승인 2014.12.1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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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정윤회씨 관련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인해 문서 유출 혐의를 받고 있던 경찰관 최 모 경위가 마흔다섯 살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죄를 지은 것이 없는데, 누명을 씌워 억울하다면서. 무려 열 네 장의 유서로 진실과 억울함을 토로하며 홀로 차안에 번개탄을 피워 자신의 귀한 생명을 끊었다, 청와대 문건 유출이나 ‘BH(청와대)의 국정농단’은 자신과 무관하다면서. 공무상기밀누설 혐의로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던 한 모 경위에게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내용의 유서도 있었다. 저 말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혐의를 인정하면 불입건 처리를 해 줄 수 있다)가 들어왔을 때 네가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나에게도 그런 제의가 들어 왔다면 나도 너처럼 당연히 흔들렸을 것”이 될 것이다. 청와대가 동료 경찰을 회유했다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는 “민정비서관실에 문의한 결과 아무 제의도 한 적 없다고 했다.”고 부인하였다. 청와대가 바보인가? 그렇다고 대답하게. 하지만 JTBC는 한 모 경위와의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동료경찰로부터 그런 회유가 있었음을 시인하였고, 회유한 경찰과의 녹음 파일, 한 모 경위와의 녹음파일을 증거로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대개 목숨을 걸고 하는 진언은 진실일 개연성이 높다. 저 방송 보도에 의하면 청와대가 바보임이 분명해졌다. 거짓말을 하도 잘해 자기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조차 모르는 바보 말이다.

최 모 경위는 더 나아가 “이제 내가 이런(자살)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 차원의 문제이나 이제라도 우리 회사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고 밝혔다. 양파 껍질이 계속 벗겨지고 있다. 양파 껍질이 벗겨질 때마다 양파 앞에서 울지 않을 자 있는가? 모두 눈물이 글썽해질 수밖에 없다. 한 모 경위는 최 모 경위와 같은 변호사를 선임하였다가 그 다음 날 다른 변호사들로 바꾸었다. 그런데 그 바뀐 변호사들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사건 당시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과 임 모 과장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변호사는 한 모 경위가 모 방송사와 인터뷰한 적이 없으며 심한 정신착란증세를 보여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하였다. 묘한 조작의 냄새를 직감적으로 맡게 된다. 상당히 비쌀 듯한 저 변호사의 선임비용은 누가 내었을까? 한 모 경위가 내었을까? 아니면 다른 이가 내었을까? 그도 아니면 무료변론을 해 주는 것일까? 저 변호인의 변호를 통해 조오영 행정관이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듯 한 모 경위는 기소되지 않거나 무죄판결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청와대 회유가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형량에 대한 약속이 사전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별의 별 잡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아니나 다를까, 사건은 죽은 최 모 경위와 민정수석실에 파견 나갔다가 복귀한 박관천 경위를 가장 유력한 피의자로 결론되어지고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정의는 죽은 자의 침묵을 통해 모두에게 진실을 각인시킨다.

