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2차 ‘무더기 과락’ 파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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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2차 ‘무더기 과락’ 파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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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2.0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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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들, 재산정·과락제도등 재검토 요구
법무부 “시행령 근거로 재산정 불가” 답변


올해 2차 사법시험에서 과락자가 무더기로 나와 합격자 수가 애초 예정 선발인원보다 90여명이나 줄어들어 수험생들의 반발이 확산되면서 채점의 정당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번 사시 2차시험에 5천12명이 응시, 헌법 등 7개 과목 시험을 치렀으나 행정법, 민법, 형소법 등에서 과락이 속출하면서 4천107명이 불합격해 ‘면과락 합격’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수험생들의 분노가 법무부는 물론 2차 채점위원들에게 향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본지 홈페이지에는 재채점과 제도적인 개선을 해야 한다는 글에서부터 법무부와 출제위원을 비난하는 수험생들의 글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일괄적인 점수 조정 등을 통해 얼마든지 과락을 줄일 수 있는데도 애초 약속한 합격인원을 줄인 것은 기득권자들의 자의적인 처사”라며 “이는 로스쿨 도입을 검토하는 등 사법시험을 자격시험화해 법조인력을 확충한다는 기존 방침과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응시생 김모씨는 “발표결과가 석연치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상대평가시험에서 합격예정인원보다 적게 뽑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컷라인 이하 점수의 면과락자가 없다면 사법시험령 제5조 제2항의 ‘4할’이라는 문구에 충실한 선발이기는 하지만 상대평가라고는 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기형적 형태의 절대평가선발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기형절대평가의 기준이 된 과락선 40점!!! 과락제도자체도 올해 같은 경우 기본실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한 과목에서 실수를 한 실력자(6과목 53점, 1과목 39.5)보다 저득점-면과락의 럭키맨(6과목 41점, 1과목 51.22점)을 선발하는 역기능이 오히려 크게 작용한다”며 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다른 수험생 이모씨는 “채점도 출제위원의 재량이라지만 선발예정인원에 미달케 하고, 보다 우수한 인재의 고득점 과락을 양산한 점에서 목적위배, 재량권 불행사의 위법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면과락 전원합격이라는 결과를 수험생들의 실력저하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느냐”며 “출제는 출제위원의 고유권한이지만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난 일관성이 없는 출제로 과목간 난이도 조정 실패로 특정 과목에서 무더기로 과락이 속출한데는 시험을 주관하는 법무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수험생들은 이러한 상황의 발생원인이 수험생의 질저하 때문이라고만 매도하고 있는 데 분노하고 있다. 수험생들은 법무부가 밝힌 바와 같이 기본 교과서 중심의 체계적, 입체적으로 공부하지 않고 예상문제 중심의 요약서로 공부하기 때문에 법학전반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과락자가 속출했다면 과연 지난해 응시자와 올해 응시자간에 그렇게 질적인 차이가 있냐며 반문한다.

현재 수험생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법무부의 명확한 해명과 책임을 요구하면서 채점표와 채점평, 과목별 과락률 등을 밝혀 수험생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번 기회에 과락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수험생은 “채점기준에 합격자의 수를 감소시키려는 정책적인 의도가 개입되었다는 말들이 수험가에서는 공공연한 진실로 여겨지고 있다”며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대량 과락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법무부는 채점교수들의 채점결과에 전혀 개입할 의사가 없는지?” 법무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묻기도 했다.

시민단체와 대학 등에서도 과락을 이유로 당초 약속한 합격인원을 줄인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민단체의 위원은 “응시생들의 실력을 변별하기 위한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고 본다며 “법무부의 말대로 수험생들의 실력이 저하되고 있는데 문제의 난이도를 높이는 것은 난세다면서 많은 법조인을 선발해 ‘시장기능’에 맡기겠다는 사법개혁의 방향성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난했다.

수험생들의 불만이 더욱 거세 지자 법무부도 난처한 입장이다. 수험생들의 재산정 요구에 법무부는 “점수를 재산정 하거나 일정 점수 이상을 올려 주면 합격자가 달라질 우려가 있고, 또한 사법시험법시행령상 2차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7개 과목 전부에 대하여 40점 이상의 점수 취득을 요구하고 있어 점수 재산정은 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치고 있다.

특정 과목의 과락 속출에 대해서도 법무부는 “법무부는 채점관리만을 할 뿐 제2차시험 답안지의 채점은 채점위원들의 전권사항”이라며 “수험생의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하나 수험생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법무부의 입장도 이해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일부 사법시험관리위원들은 사법서비스는 수험생들 구제가 아닌 질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 안된 수험생을 선발할 수는 없다면서도 현재와 같이 학과간의 동일한 배점 방식, 과락의 기준점 등에 대해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법시험 사상 과락자가 무더기로 발생해 애초 선발 예정인원을 채우지 못한 극히 이례적인 사태로 지금까지 제기되어 온 문제점들이 개선될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김병철기자 bckim99@lec.co.kr
/이주석기자 seok153@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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