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제중재도 보전처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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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제중재도 보전처분이 필요하다
  • 김현
  • 승인 2014.11.1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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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소송에는 많은 시일이 소요된다. 그런데 채권자가 소송을 제기한 이후 채무자의 재산상태가 변하거나 소송의 대상물이 멸실되거나 처분된다면 채권자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받은 승소 판결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이러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가압류와 가처분같은 보전처분이다. 즉,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미리 집행을 보전하거나 손해의 방지를 위해 잠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중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재판정에 실효성이 있으려면 중재판정이 내려지기 이전에 보전처분을 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 중재법도 중재절차의 당사자들이 중재절차의 개시 전이나 진행 중 법원에 보전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국제중재의 경우는 어떨까? 다른 나라의 회사들 간 국제중재에서는 채무자 회사의 재산이 소재한 외국 법원에 보전처분을 구하는 것이 실무상 용이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채권자 회사는 중재판정부가 구성되는 수개월 동안 채무자 회사가 소송의 대상물을 처분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해야 할까?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06년 미국중재협회/국제분쟁해결센터가 최초로 도입한 것이 긴급중재인에 의한 임시적 처분 제도이다. 이에 따르면 중재판정부가 구성되기 이전에 중재 절차의 일방 당사자가 중재기관에 대해 긴급처분을 신청하면, 중재기관이 정해진 기한 내에 1인의 긴급중재인을 선임하고 긴급중재인이 임시적 처분을 내리게 된다. 국제중재절차에서 중재판정부의 구성 이전에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전처분을 받음으로써 추후 중재판정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유용한 제도인 것이다.

긴급중재인의 필요성이 인정되자 이 제도는 2010년 스톡홀름상공회의소 중재기관과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 2011년 호주국제중재센터, 2012년 국제상공회의소 중재법원과 스위스 상공회의소, 2013년 홍콩국제중재센터, 2014년 일본상사중재협회에서 속속 도입되었다. 2014년 10월부터 시행될 런던국제중재법원의 규칙 개정안에도 긴급중재인 제도가 포함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재기관인 대한상사중재원도 국제중재규칙을 개정해 긴급중재인 제도를 도입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중재기관마다 긴급중재인으로부터 임시적 처분을 받는 절차와 요건은 조금씩 다르나, 2010년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 중재규칙 제26조는 통상적으로 세 가지 기준에 따라 임시적 처분의 신청을 판단하게 하고 있다. 첫째, 신청인이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심각한 손해를 입게 될 것을 소명해야 하고, 둘째, 중재판정부가 정식으로 구성되어 최종 판정을 하기까지 기다릴 수 없는 긴급성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청인은 본안 청구가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일응의 합리적 가능성을 소명해야 한다.

긴급중재인에 의한 임시적 처분 제도는 그 처분이 명령(order)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중간 판정(award)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실질적인 집행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뉴욕협약 제5조 및 2006년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 개정 모델중재법 제17조에 의하면 그 집행력이 아직 명확하게 인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싱가포르와 홍콩에서는 이 제도의 도입과 함께 중재법 등 관련법을 함께 개정함으로써 임시적 처분이 법원에 의하여 집행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전세계의 주요 중재기관에서는 자발적인 이행 등에 따라 이 제도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이 주요 국제중재기관의 규칙을 폭넓게 검토하여 신속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내용으로 긴급중재인 제도를 조속히 도입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집행 문제에 대해서는 싱가포르와 홍콩처럼 법원이 긴급중재인이 내린 임시적 처분에 대한 집행판결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우리 중재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제활동 시대에 언제든 국제 중재의 일방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국내 기업들이 긴급중재인 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거나 상대방의 신청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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