필자의 졸시 “위대한 발견”을 본다. “딱 하루만 사는/ 하루살이는/ 아침이슬과 햇살을 보고/ 저녁서리와 달빛을 보고// 그리고 죽는다// 내일이 없으면/ 오늘 하루가 전부// 딱 하루만 사는 하루살이는/ 세상을 보고 웃는다// 그리고 묻는다/ 내일 살아 뭐 할 거냐고// 많은 말 속에 침묵이다// 내일, 별로 할 일도 없으면서/ 내일을 꿈꾸는 이틀살이들은/ 내일 죽는다” (전문, 시와 소금, 2014년 겨울호 수록). 너무 당연한 것에 “위대한 발견”이라는 제목을 붙인 필자는 엉터리 시인임이 분명하다. 딱 하루만 사는 하루살이는 아침이슬과 햇살, 저녁서리와 달빛을 보고 죽는다. 그리고 묻는다, 내일 살아 뭐 할 거냐고? 내일, 별로 할 일도 없으면서 내일을 꿈꾸는 이틀살이들이 넘쳐나는 세상, 그 이틀살이는 천년만년 살 것처럼 행세하지만, 내일이면 결국 그냥 모두 죽는다. 시시하다. 영겁의 시간 속에서 하루가 길면 얼마나 길고, 이틀이 길면 얼마나 길겠는가? 모두 도진개진일 수밖에. 우리 모두는 이틀살이를 꿈꾼다. 하루 사는 하루살이 인생으로 인생을 종치기에는 너무 억울하다고, 살아보지 못한 내일이 되면 너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지만 이틀을 살면, 하루 사는 동안 보았던 아침이슬과 햇살, 저녁서리와 달빛 이외에 무엇을 더 보겠는가? 오히려 더 많은 죄를 짓는 잘못만 행하다 가는 것은 아닐까?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2014년, 참으로 답답하고 지루한 한 해였다. 수많은 기쁨도 있었지만, 더 많은 한숨과 고통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로 비롯된 2014년은 청와대 정윤회 씨 관련 문건 유출로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오늘의 청와대는 대한민국 분쟁의 생산기지이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가 군주주의와 다른 점은 “사람이 아닌 제도에 의한 통치”에 있다. 민주주의는 하늘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은 군왕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정치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로 공평무사하게, 법과 정의에 맞게 정치를 하여야 하는데, 지금 청와대는 “민주적 시스템에 의한 정치”가 아니라, 사익에 민감한 “능력 부족한 인치”가 판을 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는 것이다. 시중에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세 비서관을 두고 청와대 실세 3인방이라는 말이 회자되자 박근혜 대통령은 이들을 “일개 비서관”이라고 하칭하면서, “실세는 청와대 진돗개”라고 우스갯말을 해버렸다. 졸지에 청와대 세 비서관이 청와대 진돗개만 못하게 되어 버렸다. 말 그대로 충견만 못하다는 것이다. 모든 공무원은 실세가 되어야 한다. 단, 자기가 처리해야 할 업무 영역 내에서 말이다. 모든 공무원이 자기 직무에 대하여 실세가 되어, 공명정대하게 결정하고 직무를 수행한다면, 그야말로 좋은 나라가 되지 않겠는가? 자기의 충직한 부하들을 모두 허세로 만들어서는 결코 올바른 지도자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세 비서관은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일개 비서관이 되어 버렸고, 진돗개만도 못한 허세들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왜 자신이 국회의원일 때 자신의 비서관에 불과하였던, 진돗개만도 못한 허세들을 청와대 비서관으로 임명하였을까? 그것이 오늘의 문제를 야기한 출발점이 된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한 명의 국회의원은 보좌관으로 4급 상당의 별정직 국가공무원 두 명, 비서관으로 5급 상당의 별정직국가공무원 두 명을 둘 수 있고, 비서로 6급, 7급, 9급 상당의 별정직국가공무원 각 한 명씩을 둘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다시 말해 국회의원 박근혜의 보좌관 또는 비서관을 지낸 저 청와대 3인방은 기껏 해야 4급 내지 5급 정도 직급의 별정직 공무원에 불과한 공적 신분을 지닌 채 십여 년 국회의원 박근혜를 보좌해 왔다는 것이다. 그 정도의 업무능력 소유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이 정도 능력 소유자들을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대통령 박근혜의 청와대 비서관”으로 임명하였다. 그런데 그 청와대 비서관 자리는 1급 상당의 정무직 공무원 보직자리이다. 4급 상당의 별정직 공무원 업무를 보던 자가 하루아침에 1급 상당의 정무직 공무원으로, 공무원 직급이 3등급이나 수직상승하였는데, 신분상의 상승에 걸맞게 그들의 능력까지 하루아침에 3등급이나 수직상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칙이다. 그래서 여당 의원 입에서조차 “청와대 얼라들”이라는 비하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국회의원 비서관 시절에 능력이 출중했음에도 불구하고, 때를 기다리며 4급 별정직 공무원의 직급으로도 만족하며 박근혜 국회의원을 보좌해 왔을 수도 있었겠지만, 십수 년 동안 일개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좁은 범위 내의 업무(5선의 박근혜 의원이 14년간 대표발의한 법안은 고작 15건에 불과하다)만을 처리해온 자들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졸지에 3등급 수직 승급하여 1급 상당의 정무직 공무원의 엄청난 질과 양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역부족일 것인지를 알지 못했던 인사의 적폐가 오늘,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고 하겠다. 다시 말해 1급 상당의 정무직 공무원인 청와대 비서관의 엄청난 분량의 임무를 수행할 능력과 마인드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의 청와대 직무실 문고리라고 불리는 총무비서관(청와대 살림꾼으로 회계, 시설, 비서실 관리), 제1부속비서관(대통령의 일정, 독대, 접견 총괄), 제2부속비서관(대통령의 집사라 불리며 일정 수행 담당, 현재는 조금 달라졌지만)직을 각각 수행하다 보니, 사람보다 옷이 커버린 상태에서 청와대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버거울 수밖에 없고, 예전 국회의원 비서관 시절의 가신 마인드로 청와대 국정을 수행하게 되니 오늘의 정윤회 씨 문제로 비화된 것이 아닌가 싶다는 것이다.

