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보다 높은 꿈을 꿔도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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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보다 높은 꿈을 꿔도 될 때
  • 공혜승 기자
  • 승인 2014.12.0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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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혜승 기자

서울 aT센터에서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열린 ‘2014 공직박람회’엔 4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이날 행사장에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 많이 몰려 눈에 띄었는데 전해와 인사혁신처 관계자에 따르면 “참석자 중 절반가량이 고등학교 재학생”이라는 후문이다.

박람회에서의 교복 물결은 지난해부터 볼 수 있었던 진풍경이다. 지난해부터 9급 시험에 고교이수과목을 포함하고 특성화고 추천채용 등 문호를 대폭 개방했기 때문. 2013년도의 경우 9급 공무원 공채시험 응시원서 접수결과 총 2,738명 선발에 20만4,698명이 지원해 전년대비 30%가량 지원자 수가 대폭적으로 증가했다. 이 중 고교 수험생으로 추정되는 18~19세의 9급 공채 응시자는 전해(1,083명)보다 3배 이상 늘어난 3,261명이었다. 올해의 경우 2,631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지원율을 보이고 있다.

고교생 공시족의 유입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내년도 지원율은 올해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는 쪽은 특성화고교다. 일선 고교에선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1학년 때부터 ‘공무원 취업 준비반’을 구성하는 학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노량진 대형학원에서도 이들을 반기는 문구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를 방증하듯 박람회에는 취업을 앞둔 고3 학생은 물론 1, 2학년생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고교생 참석자는 “수능도 볼 생각이지만 내년부터 공무원 시험공부에 매진할 생각이다”며 “대학은 공무원이 된 후 야간 대학을 졸업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교복을 입은 또다른 참석자도 “공무원이 되면 해고 걱정 없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고 들었다”며 “같은 반에 민간 기업보다 공무원에 지원하려는 친구들이 훨씬 많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공무원 시험을 권유하는 교사들 또한 많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처럼 고교생들이 공무원 채용시험에 몰리는 배경은 역시 경기침체와 취업난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데다 민간 기업에 가도 구조조정이라는 늪이 도사리고 있어 안정적인 공무원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

물론 ‘어느 학교 다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로 성패가 결정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학력이나 스펙 차별 없이 고졸자에게도 공직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것. 그러나 꿈을 키우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고교생이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무원에 지원하는 현상이 바람직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한 현직공무원도 “안정적이라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다른 꿈을 꿀 기회조차 모두 접고 공무원 준비에 모두 쏟는 것은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주역이 될 청년층이 도전을 외면하고 공무원시험에만 매달리는 사회일수록 역동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같은 역동성이 떨어진 사회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부측에서는 단순히 공무원의 좋은 점만 강조하고 홍보할 게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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