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지나친 배려는 압박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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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지나친 배려는 압박이 될 수도...
  • 공혜승 기자
  • 승인 2014.11.1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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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혜승 기자

전국 1,200여개 고사장에 빼곡하게 자리한 65만 명의 수험생.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13일에는 16년만의 한파가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과 이를 응원하는 이들의 열기는 뜨겁기 그지없었다.

일 년에 단 한번, 재수생을 비롯해 모든 고3에게 있어 결전의 날인 수능시험을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 대부분의 기업들은 출근시간을 1시간씩 늦췄고 고사장 입구 200m 전부터 차량운행이 통제되고 지각생을 데려다주기 위해 거리 곳곳에 경찰차와 오토바이가 배치됐다. 하물며 하늘에서도 배려가 있었다. 3교시 외국어영역 듣기 평가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30분간 비행기의 이착륙을 금지시킨 것.

수능시험은 쉽게 말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관문이지만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의 가장 큰 행사와도 같은 중대한 일이 되어버렸다.

영국의 한 일간지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두고 “한국에서 수십만명의 인생을 결정하는 시험”이라며 이해 못할 기이한 현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실 이러한 너무도 큰 배려는 수험생들에게 더 큰 압박감을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이정도로 배려를 해줬음에도 잘 치르지 못하면 알아서 해(?) 라는 무언의 압박 같달까?

시험이 시작되는 순간 수능을 치르는 고3학생은 절망과 희망의 판도라의 상자 안으로, 그 학부모에겐 피가 말리는 정신과 시간의 방으로, 후배들에겐 곧 있으면 자신들에게 닥칠 것이라는 걸 애써 모른 척 하며 달콤한 이벤트와 휴식의 시간이 이어진다. 또 이때를 노려 보온도시락, 찹쌀떡, 엿 등을 팔며 행사를 즐기는 상인들도 존재한다.

수능만 치르면 대학에 가고, 원하는 대학에만 붙고 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하지만 짧게는 바로, 향후 몇 년 안에 우리는 다시 취업이라는 높은 산 앞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그 중 많은 비중이 공무원시험 앞에 서기도 한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수능에 대해 물어보니, 하나같이 그때는 그게 끝인 줄 알았는데 시작에 불과했다고 말한다. 기자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이제 올 한해 공무원시험도 모두 끝이 났고 수능도 막을 내렸다. 이 시점 뉴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재활용박스 속에 지난 책을 던짐과 동시에 수험생활의 잔재를 털어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새 삶으로 도약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선 그 무게가 고스란히 아니 오히려 배가 돼 무거운 수험생활을 이어나가는 이들도 있다.

후자의 경우 자신들을 스스로 ‘인생의 패배자’라며 비관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능, 그리고 공무원시험이 인생을 결정짓는 것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이와 함께 압박감을 자연스럽게 조성하는 사회 분위기 또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을 진정으로 도와주고 배려해주는 것이 무엇일 지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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