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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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13)
  • 신종범
  • 승인 2014.10.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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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련의 추억
 

 

 

 
 

 

 

 

신종범 법무법인 더 펌(The Firm)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중 교련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지금 생각하면 왜 그런 것이 있었나 싶지만 그 당시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것들이 있다. 어릴 적에 매일 국기 하강식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즈음 즉, 하절기는 저녁 6시, 동절기는 저녁 5시면 어김없이 애국가가 울리고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어딘가에 있을 국기를 향해 예를 표해야 했다. 통행금지란 것도 한동안 있었다. 자정이 지나 거리를 돌아다니면 단속 대상이 되기 때문에 자정이 가까이 오면 사람들은 마치 신데렐라처럼 집을 향해 뛰어야 했다. 당시 냉전과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된 상황에서 국가에 대한 충성과 안보를 위해 취해진 조치이기도 하지만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한 군사정권이 국민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였다. 교련도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에는 너무나 익숙했다. 교련, 쉽게 말하면 군사교육이다. 군대가 아닌 학교에서 실시한 군사교육을 교련이라고 하였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교련복(영화 실미도에서 안성기가 입었던 옷과 거의 비슷하였다)과 교련모, 각반(걸음 걸을 때 발목 부분을 가뜬하게 하기 위하여 발목에서부터 무릎 아래까지 돌려 감거나 싸는 띠)을 착용하고 카빈 소총 모형을 들고 군사교육을 받았다. 제식훈련, 총검술, 각개전투 등을 받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당시 교련 선생님이 한반도 지도를 그릴 때 북한을 남한 보다 크게 그리면 간첩이라고 말했던 기억도 난다. 그런 시대를 살았고 고등학교 교련은 한동안 계속 되었다. 대학교에서도 교련교육이 있었지만 필자가 입학하기 전에 민주화 운동의 영향으로 폐지되어 대학에서는 교련을 경험하지 못했다.

교련의 기억을 떠올리게된 것은 군에 있을 때 알고 지내던 A 라는 분의 하소연을 듣게 되면서이다. 그 사연은 이랬다. A는 장교로 입대하여 군 복무 중에 육군본부의 ‘학생군사교육 예비역 소집 교관 모집 공고’를 보고 관심이 있어 육군본부에 문의하자 “대학교에서 군사교육을 담당하는 교관의 신분이 현역에서 예비역으로 바뀌어 예비역 교관을 모집하고자 하는데 현역 장교가 선발이 되면 전역과 동시에 재소집되어 현역 장교와 동일하게 신분이 보장된 상태에서 각 대학교에서 군사교육을 담당하게 된다”고 하였다. A는 교관으로 선발되면 재소집되어 현역 장교와 동일하게 신분이 보장된다는 말과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 보람도 있겠다는 생각에 지원을 하여 선발이 되었고 현역에서 전역됨과 동시에 재소집되어 예비역 장교의 신분으로 대학교에서 군사교육을 담당하는 교관이 되었다. 그런데 얼마 후 ‘학생군사교육실시령’이 개정되어 대학군사교육교관 신분이 군인이 아닌 학교에 소속된 교관으로 바뀌게 되자 국방부에서는 A에 대한 소집을 해제하고 대학이 A를 대학소속 교관으로 임명하도록 하였다. 결국, A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군인의 신분에서 민간인으로 신분이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 후에는 민주화 운동과 함께 군사교육 폐지 요구가 거세게 일어나자 대학에서의 군사교육이 폐지되기에 이르렀고 A는 학교로부터 면직을 당하게 되었다. 그러자 정부는 A를 비롯한 대학군사교육교관들을 군무원과 경찰로 특별 임용하였고, A는 군무원으로 근무하다 정년 퇴직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A가 정년퇴직을 하면서 발생하였다. A는 자신이 장교로 임관되어 군무원으로 퇴직할 때까지 30년 이상을 근무하였기에 ‘정부포상 업무지침’에 따라 보국훈장 수여 대상자가 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상훈을 담당하는 안전행정부에서는 A가 사립대학교 소속으로 군사교육을 담당하였던 기간(약 8년)은 공직기간으로 볼 수 없기에 그 기간을 제외하면 30년 이상이 되지 않아 보국훈장 수여 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A가 억울한 것은 ① A가 퇴직하기 전에 퇴직한 사람들은 A와 동일하게 사립대학교에서 군사교육교관을 했던 시기를 전부 공직기간으로 인정받아 훈장을 수여 받았었고, ② A와 같이 퇴직한 사람들 중에서도 국립대학교에서 군사교육교관을 했던 사람들은 훈장을 수여 받았으며, ③ A가 사립대학교에서 면직되고 군무원으로 임용되면서 사립대학교 소속 군사교육교관 기간이 호봉으로 산입되고 그 기간을 포함하여 30년이 되자 군에서 근속 30주년 행사까지 마련해 주었는데 유독 훈장 수여에 있어서만 그 기간을 공직기간으로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는 것에 있었다.

이러한 A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A의 주장이 타당하여 받아들여지는 것은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일단 구제수단부터 살펴 보아야 했다.

먼저,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은 어떨까? 즉, ‘훈장수여신청거부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여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 판례의 입장이라면 그렇지 않다. 우리 판례는 훈장수여신청에 대한 거부를 행정처분으로 보고 있지 않다. 법원은 “헌법 제80조 및 상훈법령에 따른 서훈은 대통령의 권한으로서 행정자치부장관은 서훈에 관한 추천의 권한만을 가질 뿐이고, 나아가 대통령령이 위와 같은 헌법과 상훈법의 규정에 따라 서훈대상자에게 훈장 기타의 영전을 수여하는 것은 국가원수의 지위에서 행하는 고도의 정치성을 지닌 국가작용으로서 그 서훈 여부는 대통령이 그 재량에 의하여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것이어서 관련 법령에서 정한 자격기준이나 위 정부포상업무지침이 정한 자격요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행정자치부장관에게 훈장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 권리를 갖는다고 볼 수 없으므로 훈장수여신청에 대한 거부통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하고 있다.

그러면 헌법재판소에 정부포상업무지침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어떨까? 이 역시 현재로서는 방법이 될 수 없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정부포상업무지침은 상훈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 의한 정부포상의 운영준칙을 정한 것으로서 행정안전부가 훈장 수여 대상자의 추천이라는 업무처리 지침으로 마련한 내부기준인바, 그것은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이 있을 뿐 대외적인 구속력이 인정되는 경우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포상업무지침은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고 하고 있다. 결국, A의 억울함은 현재로서는 사법적 구제수단으로 해결될 수는 없었다.

A를 도와 국민권익위원회에 A가 사립대학교에서 군사교육교관으로 근무한 기간을 훈장 수여를 위한 공직기간에 산입하도록 ‘정부포상업무지침’을 개정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였다. 민원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안전행정부로 넘어갔고 안행부에서는 민원이 제기된지 6개월만에 2쪽짜리 형식적인 회신문을 보내왔다. 회신문은 잘못된 법령해석까지 근거로 하고 있어 이의를 제기하였고 재회신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A는 국가의 필요에 의해 대학에서 군사교육을 담당하였고, 정부 정책의 변화로 인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공직에서 이탈하여 사립대학교 소속으로 국방부의 통제를 받아 동일하게 군사교육을 담당하다 군사교육이 폐지되자 다시 공직으로 복귀한 것인데 단지 소속이 사립학교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기간을 공직기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부당하다. 안정행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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