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기의 수험생과 함께 하는 생생한 폴리스스토리3
상태바
한상기의 수험생과 함께 하는 생생한 폴리스스토리3
  • 한상기
  • 승인 2014.11.05 1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상기 신림우리/KG패스원 경찰학원 경찰학개론 
  
󰊳 난생 처음 겪어보는 독특하고도 얄궂은 술자리와 함께 쌓여가는 미운정·고운정...

전화 속에서 들려오는 과장의 목소리는 부드럽다 못해 상냥하기 까지 했다. ‘한 팀장님(당시는 계장으로 호칭) 새로 오고 나서 환영도 한번 못했는데 오늘 시간이 마침 되니 목이라도 한번 축이는 게 어떻겠느냐 ?’는 것이었는데,

40대 후반이자 직속상사인, 당시로서는 권위적인 모습이 일반적이었던 중년 남성의 상냥함으로 인해 20대였던 필자의 단호함은 단번에 누그러지면서 과장의 입장도 이해해 주자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졌고, 이내 필자는 과장에게 ‘돌아가서 뵙겠다.’는 답변을 남기고 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잡아타고 경찰서 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택시는 30분도 채 안되어 불과 한 시간여 전에 과장과 함께 있었던, 당시 ‘집회·시위의 명소’였던 명동성당 앞에 도착하였는데, 필자가 도착하자 그 자리에서 업무를 보는 형태로 자리를 지키고 있던 과장이 식사부터 하자고 해서 처음으로 자리를 옮긴 곳은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허름한 식당이었는데

주문한 식사 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소주를 주문한 과장이 술병과 함께 대뜸 집어든 것은 재떨이였다.

요즘 소주야 18도, 부산의 경우 16도까지 내려간 제품도 있으니 음료수나 매 한가지이지만, 당시 24도나 하던 소주는 그 위력을 무시하지 못할 술이었고, 더구나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과장이라고 알고 있었던 터라 의외이기도 했지만 약간 당황스러웠다.

재떨이로 무얼 어쩌겠다는 말인가 ?

요즘 청년들은 그런 생각이 별로 없지만 당시만 해도 남자는 술을 잘 마셔야 상남자이고, 또 술로 남자들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폭력성과 상대를 이기고자하는 승부근성을 대리 만족시키고, 실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 순간적으로 소주병과 재떨이를 집어든 과장을 보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것이었다.

과장은 대뜸 담뱃재가 그대로 묻어 있는 재떨이에 24도 소주를 반정도 따르더니 자기가 먼저 담뱃재도 마다하지 않고, 그것을 벌컥벌컥 다 들이키는 것이 아닌가?, 얼굴이 순간적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과장은 재떨이에 다시 술을 가득 따르는 것이었다.

당시 술로 인한 폐해는 심각해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말 경찰생활을 괴로워하는 경우도 많았고, 위장약을 늘 챙겨서 다니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 직원에게는 약국에서 'KGB'라고 하는 구소련 정보원들이 사용하던 약을 복용하면 소주 네댓 병은 너끈히 마시고도 다음날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풍문이 기밀이자 복음(?)으로 통했던, 요즘 사람 시각으로 보면 우스꽝스런 시절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하여간 과장은 마치 거기 참석한 누구든 자신이 주는 술을 마셔야만 한다는 명분을 쌓을 요량인지 먼저 담뱃재가 여기 저기 지저분하게 떨어져 있는 재떨이에 따른 술을 남김없이 마신 후에 필자에게 소주가 가득 담긴 재떨이를 건넸고, 내키지는 않았지만 필자도 단숨에 재떨이에 가득 담긴 24도짜리 소주를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거기 참석한 다른 직원들은 과장과 팀장이 하는 짓을 어안이 벙벙해서 지켜보고 있다가 소주잔이 몇 순배 돌아간 후에 분위기는 폭주기관차 처럼 달리기 시작해서 2차로 중국집 한 층을 통째로 빌려서 노래방 기계까지 두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 그때 술자리를 생각하면 지금도 정신이 아득하다.

- 다음 회 (난생 처음 겪어보는 독특하고도 얄궂은 술자리와 함께 쌓여가는 미운정·고운정 2...)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