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이성복 시인의 “시에 대한 각서 20”과 청와대 암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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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이성복 시인의 “시에 대한 각서 20”과 청와대 암투
  • 오시영
  • 승인 2014.12.0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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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성경 창세기 1장 1절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라고 기록하고 있다. 신약 중 요한복음 1장 1절 이하는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께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말씀이 인간의 뿌리, 즉 인간은 말씀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언어를 통해 인간이 완성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라 하겠다. 인간은 말을 통해 인간이 되고, 올바른 인간이 될 때 하나님, 즉 구원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까닭에 사람이 말을 통해 서로 소통되지 못하면, 그것 같이 답답한 일은 없을 것이다.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뜻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동상이몽에 사로잡혀 있다면 대화는 오히려 분쟁의 새로운 도화선이 될 뿐이다. 한편 성경 창세기 11장에서는 인간이 한 언어를 쓴 결과 교만하게 되어 하나님에게 대적하니 하나님이 진노하여 이들을 흩으시고 언어를 서로 다르게 하여 소통이 되지 않게 벌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기록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 것일까?

이성복 시인의 “시에 대한 각서 20”을 본다. “시 쓰는 이 자신의 삶이 담보되지 않은 시는 잔고가 없이 발행되는 수표와 같다. 그에 반해 가장 아름다운 시는 전 재산을 걸고 떼어주는 백지수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누가 감히 그렇게 무모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아무도 발 디디려 하지 않은 조악하고 추잡한 현실의 늪이야말로 시가 자라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는 점이다.”(이성복, 고백의 형식들에 수록, 열화당 간, 2014)

60을 넘은 이성복 시인이 젊었을 때 시를 대하는 자신의 생각을 기록해 놓은 것 중의 하나이다. 시는 이 세상 최고의 아름다운 거짓말이다. 시 속에서 시인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진실과 거짓을 넘나들며 언어의 유희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휘젓고 다닌다. 거짓 같으면서도 진실하고, 진실한 것 같으면서도 거짓스러운 것이 시이다. 시인은 시 속에서 전지전능한 신이 되기도 하고 꿈틀거리며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지렁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시인은 언제나 자신의 전부를 걸고 한 편의 시를 쓰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 편의 시를 탈고하고서는 탈진하기도 하고, 혼자 기진맥진해 몇 날 며칠을 깊은 잠에 빠지기도 한다.

이성복 시인은 “시 쓰는 자신의 삶이 담보되지 않는 시”를 “잔고 없이 발행되는 부도수표”라고 정의하고 있다. 시가 곧 시인이어야 하고, 시인의 삶이 곧 시로 상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필자를 포함하여 수많은 가짜 시인들이 언어적 유희에 사로잡혀 자신을 거짓 포장하고, 거짓 폼을 잡을 때 이성복 시인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나님일 수밖에 없는 말씀을 생명처럼 여기고 살아야 하는 시인이라면 자신의 전 생애를 담보로 하여 한 편의 진실된 시를 써야 된다고 추상같이 말한다. 그 언어는 곧 그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거짓이 난무하는 이 세상에 말과 인간의 혼연일체의 중요성을 일갈하고 있다고 하겠다.

정윤회씨를 둘러싼 청와대 권력 암투설이 점입가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씨가 청와대 비서관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등 3인방과 함께 비선을 통한 국가권력을 농단하고 있다고 세계일보가 보도하였다. 그들이 중심이 되어 각종 인사에 개입하고 이로 인해 국가 공무원 체계, 즉 공적 라인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휘둘리며, 정윤회씨 딸이 국가대표승마선수로 선발되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고, 이에 반발한 승마협회에 대한 문화체육부의 감사가 있었고, 문화체육부의 해당 국장과 과장이 올린 보고서에 정윤회씨와 승마협회의 공동책임이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박근혜 대통령이 유진룡 당시 문화체육부장관을 직접 불러 수첩을 꺼내 문체부 노 모 국장과 진 모 국장의 이름을 거명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한 후, 이틀 후 다시 그들에 대한 인사가 어떻게 되었냐고 확인하여 할 수 없이 유진룡 전 장관이 그들을 정기인사도 아닌데 좌천성 인사를 단행하였다고 한겨례 신문이 보도하였다.