모두들 하루살이 같은 인생이다. 그런데 자신만 이틀살이를 하겠다고 야단법석인 사람들이 권력자 주변에서 넘쳐난다. 이틀살이들은 이틀째 되는 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별로 없고, 어제처럼 아침이슬과 햇살, 그리고 저녁서리와 달빛을 보는 것 이외에 더 아름다운 그 무엇인가를 하고 살아야겠다는 내일에 대한 계획도 별로 없다. 그냥 욕심으로 하루 더 살겠다는 것이고, 그렇게 내일이 오면 별로 할 일도 없는 상태에서 시간을 죽이다가 그냥 내일 죽을 뿐인 것이 아닌지 싶다. 내일 뭐 할 거냐고 물어도 생각이 없으니 침묵만을 지킬 뿐, 뾰족한 수를 내세우지 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대통령은 큰 정치를 해야 한다. 가신들로 인해 이렇게 국가적 분란이 야기되고 세상이 들끓어도, 자신의 국회의원 시절의 보좌관 세 명을 감싼 채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만 강변할 것이 아니라, 이런 잡음을 불러일으킨 그 자체가 부덕의 소치이고, 수신제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잘못이 있음을 인정하여 그들을 청와대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그들을 쉽게 내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5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들 세 명이 지근거리에서 모든 것을 챙겨 주었으니, 대통령까지 네 사람이 모두 일심동체의 일체화상태가 되어 있다고 보인다. 어찌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그들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짜 맞춰진 퍼즐대로 대통령이 움직여 온 것이 그 네 사람의 일상이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새우 싸움에 고래 등이 터지는지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지 모르겠지만, 청와대가 지나치게 시스템이 아닌 사람에 의한 인치만을 하다 보니, 청와대가 죽도 밥도 아닌 이상한 곳으로 변질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거기에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미국 JFK 공항에서 승무원에게 행패를 부린 것으로 인해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다. 권력자의 공주와 재벌가의 공주가 각각 일국과 일기업을 책임지게 되었으면, 스스로 권력자와 기업책임자로서의 인식과 자각이 있어야 할 것인데, 여전히 공주 노릇만 하려고 하는 데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아야 할 일이다. 한때 출연자들이 모든 것을 사실대로 폭로(?)하는 방송프로가 인기를 끌었었다. 연예인들이 나와서 자신들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모두 까발리는 방법으로 팬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면서 인기몰이를 했던 프로이다. 지금은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들도 그러한 프로에 출연하여 비밀스런 고민을 풀어놓고 해결책을 얻어내기도 하는 프로그램이 인기 중에 방송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것은 솔직하게 말해 버리는 것이다. 그 사실을 남이 알게 되면 창피하고 부끄러울 것 같지만, 사실 사람들은 남의 일에 그리 오래 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는 아주 좋은(?) 습성을 가지고 있기에, 다시 말해 적당한 망각이라는 편리한 지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솔직해 버린 것이 차라리 하나의 작전일 수도 있다.

그런데 지나친 청와대의 밀행성이, 비서실장조차 대통령의 동선을 알지 못할 경우조차 많다니, 국민들은 잃어버린 7시간이라는 묘한 상상을 하며 이상한 소리들까지 해대고 있는 것이다. 오이밭에서 신발끈을 매지 말고 배밭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정말 청와대가 떳떳하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을 자진 제출하든지, 아니면 검찰이 강제 압수하든지 하여 그 수첩을 검찰이 확인해 보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첩을 보면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모 국장과 모 과장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는 말을 하였다니, 그 말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밝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에 그 공무원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지, 안 적혀 있는지를 확인하면 될 것이다. 확인 결과 적혀 있다면, 누가 그런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전했는지를 밝히면 될 것이고, 없다면 유진룡 전 장관을 처벌하면 될 것이다. 그 결과 그 말을 정윤회 씨 측에서 했다면 국정농단이 있었던 것이요, 안 했다면 없었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니 말이다.

존경스러운 대통령님께 무슨 불경스러운 말을 하느냐고? 아니,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윤회 씨 문건 사건에 대한 가장 정확한 증거가 그것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싶어, 답답해서 해 보는 소리이다. 권력의 공주와 재벌가의 공주가 자체분란을 야기하고, 그것을 덮겠다고 또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한 것이 사실로 밝혀져 불신을 키우는 악순환을 통해 온 나라를 팥죽 끓게 하고 있으니, 며칠 후 다가오는 동짓날 국민들이 먹을 팥죽을 마련해 주는 착한 마음씨를 모르는 바는 아니겠으나, 너무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윤회 관련 문건의 본질은 국정농단이 있었는가 여부이다. 그게 국민의 팥죽인 것이다. 박경정 같은 곁가지를 친들 여전히 팥죽은 끓을 것이다. 에잇, 국민여러분! 긴, 긴 겨울밤, 우리 모두 맛있는 팥죽이나 먹읍시다. 새해가 멀잖았습니다. 팥죽 먹으며 복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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