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군수물자 납품비리를 척결하라, 진짜 간첩 같은 놈들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군수물자 납품비리를 척결하라, 진짜 간첩 같은 놈들
  • 오시영
  • 승인 2014.11.07 11:43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무기 등 군수물자 조달을 둘러싼 방산비리를 둘러싸고, 그 비리 행위자를 국가이적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새로운 법리 검토가 이루어질 정도로 비리의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조차 방위산업비리자를 이적죄로 처벌해야 한다며, 방산비리에 대한 대대적 조사와 관련자들을 문책하라고 지시했을까. 세월호 참사 시 인명구조용 전투함인 통영함을 구조작업에 투입해야 한다는 필요에도 불구하고, 통영함의 수중전파탐지기 등 관련부품이 불량품이어서 작동불능으로 구조현장에 투입하지 못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통영함 건조를 둘러싼 방산비리 수사가 진행되자, 시가 2억 원 정도에 불과한 부품을 41억 원이라는 부풀린 금액으로 구입하고 뇌물을 받는 등 비리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또한 소해함에 대한 가변심도음파탐지 도입을 둘러싸고 납품 편의를 봐주고 5억 원이 넘는 금품을 건네받은 최 모 중령이 구속되는 등 군피아의 방산비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문득 필자가 40년 전 현역으로 근무할 때 경험했던 사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새 군복을 한 벌 공급받고 기쁜 마음으로 입었다. 그리고 처음 빨래를 하던 날, 아뿔싸, 초록색 군복 물감이 모두 빠지더니 초록색 군복이 하얗게 변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군복 원단이 불량품이었던 것이다. 그때 필자뿐만 아니라 모든 동료 사병들이 똑 같은 현상을 경험하고 내뱉은 합창은 “씹할 새끼들, 또 뇌물 쳐 먹고 불량군복을 납품했군.” 이었다(쌍 시옷의 비속어를 쓰면 안 되겠지만,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 시인적 발상으로 당시 상황 그대로 표현해 본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추운 겨울 소고기국이 나오던 사병식당에서의 경험이다. 소고기국이 나오는 날인데도 국에는 소고기는 한 점도 보이지 않고, 새하얀 비게덩어리만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사병들은 동시에 “소가 장화 신고 건너갔군.”이라고 한 마디씩 불평했고, 식사 후 플라스틱 식판에 달라붙은 기름 덩어리를 떼어내기 위해 비누칠을 벅벅 해대었던 기억 역시 씁쓸할 뿐이다. 소고기를 먹은 기억이 나는 것이 아니라, 소고기 비게덩어리에서 나온 기름이 하얗게 그릇에 달라붙어 영하 10도의 추위 속에서 그 하얗게 달라붙은 비게덩어리, 기름덩어리를 벗겨내기 위해 얼어붙은 손을 호호 불었던 그 쓰라린 경험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아니 군대에는 비리가 만연되어 있다는 잠재적 의식이 40년 동안 필자를 억누르고 있고, 군대는 부패집단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그러한 작은 비리들은 생활수준의 향상과 함께 어느 정도 개선된 것 같으나, 덩어리가 훨씬 커진 고비용 무기들에 대한 부조리는 현재 밝혀지고 있는 사실들에 비추어 볼 때 더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그렇다면 왜 이런 비리가 군에 만연되어 있는 것일까? 첫째는 군수품은 대부분 소모품이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 방에 10억 원이 넘는 미사일의 경우 그 미사일은 한 번 쏘면 폭발하여 없어지고 만다. 군에서 구입한 무기는 전쟁과 같은 유사시에 사용하게 될 것인데,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채 몇 년이 지나게 되면 그 무기는 구식이 되어 버리고, 적국이 더 좋은 성능의 무기를 개발한다는, 또는 개발하였다는 논리가 나오면 그 무기는 오히려 폐기처분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 서둘러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그 무기를 소비하게 되고, 소비(폭발)해 버리면 그 미사일에 하자가 있는지, 얼마짜리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밝혀지지 않은 채 비리는 감추어져 버리게 된다. 이렇게 무기는 소모품이고, 그 몇 년만 버티면 자신들의 무기납품과 관련된 비리 역시 감추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몇몇 부패군피아들이 그런 불법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기억이 새롭다. 40년 전 칼빈소총 총알이 장부 숫자보다 부족한 것이 밝혀지자 중대장이 중대원들을 비상소집하더니 “오늘은 실탄사격훈련을 하겠다.”라고 한 후 계획에도 없던 실탄사격훈련을 실시하였고, 그 날로 장부상의 실탄 수량과 실재 실탄 수량은 정확하게 일치하게 되던 기억도 갑자기 떠오른다. 물론 총알 담당 사병은 그 중대장에게 죽지 않을 만큼 조인트를 까이고 엉덩이에 빳다라는 이름의 몽둥이세례를 받았던 것은 물론이다.

둘째는 군피아들의 혈맹의 우정(?) 때문이다. 군 참모총장을 비롯한 수많은 장성 출신과 영관 장교 출신들이 전역 후 상당수가 군납업체에 취업하여 군수물품을 납품하는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압력 앞에 방위사업청 관련 공무원들이 쪽을 못 쓰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뇌물이 오가거나, 승진에 불이익(전역 고참이 현역 인사권자에게 압력을 넣거나 비위 사실을 고자질하겠다는 협박성 흥정 등 그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이 가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나, 전역 후 그 방산업체에 취업을 보장받거나 등등 다양한 이유로 서로 얽히고 설켜 방산비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셋째는 군인들의 명예심이 땅바닥에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관생도 시절의 하늘을 찌를 것 같던 명예심이 승진과 황금에 눈이 어두워 타락하게 되고, 땅바닥에 추락한 불명예를 일상화하는 비겁한 군인들이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것들이 동료들 사이에서 승진을 둘러싼 투서가 난무하고, 한 자리를 놓고 서로 동기 간에 다투다 보니, 얼마 전에 술 먹고 추태를 부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전역 조치되고 만 1군사령관 신현돈 대장의 석연찮은 전역조치가 한 예라고 할 것이다.