정윤회씨는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부터 야인으로 아주 조용히 지냈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은인자중하였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듣다 보면, 그의 심리적 흐름 속에는 자신의 행동이 여론의 주시를 받게 되면 그의 장인이었던 최태민 목사가 떠오르고, 자연스럽게 최태민 목사와 연관된 박근혜 대통령이 연상되고 있는 현실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행동을 조심히 해야 하고, 밖으로 드러나게 설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단적인 예가 지난 8월 13일 독도에서 CJ그룹이 거액을 후원하여 열린 콘서트에 박근혜 대통령 공식 팬클럽인 '호박가족' 회원들 및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의 선대위에서 활동했던 출신 대학교수나 박 대통령의 의상 담당 디자이너 등이 대거 참석할 때에, 정윤회 씨가 정윤기라는 가명으로 참석한 것에서 볼 때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만 그는 지난 4월 정윤회 씨측에서 자신을 미행하였다며 박지만 EG그룹 회장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청와대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이 이에 대한 감찰에 들어가자, 정윤회씨는 이재만 비서관을 통해 조응천 비서관이 자신의 전화를 받도록 연락토록 지시한 사실이 밝혀진 것처럼, 필요시마다 행동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즉 자신이 드러나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필요성이 있으면 자신을 자신의 강박관념에 의해 만들어진 “자아투명인간”인 것으로 착각한 채 거침없이 행동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한 가지 생각에 골몰하게 되면 생각이 행동을 지배하여 그렇게 “자기착각”에 사로잡히는 경향이 있다. 아마 정윤회씨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지도 모른다는 기피증이 깊어져 자신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그림자화현상”에 골몰한 나머지, 자신은 투명인간이 아니어서 어디든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동은 그림자처럼 은밀하고 다른 사람이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행동은 반대로 거침없이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는 것이다.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베일이 점차 벗겨지고 있다. 존재하는 사실을 아무리 말로 아니라고 해도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니다. 검찰이 청와대 정윤회씨 관련 문건 유출에 따른 고소사건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함에 따라 한쪽 당사자이기도 한 정윤회씨가 점차 투명인간상태에서 옷을 입고 있는 불투명인간화과정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검찰이 진정한 검찰로서 거듭날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고 있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그를 둘러싼 수사결과가 이를 말해 줄 것이다.

이성복 시인은 말한다. 시 쓰는 이 자신의 삶이 담보되지 않은 시는 부도수표라고, 가장 아름다운 시는 전 재산을 걸고 발행하는 백지수표라고. 아무도 전 재산을 걸고 백지수표를 발행할 것 같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아무도 발 디디려 하지 않는 조악하고 추잡한 현실의 늪”이야말로 “시” 즉 진실한 말씀이 자라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고 역설적으로 갈파한다. 감추고 은폐하고, 지금 박근혜 정부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우리 말을 “바벨탑의 혼돈한 언어”로 변질시키고 있다. 이성복 시인이 말한 “자신의 삶이 담보되지 않는 거짓 약속”과 “언행불일치”를 반복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을 원칙주의자,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수없이 말을 하는데, 결과를 놓고 보면 참으로 비원칙주의자이고 약속깨기를 숨쉬듯 하고 있다.

가짜 시인이 자기의 언어의 감옥에 갇혀 부도수표를 남발하듯 청와대가 앞장서서 거짓말을 남발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부도수표천국인가? 독자는 시인이 거짓말을 하는지, 참말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 발가벗은 임금님이 옷을 입고 있는지 아니면 벗고 있는지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다 안다. 이제 고소당한 이들은, 자신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고소한 자들을 향해 그들이 한 일들을 까발릴 것이다. 정윤회 씨와 3인방의 회동사실을 감찰하다가 좌천당한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를 나올 때 100여건의 문건을 복사해서 가지고 나온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 문건 중에는 밝혀지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가져올 중요인사들에 대한 개인비리사실에 대한 조사문건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청와대 문서의 외부외출에 국한되어 수사가 이루어질 것인지, 아니면 그들 문건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까지 밝혀질지 지켜볼 일이다. 청와대에서는 문서의 청와대외부유출까지만 죄를 묻고 싶겠지만, 세상일이 어디 그리 간단한가? 모든 사건은 까발려지면 스스로 관성을 갖게 되어 저절로 굴러가게 되고, 그리 되면 인력이나 권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전개되기 마련이다.

다시 이성복 시인은 말한다. 분명한 것은 아무도 발 디디려 하지 않은 조악하고 추잡한 현실의 늪이야말로 시가 자라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고. 조악하고 추잡한 현실의 늪을 만든 이들이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투명인간이라고 착각한다. 권력의 힘으로 통제될 때는 그러한 그들의 착각이 진실인 양 통용된다. 하지만, 그 착각이 권력의 보호가 해제되는 순간, 세상사람들에게 뚜껑이 열리는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은 투명인간인 줄 알았던 사람은 진짜 모든 것이 다 들여다보이는 투명인간이 된다.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 아니라, 그 속 더러운 모든 것들이 다 들여다보이는 투명상태의 인간 말이다. 세상의 눈에서 감추어질 수가 없다. 다 보인다. 자신의 거짓된 삶을 담보로 발행된 부도수표가 철저하게 징벌받는 세상, 그곳에 이성복 시인이 말한 바대로 “시인의 전 생애가 담보된 한 편의 진정한 시”가 태어나게 될 것이다.

요한복음의 기록처럼 “태초부터 존재하는 말씀, 즉 로고스가 진리의 하나님”처럼 인간 속에서 하나의 언어로 통용될 것인지, 아니면 교만과 거짓 속에서 바벨탑의 부도수표가 될 것인지 사태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매사에 사적 이익을 앞세우는 사익추구자들이 공직을 맡게 되면 안 되는 까닭이다. 지금 대한민국 청와대는 “조선시대 구중궁궐 속 권력암투의 장”이 되어 모함과 모함, 모함과 모함이 난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마마, 통촉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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