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지정학으로 풀어보는 중국확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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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지정학으로 풀어보는 중국확장 (1)
  • 신희섭
  • 승인 2014.12.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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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주유소에 가서 보면 기름가격이 많이 내려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하는데 앞으로 더욱 떨어질 추세이다. 이것은 미국의 셰일가스로 인한 현상이다. 미국이 셰일가스를 뽑아내면서 전세계 오일시장에 막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중 우선 반가운 것은 기름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동의 기름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이들 국가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 중 몇 나라가 석유를 증산하여 미국셰일가스에 타격을 주겠다는 취지로 유가하락을 가져오고 있는데 이것은 세계 오일시장의 변화뿐 아니라 국제정치에서 국가들 간의 역학관계에도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을 끌어올려 사용함으로서 미국으로 들어오던 중동의 오일과 가스가 판로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중동국가들은 유럽 국가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오일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고 이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가스대신에 중동가스를 구입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공급하던 가스의 수요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게다가 투르크메니스탄에서도 천연가스를 추출하여 유럽 국가들에게 공급을 하면서 러시아는 더욱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은 이때를 이용하여 러시아로부터 자주적이 되고자 하는 투르크메니스탄에 접근하여 가스공급 계약을 맺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요처를 찾은 것이다.

이러 상황전개는 가스공급국가들보다 가스 수요국가들의 입지를 상승시킨다. 특히 러시아와 같이 국가전체성장이 가스공급에 달린 국가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이 된다. 이런 과정에 에너지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끼어들게 되면서 국제정치의 판은 더욱 복잡해진다. 지정학(geopolitics)과 지경학(Geoeconomics)이 새롭게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최근 중국의 행보를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경제적인 면에서 중국은 4조 달러의 외환보유고에 기반을 두고 거침없는 달러외교를 수행하고 있다. 일례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10월 24일 아시아 20개국이 참가하는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AIIB) 설립을 주창하면서 총 1,000억 달러(한화 약 110조 8,500억 원)에 달하는 자본금의 절반을 통 크게 내놓겠다고 했다. 이에 더해 2014년 11월 5일에서 11일 간에 열린 APEC 총회 및 정상회의에서는 ‘실크로드 경제권’과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건설에 대해 국가들의 동참을 호소하면서 실크로드 연변 국가 지원을 위해 400억 달러에 이르는 실크로드 기금을 단독 출자하겠다고 밝혔다. 실크로드 경제권은 중국을 기점으로 중앙아를 거쳐 유럽에 이르는 육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고 해상 실크로드는 중국 연해지방에서 아라비아 반도에 이르는 해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육상과 해상으로 출로를 모색하는 것에서 특히 해상진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다.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에너지와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사활적이 되었을 뿐 아니라 확보된 자원의 수송로의 안전 역시 중요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몰디브, 파키스탄으로 이어지는 국가들의 항구를 구축해주고 운영권을 얻어가고 있다. 이들 국가들과 중국을 연결하면 마치 목걸이와 같다고 하여 이를 ‘진주목걸이 전략’이라고 한다.

진주목걸이 전략은 방어적 측면으로 해석하면 중국의 에너지와 자원안보를 확보하기 위한다는 면에서 수송로 확보를 위한 방어적인 안보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세와 중국의 해군력증강을 비롯하여 중국외교정책의 공세적인 면과 같이 고려한다면 해석은 달라진다. 공세적 입장에서는 중국의 세계전략으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며 다른 이름으로 중국의 패권화를 위한 교두보로 작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4년 11월에 중국이 발표한 러시아와의 합동해군 훈련계획은 중국의 공세적 의도를 더욱 구체화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2015년 봄 해군훈련을 지중해와 태평양에서 합동으로 하기로 발표했다. 주목할 부분은 지중해에서의 군사훈련이다. 지중해는 중국의 지정학적인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력권(sphere of influence)’이라는 용어를 빌려서 설명하면 미국이 나토를 통해서 지키고 있는 세력권에 중국이 침투해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동물의 왕국에서 맹수들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고 이것을 빼앗고 지키기 위해서 처절하게 투쟁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중국이 바라크라는 항공모함을 실전에 배치하였고 스텔스비행기를 두 종류나 만들어서 운용하고 있다는 점은 중국의 군사력이 방어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한다. 특정 국가가 기동성이 높고 침투능력이 높은 무기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군사안보에 있어서 방어적인 입장에만 있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해석되는 중국의 공세적 성향과 앞서 본 중국의 지중해로의 진출과 이와 연결된 진주목걸이 전략과 막대한 자금력에 기반한 해상과 대륙으로의 팽창은 중국의 성장이 아시아의 강대국에만 국한될 것은 아니라는 점을 예상하게 한다.

이처럼 가스와 석유라는 전략적인 자원에서 출발하여 중국이 개입되며 확장된 지정학적 공간과 지정학적인 안보전략은 에너지와 자원이라는 지경학적 요소와 연결되며 자원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계산과 재배열을 이루어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동북아시아나 동아시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역학관계의 동태적인 변동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 비추어 새로운 역학관계의 중심에 서있는 중국을 지정학적 관점에서 다루어본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중국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지정학이라는 분석도구이자 이론에 대해 간단한 정보가 필요하다. 지정학은 지리적 요인을 가지고 정치적 과정과 결과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국제정치학이 현대적인 의미에서 주목을 받기 전부터 있었던 이론으로 19세기말의 과학적 발전에 힘입어 발전하였다. 루돌프 쉘렌(Rudolph Kjellen:1864-1922)에 의해서 지정학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지면서 지정학은 출발하였다. 이후 프리드리히 라첼(Friedrich Ratzel, 1844년 –1904년)은 유기체이론을 통해서 지정학적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아이디어의 핵심은 국가를 생명체와 같이 다루었다는 점이다. 즉 국가의 성장은 생명체의 성장과 같아서 성장을 위해서는 자양분이 필요하고 이러한 자양분은 좀 더 넓은 영역과 더 많은 자원에서 나온다고 본 것이다.

지정학의 발전은 이후 미국의 마한에 의해서 이룩된다. 미국의 제독이었던 마한은 해양력(sea power)을 이론의 중심축에 삼았다. 1800년대 말이 되어 발전한 증기기관은 함선을 철갑선으로 만들어도 이동시킬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게 되었고 전함은 더 큰 사이즈가 될 수 있었다. 이것은 전함이 대양으로 나가 작전을 할 수 있게 하며 큰 함체와 함께 구경이 넓은 포대를 이용하여 상대국가에 포격을 가할 수 있는 이점을 주었다. 또한 항해를 통한 무역의 증대 역시 국가들의 부를 증대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수단이 되었다.

마한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해양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해양지배는 해양력으로 표시된다. 해양력이란 해군력과 물류와 해운을 합친 개념이다. 사례를 들자면 19세기의 영국을 들 수 있겠다. 영국이 세계패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영국이 해군력을 쥐고 있었기 때문인데 영국과 대비해서 프랑스가 19세기 식민지를 상실하게 된 것은 프랑스가 육군력에만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마한은 보았다. 그는 1889년 해군대학의 교장으로 있으면서 미국의 해양력 강화를 강조했다. 해양력강화를 통해서 자국의 항구를 보호하고 운송에 중요한 해양수로를 장악하게 하는 것이 지정학전략의 뼈대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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