넷째는 군의 밀폐성으로 인한 상호감시체제의 불완전에서 오는 문제라고 하겠다. 감사원을 비롯한 국가 감사기능이 “무기를 들고 있는 군인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최고의 감청설비를 갖추고 있는 정보수집능력집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다시 말해 감사하러 간 이들이 오히려 감시를 당하는 타켓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서인지 몰라도, 제대로 감사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무기를 도입하려면 그 무기의 성능 및 가격에 대한 판단능력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능력을 갖춘 관련 공무원이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심사나 감사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다섯째로는 군 수뇌부의 의지 부족이 이러한 부정부패를 만연케 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군 참모총장으로 승진하고, 국방부장관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이런 방위산업 비리에서 완전히 깨끗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경력관리 차원에서 이곳, 저곳 요직을 거치다 보면 본의 아니게, 또는 일부는 의도적으로 부정부패에 발을 담그게 되고, 그러한 비리의 한 꼭지를 잡고 있다 보니 비리를 캐내어 단절시킬 수 없게 되는 측면도 있다고 하겠다. 비리를 밝히겠다고 감사나 수사를 하게 되면 고구마넝쿨처럼 칡넝쿨처럼 자신의 비리까지 굴비 엮이듯 엮여 나오게 되어 있어, “나 죽으려고 감사하냐, 미쳤다고 수사하냐?”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 일은 현재도 일부 참모총장이, 합참의장이 군납비리 관련 의혹을 받고 수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현실, 예전 린다 킴이라는 여성과 스캔들을 일으키며 군납비리로 처벌되었던 전직 국방장관 등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제 어찌 되었던 대한민국 군대는 “비리공화군”이라는 말을 면하기 어렵게 되어 버렸다. “아군이 아군의 최대의 적”이라는 비극적 자조가 인터넷을 떠돌고, 어느 누구도 이를 내놓고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 귀한 자식들이 군에 가 상관이나 동료에게 맞아 죽고, 총에 맞아 죽고, 수류탄 폭발로 죽고, 교통사고로 죽고, 계속 죽고 있다. 귀한 딸들이 군에 가 상관에 의해 성폭행과 성추행의 대상이 되어 자살을 하거나 우울증 등에 걸리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밝혀진 것이 일부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에 감춰진 암수까지 고려하면 끝이 어디인지를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만에 하나 부패군인들이 전쟁이 나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어차피 전쟁에서 사용하지 않을 무기니까 불량품을 납품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봐 겁이 나기조차 한다.

군의 최고 통수권자는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군납비리를 둘러싼 적폐를 척결하라고 엄명을 내렸으니 지켜볼 일이지만, 일회성 지시에 그치거나 용두사미격이 되고 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실질적인 민의 군 통제를 위해서는 국방장관을 군 출신이 아닌 민간인 출신으로 임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군정과 군령을 구분하여, 군정은 민간인이 담당하고 군령은 군인이 담당하는 이원적 군 통제체제를 이제는 심각하게 실천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하겠다. “전쟁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가상적 두려움을 전제로 하여 존재하는 군인들이, 6.25남침 이후 지난 60년 세월 동안 현실적으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보니 전쟁수행능력 향상에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맨날 상대방의 가해가 없는 상태에서 가짜 공격을 전제로 한 - 아군 피해가 현실적으로는 하나도 발생하지 않은 두려움 없는 상태에서 - 일방적 공격과 방어로 매번 승전하는 만화 같은 훈련에만 익숙할 뿐이다 보니) 자신의 승진과 보직, 어떻게 하면 금전적 이득을 취할 것인가 하는 것에만 몰두하면서 부하 사병을 괴롭히는 것이 없을까 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물론 지금도 야전에서 군인정신에 투철하여 사관생도시절 배웠던 명예와 인격을 지키겠다며 국가에 대한 충성심 하나로 어려움을 버티는 수많은 진짜 군인들이 많이 있음을 믿는다. 실재로 그러한 고마운 군인들에 의해 대한민국의 안보가 지켜지고 있음 또한 믿는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군의 무기를 비롯한 군수품에 대한 납품체계에 대한 전면적 점검 및 투명한 납품체계가 수립되기를 바란다. 제발 구조적이고 본질적 비리를 척결해서, 대한민국 곳곳이 맑고 깨끗한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어찌 이권이 있는 곳마다 이렇게 악취가 나는 것일까? “악취공화국, 비리공화국, 도둑놈공화국, 거짓말공화국”에서 좀 벗어나 보자. 자존심 갖고 좀 살자, 자존심 좀 갖고.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도봉산 2014-11-07 22:14:55
나의 73년도 군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40년이 지나도록 군피아를 키워오며 척결못하는 이유는 안보타령 빨갱이타령 종북타령 군출신 전관예우로 일관한 보수주의자 그일당들의 책임이 과연 자유로울 수 가 있을까?

도봉산 2014-11-07 22:14:55
나의 73년도 군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40년이 지나도록 군피아를 키워오며 척결못하는 이유는 안보타령 빨갱이타령 종북타령 군출신 전관예우로 일관한 보수주의자 그일당들의 책임이 과연 자유로울 수 가 있을까?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