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21)-윤승현 박사님은 레미제라블을 좋아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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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21)-윤승현 박사님은 레미제라블을 좋아하셔.
  • 차근욱
  • 승인 2014.12.0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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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어?! 첫 눈이네요!” 내가 말했다. 교수님께선 씨익 웃으셨다. “나랑 첫눈을 맞아서 어떻해?!”라고 교수님. “저야 영광이지요.” 나도 웃었다. 윤승현 교수님 연구실 현관문을 나서는 참이었다.

지난밤을 새우며 원고작업을 하던 차에, 잠시 피로를 풀고 다시 작업에 매진하기 위해 사우나로 향해 나선 길에 첫 눈을 만났다.

요즘 나는 윤승현 교수님의 교육학시리즈의 개정작업을 돕고 있다. 교육학 쪽으로 말하자면, 윤승현 교수님은 내 지도교수님이시다. 하여, 단순작업인 타자라던가, 자료의 요약정리라던가, 원고 교정 등의 일을 하며 교수님을 모시며 지내고 있다.

 
2014년의 빡빡했던 수업 일정도 정신없이 지나가고, 한 해를 마감하며 이렇게 교수님과 원고작업을 하며 밤과 낮을 보내는 일은 즐겁다. 일이야 늘 그렇듯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고 마감에 쫓기기도 하지만, 아직 스승님으로 우러르고 존경할 수 있는 은사님이 계시다는 것은 행운이니까.

교수님을 모시는 순간 순간이 배움의 기회인지라 새롭게 나를 채울 수 있어 감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수님께서는 매우 유쾌하신 분이시거든.

우리 윤승현 박사님이 얼마나 위대하신 교수님이신지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굳이 딱 한마디로 자랑을 하자면, 음... 학부시절에는 군부독재에 맞서 학생회장이 되어 치열하게 투쟁하셨고, 강단에 서신 이후로는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

지난 학기 청주교대에서 강의하실 때에는, 2014년 교직논술시험에서는 세월호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안전사고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상해 강의중 강조하셨고, 말씀대로 2014년 교직논술은 안전이슈가 출제되었다.

이처럼 윤승현 교수님께서는 매년 교육학과 교직논술분야에서 최고의 강의와 적중률을 보이시는 명실상부·자타공인 대한민국 넘버 원이신 나의 스승님이시다.

물론 이렇게 실력, 집필력, 강의력에서 완벽함을 보이시는 분이시기도 하지만 사실, 윤승현 교수님께서는 굉장한 로맨티스트이시다. 영화 ‘레미제라블’을 몇 번이나 보시곤 OST를 구매하셔서 다시 듣곤 하신다.

관심이 있으신 영화라면 개봉 일을 기다려 심야상영관에서라도 감상하시고 이야기 해 주시는 열정도 갖고 계시고. 아직도 시집을 사시고 매번 서점에 가시면 한가득 책을 고르시며, 좋아하시는 작가의 전시회에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어 찾아가신다.

요컨대, 우리 윤승현 교수님께서는 시퍼런 청년이신게다. 전에 교수님께서 참돔을 안주삼아 저녁 식사 겸 맥주를 한 잔 사주셨다. “바다낚시 가봤어?” 참돔을 보시며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니요, 제가 책만 파느라 아직 바다낚시를 가보지 못했습니다.”라고 답변 드리자, “나도 책만 파면서 살았거든!”이라고 가슴을 쭉 펴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우리 교수님께서 갖고 계신 배움에 대한 열정과 독서에 대한 애정은 나 같은 인간이 감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깊이이신게다. 교수님 연구실에서 작업을 하면서 누리는 행복 중 하나는, 새로운 분야의 책이 잔뜩 있다는 점이다.

작업 틈틈이 다음 지시를 주실 때까지 짬이 나면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읽으라고 허락해 주셨을 때, 무척 기뻤다. 읽고 싶은 책이 정말 많았거든. 국내의 스승으로 삼으신다는 박노해 시인님의 책들과 국외의 스승으로 삼으신다는 켄 윌버님의 책들도 내겐 엄청난 만남이었다.

이렇게 교수님께서는 아직도 학구열 뜨거운 청년이신지라, 인문학과 철학, 교육학 전반에 대해 여전히 늘 새로운 것을 찾으시고 공부하신다.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이 되고, 지위가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것이 사람의 시야인데, 교수님께서는 언제나 늘 열린 마음이시다.

그러니 교수님 연구실에 있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각과 지식을 배울 뿐만 아니라, 강의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세와 한 명의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태도를 돌아보게 되는 기회가 주어진다.

내가 교수님을 존경하는 이유는 교육학 최고의 교수님이시라는 사실 외에도 사실 많다. 우선, 삶과 사회에 대한 진지함이 남다르시다. 현재 탈북자 새터민 NGO의 수장을 맡고 계신데, 이 바쁘신 분께서 탈북자 문제와 조직운영에 대해 쏟으시는 열정을 뵙고는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해 이렇게 실천적인 참여의식으로 행동하신다는 것도 경이로웠고, 단순히 탈북자를 동포라는 감상에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 생활인으로서의 모든 것을 고민하시는 그 남다른 배려의 지평에 새삼 큰 교훈을 얻었다.

언젠가 한 번은 ‘군대를 다녀와야 남자답다’, 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혼난 적이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고도 세상을 바꾼 리더가 되었고, 어머니들은 군대를 다녀오지 않고서도 인내와 헌신을 알고 계시지 않느냐, 군대는 가야 하지만 사정이 있어서 군대를 다녀오지 못한 사람들도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주셨다.

아울러, 성적 소수자들에 대해서도 편견을 가져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하시면서. 그러고 보니, 그런 부분에서는 조금 제한된 문화의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반성을 하게 되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가치가 폐쇄적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수 있는 가르침을 주시는 스승이 계시다는 것은 이토록 감사한 일이다.

원고교정을 보면서, 교정사항으로 표시해서 말씀드릴 때, 국문법이나 표현상의 문제로 꾸중을 들을 때도 간혹 있다.

평상시, 국어사용은 되도록 국문법에 틀리지 않도록 말이나 글을 쓰려고 조심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나의 깜냥으로는 윤승현 교수님의 경지에 아직 한없이 미치기 어려운 수준인지라, 이렇게 교정을 보는 과정에서 내가 어설프게 알고 있는 국문법에 대해서도 교수님께 많이 배운다. 물론, 문맥상 어떤 표현이 더 아름다울지에 대한 문제와 국문법에 맞는가의 문제는 다르기는 하지만 가끔 띄어쓰기나 조사가 미묘하게 헷갈릴 때가 있곤 한데, 아직도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까지 하나 하나 짚어 가르침을 주시니 감읍드릴 수밖에.

이렇게 죽비 같으신 교수님이시지만, 또 진솔하시고 소박하시다. 연구실에서 우연히 아몬드 초코볼을 발견해서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한 알 한 알 먹고 있었는데, 교수님께서는 말씀을 주시느라 못 드시고 나만 오독 오독 먹고 있었다.

원고작업이란 것이 한참 머리를 굴리는 일인지라, 책을 쓰거나 원고를 다듬을 때는 묘하게 금방 허기가 진다. 밥 때가 좀 지나기도 했었고.

그래서 좀 출출했던 참에 발견한 아몬드 초코볼은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이윽코 3알정도 남게 되었을 무렵, 교수님께서는 궁서체 중저음으로 “근데, 왜 혼자 그걸 다 먹어.”하시는 것이 아닌가! 순간 빵 터지고 말았다. 물론, 그 아몬드 초코볼을 나 혼자 다 먹을 생각은 없었다.

교수님 드실 때 함께 먹을 생각이었고, 안 드시길래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거다. 나는 한참 웃다가 “교수님, 제가 더 사올게요.”하고 말씀드렸더니, “나 과자 잘 안 먹어.” 하시면서 초코볼을 드시는 것이 아닌가. 그 상황이 재미있어 한참을 웃고 있노라니, 교수님께서는 “선생이란 사람이 교양 있이 웃어야지.”하시면서 씨익 웃으셨다.

하지만 우리 교수님께서 헤비 스모커이신지라, 늘 담배를 태우시는 모습을 뵐 때마다 제자된 입장에서는 건강이 늘 걱정이다. 그런데 얼마 전 응하신 건강검진에서 조금은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건강이 많이 염려할 수준이시라고. 늘 넉넉하시고 정도 많으시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의 초월적 실력으로 늘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셨던 우리 교수님께서 이렇게 건강이 나빠지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제자된 입장에서 역시 반성백배 할 노릇.

그래서, 당장 내일부터 내가 교수님을 모시고 운동을 하기로 했다. 퍼스널 트레이너 자격으로 건강을 되찾으실 수 있도록.

“교수님, 아무리 바쁘셔도 저랑 하루에 한 시간만 운동하시구요, 담배도 이젠 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교수님 건강이 너무 걱정돼요. 그리고 올해 첫 눈 기념으로 박노해 시인님의 시집, ‘다른길’을 선물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정말 너무 감동이었어요. 교수님! 늘 건강하시고 만수무강하세요~!! 교수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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